우리집에 왕따가 산다

04 들키고만 최악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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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바로 다음주가 너네 그 체육대회지? 다들 하나씩은 꼭 참여를 해야하니까 줄다리기, 짝피구, 축구 나눠서 반장이 좀 준비해줘”

“네”

체육대회가 다가온다. 어제까지만해도 열쇠 찾느라 진 다 뺐는데 이젠 체육대회란다. 난 늘 그렇듯 창밖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근데, 이 인간은 왜 내 옆에 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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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무료 햇빛 저장소. 비타민D 개꿀“

사건은 이랬다. 내가 교실 문을 열고 등교했을 때, 내 책상이 창가쪽 끝으로 동떨어져있었다. 옆에서 비아냥거리고 낄낄거리는 다른 애들은 보니 저들이 그런게 분명했다.

"…"
”쟤는 하늘에서 뭐가 떨어져도 아무말도 안 하고 수긍할 듯. 슬슬 지겨운데 이러면?“

난 그냥 자리로 들어가 앉았고 어제 찾은 열쇠로 자물쇠를 풀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혹시 몰라 안에 있던 물건들은 책상서랍으로 옮겨두고 앉아있었는데..석진이 등교하더니 자신의 책상도 내 옆으로 옮기곤 헛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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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창에 기대어 아무 말 없이 수업 준비를 하려는데 반장이 교탁으로 나가 체육대회 품목을 정한다고 한다. 한 명 한 명이 이름을 부르며 체육대회 인원을 작성한다.

“자 이러면 석진이 빼고 다 한거지?”

그러자 석진은 손을 들더니 자신은 짝피구를 하겠다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내 존재감은 없어서 내 이름이 없든 있든 친구들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석진은 자신이 짝피구에 참가한다는걸 강조하며 눈짓으론 따로 나도 짝피구에 참가하라는 무언의 눈짓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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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체육대회 당일, 난 전 날 밤에 태형과 절대 아는 척 금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안절부절 못 하며 태형이 잘 있나 2학년 반을 보는데, 태형이 안 보인다. 

“뭐..어련히 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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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시점

“아 시X 축구공 바람 다 빠진거 밖에 없네”

”ㅋㅋㅋ담탱 들어 조용히 해 얼른 들고 나가자 체육창고 개 춥다 진심“

끼익- 덜컥-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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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지? 누나 괴롭히는 쓰레기들”

체육창고 밖은 체육대회로 시끌시끌하다. 지하냄새와 먼지가 가득한 창고 안에서 무슨 소리를 질러도..들리지 않는다.

“뭐야? 처음보는데? 니 3학년 아니지?”
“그딴거 모르겠고, 축구공..이거 찾아?”

탁-탁-

축구공을 한 두 번 튕기며 발 밑에 고정했다.

“시X 니 이름표 색보니까 2학년이네ㅋㅋㅋ선배한테 초면인데 말이 짧다?”

“주세요~ 해봐.”
“ㅁ..뭐? 너 미쳤어?ㅋㅋㅋ”

“주세요..해보라고.”

탕- 탁-

그때 축구공이 창고 벽위로 튕기곤 

핑- 쾅- 쿠궁- 

그대로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꺄아아악-”

먼지가 흩날렸고 창고 안에 체육준비물들은 여기 저기 넘어지고 흩어졌다. 그 밑에 깔린 놈들을 찾아 뒤적거렸다.

“ㅅ..시X 뭐하는놈이야?”

“김여주한테 가서 사과해. 여기서 더 쳐 맞기 싫으면”

절대 굳히지 않았다. 까진 다리를 붙잡으며 날 위로 올려다보았다. 헛웃음 치며 입을 연다.

“너 자세히 보니까 우리학교 명성 다 빼먹는다는 그 문제아 그 새X네? 너가 뭔데 김여주한테 사과하라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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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개새X가 짖으면 입마개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아 맞다맞다.. 할 필요 없겠다.”

“여기서 존X게 쳐 맞아도 밖에 안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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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짖어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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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고 난 석진을 뒤에 등지고 팔을 넓게 펼쳤다. 

“여주야..미안..여자가 공격수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사과 소리가 날 더 빡치게 만들었다. 그때 공이 날라왔고 처음 한 번은 피하고는 공을 집었다. 내가 공을 잡으니 시선이 나에게로 몰려왔고, 순간 당황해 공을 놓쳐 반대편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싸 김여주 죽어!!!!”

