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야 스비낭 무슨 일 있었어? 안색이 안 좋넹”
“…예? 아뇨 딱히”
“…있네 있어. 존나 무슨 일 있었네..기달, 나 이것만 먹고”
“먹는데 얼마나 걸려요”
“미안한데 이제 한 입 먹었거든? 이거 첫 끼란 말이ㅇ..”
“저 어제 여주한테 고백 했어요”

“… 어?”
연준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그대로 내려 놓았다.
고백을 했는데 저렇게 울상인거 보면 딱봐도 차인 것.
핸드폰을 꽉 쥐고 있는 수빈의 등을 토닥여줬다.
녀석.. 그럴 수 있는거야아.. 형이 괜찮은 여자 있으면 무조건 너부터 소개 시켜줄ㄱ,
똥땅띵ㅇ땅랑띵똥땅똥~!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수빈이 벌떡 일어났다.
덩달아 놀란 연준도 어정쩡한 자세로 얼떨결에 같이 일어섰다.
[여주]

“어 여주야! 도착 했어? 아 배터리가 없었다고.. 너 보조배터리 안 챙겼지. 오빠가 챙기라고 그렇게 말을 해줘도 응?”
“…”
“형 잠시만요 저 여주랑 통화좀!”
수빈이 나가는 모습만 어이없게 바라보던 연준이
작게 욕을 중얼 거렸다.

“..에이씨 입맛 떨어져”
.
.
.

“저질렀네 저질렀어.. 야 그래서 사귀냐?”
“아뇨 아직”
“아직? 아아지이이익???? 대놓고 썸 타겠다 이거네”
“.. 근데 저는 수빈 오빠가 나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오빠아아? 오빠아아아ㅏㅇ?”
“아 그만 놀려요!”
범규가 콜라를 마시며 낄낄 거리다 소주를 따랐다.
어느새 전멸. 대부분 자러 가거나 술 취해서 정신 못 차리는 학생들이 다수였다.
엠티는 생각보다 재미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그나마 옆에 범규 선배 있어서 다행이지 없었으면
얼마나 노잼이였을지..
“그러는 넌 수빈이 형 얼마나 좋아하는데”
“…”
“고백 받은게 갑작스러울 정도로 예상 못 한 건 아니잖아”
“..아 물론 설렌 적은 많지만”
“너 CC 잘 생각해라? 헤어지면 진짜.. 서로 불편해지는 거 알지? 심지어 우리는 같은 동아리잖아”
“…”
“둘이 잘되면 물론 좋겠지만 그냥.. 잘 생각 해보라고”
..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헤어짐까지
생각 해보라는 건 너무 가혹한 거 아니에요?
그치만 어느정도 맞는 말이라 말 없이 소주만 들이켰다.
그러고 보니까 범규 선배랑 이런 진지한 대화는 처음 해보는데.. 심지어 연애 상담이라니

“저도 여기 껴도 돼요?”
“어.. 태현이? 너 아직 안 잤어?”
“애들 챙기다 보니까 술을 제대로 못 마셨어”
1학년 과대 강태현
태현이가 슬쩍 내 옆자리에 앉았다. 범규가 흐린 눈으로
태현이를 빤히 바라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이야.. 뒤지게 잘생겼네”
“..감사합니다”
“너 노래 잘 해?”
“더 늘어야죠”
“이야.. 겸손까지”
워낙 친화력이 남다른 범규 선배와 다르게 나는 이 친구와
묘하게 느껴지는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 수빈 오빠는 자려나
“저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
.
.
(그 시각)

“..형, 저 담배좀”
“어엉 다녀와”
터덜 터덜 흡연구역으로 향하는 수빈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엠티.. 그래 엠티.. 재미있지. 이제 1학년이고 호기심도 많을텐데.. 다 즐겨 봐야지..
.. 전화 해볼까?

“아니야 괜히 대학 생활 방해하지 말자. 정신 차려 최수빈”
괜히 지 머리를 헝클어트린 수빈이 담배를 물었다.
칙- 칙-, 겨우 불이 붙은 담배 필터를 잘근 씹던 순간,
카톡!
[오빠 자요? 목소리 듣고 싶은데]
툭-
피우지도 못한 담배를 바닥에 떨궈버린 수빈이
누구보다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안 잤어요? 늦었는데”]
“…”
[“헉.. 제가 깨운 건 아니죠? 그러면 미안해지는데..”]
“아니, 아니 나도.. 너 목소리 듣고 싶었어”
[“…”]
“사실 너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
[“..맨날 봐서 몰랐는데 오빠 없으니까 되게 심심해요”]
“지금 나 보고 싶다고 돌려 말하는 거야?”
[“..치”]
“아니라고는 안 하네”
[“어느정도 맞는 말이니까 부정은 안 할게요”]
마음 한 구석이 간질간질 해져 계속 웃음이 나왔다.
아 어떡해.. 진짜 귀여워. 너무 귀여워
수빈이 잠시 고민했다.

“한 번 미친놈처럼 눈 딱 감고 너 있는데로 가면 안 돼?”
[“네?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해요”]
“농담 아니고 진짜 보고 싶어서 그래”
[“…”]
“응? 여주야”
[“.. 안 돼. 너무 멀어서 못 와요”]
결국 수빈이 참지 못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여주에게는 비밀이지만 지금 자신의 옆에 있었다면
억 소리 날 정도로 세게 끌어 안을 뻔 했다.
[“웃어? 끊어요”]
“아, 아아, 아 진짜 미안 진짜 진짜 미안”
[“저 어차피 자리 오래 비워서 들어가야 돼요”]
“..그래? 아쉽네”
[“얼른 집 들어가요! 미리 잘 자고!”]
뚝-
..뭐야 전화 끊은거야?
너무 매정하게 끊긴 전화에 서운해질 찰나에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페이스타임]
‘여주’

“..와 진짜 돌겠다”
수빈이 자기도 모르게 심장을 부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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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빠졌네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