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외로 학교가 조용했다. 우리가 닮긴 닮았었던건지 다들 아무렇지 않게 넘긴 듯 했다. 난 석진이라는 친구가 생겼고 조금씩 학교에서 말을 트기 시작했다.

“나..이런 말 해도 되나..”
난 입에 머금고 있던 말들을 햇살에 가려진 노트에 하나씩 써내려갔다. 새 하얗던 종이가 한 줄 한 줄 써내려지더니 금방 이야기거리들로 채워져갔다. 옆에서 날 보고있던 석진은 내 혼잣말에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해. 세상 안 무너져“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 깊숙이 날아와 꽂혔다. 먹먹했던 한 구석이 누군가의 말 한 마디로 금방 내려가고 있었다. 난 내가 적은 노트를 찢어 한 땀 한 땀 예쁘게 접어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근데, 여주야, 무슨 말 적었어? 나 궁금한데“
난 석진을 바라보며 후끈 달아오른 얼굴을 숨긴채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를 꼬옥 쥐었다.
”비밀이야, 나중에 알려줄게“
딩동댕동-
종소리가 울렸다. 난 서둘러 서랍에서 책을 꺼내 교과서를 폈다. 수업이 시작되고 석진은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넌 학교에서 친구생기면 하고 싶던 거 없어?‘
‘생각 안 해봤는데‘
‘난 있는데, 친구가 너 밖에 없어’
‘뭔데? 적정선에서 도와주지 뭐’
‘…@&@’
또 그런다. 석진을 처음 마주한 날 처럼 다시 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난 종이를 찢어 안 보이게 꾸깃하게 접어 주머니속으로 숨겨두곤 수업에 집중했다. 옆 자리에서 오는 따가운 시선은 날 더 뛰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씹어 노트에 적고는 하나 둘 내뱉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탕탕-
선생님이 교탁을 막대기로 쳤다. 단단히 화가 난 듯 머리 위에서 연기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 상관 아니다.
“누구야.”
정말 내 상관..아니다..
“전치2주랜다. 나와.”
내 상관..아니고 싶다.

“선생님, 진정을 좀 하시고..”
“그치? 또 김태형이지? 또 너야 응, 더 놀랍지도 않다. 너 임마 저번주에 교무실 앞에서 손 들고 있던 것도 이 일 버리려고 한 짓 맞지?”
“선생님, 가해자는 반성 중입니다. 선처를..”
“따라와.”
드르륵-
교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교무실 안은 전과 다르게 조용했고 선생님들은 모두 어디 가신건지 담임선생님만 자리에 앉아계셨다.
“자리에 앉아봐 태형아”
선생님의 안색은 어두워져있었고 낮게 딸린 목소리가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어제일은 그게..”
“잘했다. 남자답네.”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내 안절부절해 하던 손을 두 손 꼬옥 잡아주시며 입을 여셨다.
“근데, 아직. 아직 너는 청소년이다.”
“네..죄송해요.”
“진짜 남자는 분노할 때 한 번 참고, 머금을줄도 알아야 해 그런거 배우라고 학교라는게 있는거야”
“…”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 애다. 애
어떻게된게 우리 아들보다 철이 안 든 것 같지?“
”아드님이 공부머리가 있으신가보죠..“
”우리 아들 작년에 태어났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익혔다. 나는 처음으로 ‘스승’이라는 사람을 만났고 나의 길잡이를 보았다. 선생님은 항상 날 꾸짖었지만 오늘은 내게 웃음을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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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 시점
집으로 돌아와 옷을 정리했다. 겉옷 주머니에 무언가 잡혀 꺼내보니 꼬깃하게 접힌 종이 하나가 예쁘게 접혀 있었다. 난 망설임 없이 종이를 풀어 그 예쁜 단어들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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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친구가 석진이 너라서 좋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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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은근 여우라니까, 내쪽지도 봤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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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시점

“누나, 나 오늘 사고 안 침.”

“…어째 그게 더 불안하다.“
옷을 갈아입고 빨래통에 겉옷을 넣으려는데 꾸깃한 종이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다. 영수증인가하고 종이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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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학교에서 친구생기면 하고 싶던 거 없어?‘
‘생각 안 해봤는데‘
‘난 있는데, 친구가 너 밖에 없어’
‘뭔데? 적정선에서 도와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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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나 너랑 연애하고 싶어’
—————————작가의 말——————————
여러분 안녕하세요:) 너무 늦게 인사드려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집에 왕따가 산다’가
이제 곧 완결이 날 것 같아서 미리 ‼️예고‼️합니다.
남은 에피소드동안도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