슈우우ㅜㅇㅇ-

공과의 거리는 길게 잡아봤자 1미터였다. 근데 무슨 일인지 공은 매우 쎄게 날라왔고 그만 내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버린다. 그러고는 머리가 핑 돌더니 그 자리에서 누워버렸다.

퍼억-

“어..? 어어ㅓ 여주야!! 여주야!”
“석진아 보건실까지 업고 갈 수 있겠어?”

기절한 순간에도 귀로는 들을 수 있었다. 크게 내쉬고 들이마쉬는 소리, 석진의 섬유유연제 향기가 코에 닿았다. 얼마만에 누군가에게 업혀지는지 그 등은 너무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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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미안해..하..이런게 아니였는 ㄷ..어? 여주야 정신 좀 들어? 괜찮아?”

눈을 뜨니 석진이 눈에 초점도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이 마냥 웃기기만 해 석진이 잡고 있던 내 손에 힘을 크게 쥐었다. 석진은 놀라 배드에 누워있는 날 껴안았고 그 모습에 너무 놀라 그만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어어어..어 야야야 안 떨어져???”

“어? 너 이제 말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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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람이야. 나도 말 해.”

석진은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며 계속 내게 사과만 해댔다. 난 옆에 놓인 약만 금방 먹고 다시금 운동장으로 향했다. 근데 체육창고 안으로 드나드는 빛이 이상하게 계속 휘어진다. 

“석진아 잠깐, 체육창고에 누가 있나봐?”

“그러게, 무슨 소리도 들리는데..?”

“얼른 열어봐”

끼이익- 쾅
“흐으으읍흥ㅂ..살..살려줘 미안해“

창고 속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눈이 돌아버린 태형의
모습과 태형의 피 묻은 주먹이 향한 곳은 날 괴롭히던 우리반 남자 애들과 겁먹은 여자 애들이였다. 난 다급히 석진을 밀어넣어 체육창고를 닫았고 태형에게 다가갔다.

”김태형..너..너 이게 무슨 짓이야!“

"…"

”너 입 안 열어? 빨리 말 해 무슨 상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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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은 내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머리를 내게 기대어 흐느꼈다. 그냥 한 없이 울기만 했다. 

”누나..이 정도로 심했으면..그랬으면 말을 했어야지,
난 그것도 모르고..모르고..“

태형의 말 한 마디에 놀란 마음이 금방 진정되었다. 난 피범벅이 되어 뻗어있는 그들을 석진에게 맡기곤 태형과 체육창고를 나와 보건실로 향했다.

”나 때문에..누나 때문에 그런거야?“

태형도 자신의 잘못을 아는지 고개만 끄덕였다. 태형의 얼굴에 난 상처를 소독제로 바르니 저도 따가운지 주먹을 세게 쥐었다.

”김태형. 너 다신 안 싸우겠다고 약속해.“

”..&;₩;@@..약속해..“

”뭐라고?“

태형이 한 말은 날 더 놀라게 했다.

”누나도..이제 저런것들에게 안 당하고, 어려우면 나한테 제일 먼저 와서 도움청한다고..약속해..“

”난..난 그래야 안 싸워..그거 아니면 안 싸워“

”누가보면 이산가족 상봉한 줄 알겠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임마..으그..“

흘려내릴 것 같던 눈물은 어떻게든 다시 먹으니 보건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끼익-

우리반 얘들이였다. 태형의 얼굴을 보다 그들의 얼굴을 보니 그들이 밉기는 커녕 오히려 미안해졌다.

“아니..아니 김태형..너 너 이거..야..너 선수해라..”

“여주..여주야 @&@해..”

“아니 이것들이 자꾸 뭐라고 하는거야 좀 크게 말해ㅂ”

“아니..하..야 미안하다. 이제 너 안 괴롭혀. 아 이제 됐냐?”

그들은 태형을 째려보더니 다시금 보건실을 나갔다. 정말 한 순간이였다. 그때 내가 그 빛을 바라보지 못 했다면, 석진이가 그 소리를 듣지 못 했다면 누구하난 죽고 끝났을것이다. 난 다시 태형을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체육대회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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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으러 향하는데 누군가 크게 외쳤다. 그 누군가는 결국 태형이한테 개같이 쳐 맞던 걔네들이였다.

“김여주랑 2학년 김태형 둘이 남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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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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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디어 공식 커밍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