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축제 시즌이 다가왔다. 그 말은 즉슨 다들 바빠졌다는 뜻.대학교의 꽃 축제. 그리고 주점. 당연히 학교의 간판인 txt 부원들은 필참이였다.

”실음과는 왜 이렇게 술을 좋아해“
”그게 힙합이거든요“
”..뭔”
“어쨌든 저희 과는 칵테일 하기로 했어요. 오빠는요?“
”우리는 복고 컨셉으로 주점“

“진부해. 경영학과는 그게 최선이야?”
“..야 내 의견 아니다. 그리고 대충 하면 되지 뭘”
“아니야 내 사전에 대충이라는 단어는 없어”
“그럼 멍충 하던가 미친”
별 시덥잖은 소리로 시간만 떼우고 있자니 슬슬 배가 고팠다. 나가기도 귀찮은데 걍 시켜 먹을래요? 여주의 말에 모두가 찬성했다. 딱 한 명만 빼고
“연준이 형 일어나요”
“…으응“
”일어나라니까요“
”…흠냐“
“..절대 안 일어나네”
수빈이 열심히 흔들어 깨워봐도 뒤척이기만 할뿐 절대 눈을 뜨지 않았다. 어떡하지 이 형 오늘도 안 먹으면 이틀째 굶는건데. 수빈의 말에 범규가 조용히 연준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존나 크게 소리쳤다

“헤엑!!!! 형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옷에 주스를 쏟아 버렸네!!! 이거 우야노!!”

“뭐?!?! 시발 어디!! 어디!!”
“히힣 구라에요“
“아 미친놈아 그거 내가 잠도 안 자고 만든 옷이라고 망가지면 나 이번 시험 재수강이야”
결국 극대노한 연준에게 등짝을 대여섯 번 얻어 맞은 뒤 저녁 메뉴를 통일했다. 오케이 족발 먹어보자고.
.
.
.
(축제 당일)
축제지만 피할 수 없었던 교양수업을 듣고 헐레벌떡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우리 과 애들 지금쯤이면 손님 몰려왔겠지? 그치만 범규의 예상과는 다르게 주점은 텅텅 비어있었다.

“뭐야? 칵테일은 여주가 만들기로 했잖아. 왜 다른 애가 만들어?”
“아.. 선배 그게 그러니까”
“왜 뭔데”
“….너무 맛 없어서요 (속닥속닥)”
범규의 눈치를 보며 말 하는 후배의 말에 엥??? 스러웠다.얼마나 맛 없길래 그래. 후배가 조심스레 여주가 만든 칵테일을 대령했다.

“꼴깍꼴깍”

“….”
범규가 조용히 잔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지금 여주는 어딨는데?
.
.

(같이 들어주세요)

“저기는 솜사탕도 하네.. 가볼까?”
“응! 같이 먹어요”
쫓겨난(?)여주는 수빈이와 데이트 중이였다. 슬슬 노을이 지는 시점에 수빈의 손을 꼭 잡고 다니니 마치 놀러온 것처럼 신났다. 학교 유명인 두 명이 손 잡고 돌아다니자 사람들도 시끌시끌 했다.
‘헐.. 둘 실물 처음 보는데 ㅈㄴ선남선녀’
‘수빈 선배 진짜 잘생겼다ㅠㅠ‘
’ㅊㅅㅂ ㄱㅇㅈ 아직 잘 사귀는 듯?’
커뮤니티에 올라왔지만 신경도 안 쓰는 둘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하하호호 그 자체였다. 솜사탕을 들고 부스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여주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신나게 뛰어갔다. 뛰지마 넘어져!
“버스킹 하나봐요! 저희도 구경 가요“
”야 야 실음과가 구경하면 저 사람 기 죽어“
”아 뭔 소리야. 얼른 얼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운 좋게 앞 자리를 차지하고 감상하고 있던 중 마이크를 잡은 사람과 수빈의 눈이 마주쳤다.
“어? 학교 유명인이 와주셨네요- 우와 다들 박수!“
”…? 네? 아, 아니 무슨“
눈에 띄게 당황한 수빈과 그 상황을 즐기는 여주. 수빈을 언급 하자마자 호응과 반응이 뜨거워졌다. 소심왕 수빈이 순식간에 귀가 빨개진 걸 발견한 여주가 키득거렸다.
“역시 반응이 너무 좋네요.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우니까.. 나와서 여자친구에게 노래 한 곡 어떠세요!”
이번엔 여주도 당황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핸드폰 꺼내서 촬영할 준비 완료. 개뜨거운 함성 소리에 안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오빠.. 부담스러우면 안 해도 돼요. 그냥 다른데 갈까?
여주의 예상과는 다르게 수빈이 벌떡 일어났다.

“… 안녕하세요. 안 나올수가 없어서 용기 냈습니다“
”여자친구한테 어떤 노래 불러주실거죠?!“
”..혹시 기타 빌려주실 수 있나요?“
“아 흔쾌히 빌려주죠! 어떤 노래일지 너무 궁금해진다”
“여자친구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노래에요. 어쩌다 보니까 여기서 처음 들려주네”
? 네?
여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수빈을 바라봤다. 어느새 인파는 더욱 많아졌다. 수빈이 기타를 만지작 거리며 목을 가다듬다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 나 하나도 괜찮지가 않아. 지금 널 이대로 그냥 잃어버릴까봐 널 보는 내 눈도 널 떠올리면 웃고 있던 내 입술도“
사랑이더라.
.
.
.
“… 진짜 말도 안 돼. 지금까지 안 들려주고 뭐 했어요”
“오늘 들려줬잖아”
“나 완전… 정말로 감동이야. 오늘은 평생 잊지 못 해요”
“..나도“
어느새 깜깜해졌고 둘은 나란히 걸으며 집에 가고 있었다. 금방 도착한 여주의 집에 둘은 아쉬움을 토해냈다. 여주가 수빈의 소매 끝을 만지작 거리며 몸을 베베 꼬았다.

“들어가기 싫어? 아직은 추워 여주야 얼른 들어가“
”…오빠“
”응?“
”우리 집에서 자고 가요“
”…“
코피 펑.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래는 데이식스 버전 ‘있잖아’ 입니다. 가사가 수빈이가 했던 짝사랑과 잘 어울려서 가져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