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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장
집에서 차를 타고 이동한지 4시간 후 여수에 도착했다. 모두가 차에서 내리고 햄스터였던 승관이가 사람으로 변해서 내 어깨를 흔들며 잠들어있는 날 깨웠다. 잠에서 깬 나는 엉기적 엉기적 일어나 차에서 나왔다. 석민이가 꺼내준 내 짐들을 가지고, 애들을 데리고 내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순영이와 승철이, 한솔이 빼고 내 별장에 처음 온 애들은 너무 넓고 예쁘다며 감탄사를 늘여놓았다. 내가 재벌 2세였단걸 까먹었던 건지 나보고 ' 부자였지 참 ' 이라고 하는 지훈이였다.
그새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 모습으로 변한 지수는 새롭다며, 탐험을 해보고 싶다며, 내 별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훈이와 민규, 찬이도 지수를 뒤따라 이곳 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물론 동물의 모습으로.

" 아영아, 짐은 여기다 두면 되는 거지? "
" 아, 여기 말고 저기다기 올려놔줘. "

" 아영아, 이거 써도 되는 거야? "
" 게임기? 응, 좀 오래되긴 했는데 써도 돼. "
" 음식이 별로 없는데? " 정한
" 그동안 여기 안와서 그래. "
" 이따가 장 봐오는 팀, 요리하는 팀, 정리하는 팀 나눌거야. "
" 티비 리모컨 어디있어? " 준휘
" 리모컨 아마 티비 앞, 바구니에 있을거야. "
" 와... 이 사진 진짜 오랜만이다... " 한솔
" 뭔데? 어, 그러게. 아영이 많이 컸다. " 승철

" 난 그냥 나이만 먹은 것 같은데? "
" 완전 그대로야. "
" 형들, 뭐 봐?? " 승관
" 아영이랑 승철형, 순영이형, 한솔이 아니야? " 명호
" 헐, 이 사진 진짜 오랜만이네. "
애들이 모여서 보고있던것은 4년 전에 (나와 승철이가 22살이고 순영이는 21살, 한솔이는 19살 때) 찍은 사진을 보고있었다. 사진 속 우린 앳되어 보였고 승철이는 삐져있던 순영이의 기분을 풀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난 한솔이의 등에 올라가 셀카봉에 핸드폰을 끼고 우리 모두를 찍고 있는 모습이었다. 4년 전에 깜빡하고 사진을 여기다 두고 갔었던 것 같다.
우리 별장을 탐험중이던 지수와 지훈이와 민규, 찬이가 지친건지 우리가 모여있는 거실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 주인, 나 배고파... "
" 그래? 그럼 이제 팀 나눌까? "
" 난 뒷 정리. " 순영
" 나도!! " 찬
" 나랑 장 봐 올 사람? " 승철
" 마트 위치는 내가 잘 아니까 같이 갈게. 맞다, 정한이랑 순영이는 절대 부엌쪽으로 가지마. "
" 알았어, 안갈게... " 정한
" 정한이랑 같이 뒷정리 할게. " 지수
" 나도 나갈래!! " 승관
" 나도 갈게. " 원우

" 난 요리! "
" 나도 민규랑 같이 요리할게. " 석민
그렇게 돼서 장 봐오는 팀은 나, 승철이, 원우, 승관이, 한솔이가 되었고 요리 팀은 민규, 석민이, 준휘, 명호가 되었고 뒷정리 팀은 정한이, 지수, 순영이, 지훈이, 찬이가 되었다. 승관이가 계속 나가자고 배고프다고 찡얼대는 탓에 짐은 풀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
한여름이라 더운 날씨에 나는 빨리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티로 갈아입고 나왔다. 짧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길 잘한 것 같다. 다른애들은 덥다고 마트까지 가는 길에 계속 찡얼찡얼거렸다.
에어컨이 빵빵한 시원한 마트 안에 들어오니 살 것 같다며 한솔이는 적극적으로 메모지를 들고 이것 저것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원우는 그런 한솔이를 보고 뭐 따라다니며 이상한 거를 카트 안에 안 담나 감시를 하러 따라다녔다. 승철이는 따로 이곳저곳을 구경중이었다.
승관이는 여수가 처음이고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무서운지 내 옆에 달라붙어서 팔짱을 낀 채 불편하게 이동했다.

" 아영아,.. 나 여기 무서워, 나가자… "
" 그치만 장은 봐야되잖아. "
" 아니면 구석으로 가서 햄스터로 변신할래? 내가 안고 다닐게. "
" 웅… "
결국 사람들이 잘 안오는 마트 구석으로 와, 승관이를 작을 햄스터로 변신 시킨 후 내 어깨에 올려두고 긴 머리카락으로 사람들이 승관이를 보지 못하게 가려주었다. 승관이는 그제서야 좀 괜찮아졌는지 내 옷을 꽉 쥐고있던 손의 힘을 약간 풀었다.
" 아영아, 내가 다 찾았어!! " 한솔
" 한솔이, 잘했어. " 아영
" 얘가 이상한거 집어 넣으려던 거 내가 간신히 막은거야... " 원우
" 오구오구 원우도 수고했어. " 아영
" 나도 오구오구 해줘. " 한솔
" 오구오구, 됐냐 이녀석아. "
자신도 오구오구를 해달라는 한솔이의 말에 약간 발 뒤꿈치를 들어 한솔이의 머리를 쓰담아주며 말했다. 한솔이는 기분이 업 됐는지 웃으며 계산대로 가 내 카드로 계산을 했다. 계산을 하고 나서야 승철이가 승관의 행방을 물어왔다. 그 물음에 난 대답 대신 승관이를 숨겨주고 있던 머리카락을 치워 보여주었다.
" 찍? "
" 계속 여기있었던거야? " 승철
" 응. 무섭대서 내 어깨에 올려두고 다녔어. "
" 겁쟁이. " 원우
" 찌이익,! "
원우의 말을 듣고 발끈한 승관이였다. 그런 승관을 진정시키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어서 그런지 집 안은 매우 시원했다. 장 봐온 것을 식탁 위에다 올려두고 거실 바닥에 대자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 누나!! " 민규
" 응, 민규, 왜? "
" 정한이 형이 고양이인 채로 자꾸 부엌 들어오는데 어떡해?? " 민규
" 아우 저 말썽꾸러기 "
민규의 말에 부엌으로 가보니 진짜 고양이의 모습으로 부엌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는 정한이가 보였다. 난 그런 정한이를 두 손으로 번쩍 들고 거실 1인용 소파로 와서 앉았다. 계속 내 품을 벗어나 부엌으로 가려고 버둥거리는 정한이를 꽉 잡고 턱 밑을 만져주었다. 기분이 좋아졌는 지 온 몸에 힘이 풀리고는 고로롱 고로롱 소리를 내었다.
" 야옹아, 여기 얌전히 있어. "
" 그르릉. "
잠은 언제잘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