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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집으로 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자기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나는 대책없이 그 아저씨를 따라왔고.
아저씨네 집은 그냥 작은 원룸이었다. 그럼에도 꽤 아늑하고 깔끔한 집이었다.
"저어기, 소파에 앉아있어."
내가 소파에 가서 앉아있자 아저씨는 나에게 따뜻한 코코아를 건네었다. 자세히 보니 이 아저씨, 되게 잘생겼네. 옆으로 긴 눈, 크고 오똑한 코, 시원하게 생긴 입까지.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법한 얼굴이었다.
"아저씨, 되게 잘생겼네요?"
"야, 아저씨라니. 너는 이런 생명의 은인에게 처음으라 하는 소리가 그거냐? 그리고, 이렇게 잘 생긴 아저씨가 어딨냐? 딱봐도 오.빠. 구만."

"잘 봐봐. 어딜 봐서 아저씨야."
"흡..."
순간 무서웠다 훅 들어와서. 우리 아빠같이 나 칠까봐.

"미안미안. 장난이었는데, 놀랐어?"
"아, 네... 죄송해요...."
"그럼 이제 말해봐. 왜 집나와서 사연 많아보이는 표정으로 울고있었는지."
".....그게,..."
여태까지의 나의 삶을 모두 털어놓았다. 사실 나는 가정폭력을 당하던 아이였다고. 너무 많이 외로웠을 때 만났던 첫사랑이랑 오늘 헤어졌고 엄마는 오늘 도망갔다고. 그래서 집에서 도망나왔다고 다 얘기했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돌아온 건 동정도 무관심도 아닌 내가 그토록 바랬던 위로 한마디, 따뜻한 포옹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밝고 씩씩하게 잘 컸네. 기특하게도."
어리게만 보였던 이 아이가 왜인지 자신보다 어른으로 느껴진 성재였다. 꽤 많은걸 지고 살았구나. 그리고 되게 무겁고 아팠겠구나. 이 어린애한테는.
"네... 그런 환경 치곤 제가 좀 잘 컸죠? 헤헷"
"근데 학생 너는 이름이 뭐야?"
"여주요. 김여주. 나이는 열여섯. 이제 중3되고요 이 집 근처 투비중학교 다니고요. 아저씨는요?"
"나는 육성재. 스물다섯이고 투비대 다니고있고."
"그럼요 아저씨, 저 결심했어요."
나는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난 그만큼 절박했으니까.
"뭘?"
"저 아저씨네 집에 얹혀살게요."

"??????뭐? 안돼요."
너무 대담한 이 중딩의 말에 성재는 아주 많이, 당황해버렸다.
"월세도 드릴게요..."

"싫어요."
"야, 니가 몰라서, 아님 너무 절박해서 이러나본데 나 성인 남자야. 그것도 스물 다섯! 혈기왕성! 몰라?
내가 너랑 같이 살다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너?"
"아뇨, 전 딱 느낌 왔어요."
"아, 또 뭐가!"
"아저씨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제가 딱 보고 느낌이 뙇! 왔어요."
"아냐아냐. 너 느낌 안왔어. 그러지 말고 다시한 번 잘 생각해봐. 너 이렇게 여자애가 함부로 막 생판 모르는 남이랑 이러는 거 아니다 너?"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딱 3번만 매달리고 아니면 돌아서는 뒤끝은 전~혀 없는 쿨한 여잔데 아저씨가 이렇게 결사반대를 하시니 전 이만 나가볼게요."
"정말? 그럼 내가 딱 하루는 봐줄게.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오늘은 있다 가."
"아뇨. 괜찮아요. 저 지금 나갈거에요. 저는요, 아저씨가 이렇게 정없고 무책임한 사람일 줄 몰랐어요. 고작 16살밖에 안된 순진한 중딩을 집에, 그것도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데려와서, 위로도 해주고, 코코아도 주고! 난 당연히 먹여주고 재워줄려고 데리고 온 줄 알았지. 이럴거면 저희 통성명은 왜 했나요? 어쩔 수 없네요. 불쌍한 저는 이렇게 내쫒겨지는 건가요... 잠시나마 감사했습니다. 그럼 전 이만....
안녕히계세요."
"야... 야! 잠깐만!! 너......너 ,어디로 가게!!"
"다시 집으로 가야죠 뭐. 전 쫒겨났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빠한테 맞기밖에 더 하겠어요?"
너...뒤끝따윈 없다면서..... 전혀 없다면서.... 이렇게 매정할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미안해진다.
"자... 잠깐만!"
"왜요.. 저 지금 쿨하게 돌아서는 중인데."
"아니, 야.... 그럼 우리집에 얹혀 살던가....."
"와, 정말요? 그럼 저는 사양말고 얹혀살게요. 제가 지금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요. 감사합니다!"
아싸. 걸려들었어. 되게 기분좋아. 역시 간절하면 통하는구나.
"아저씨!"
"뭐,왜."
"월세는 아직 미성년자인 저를 봐서 10만원으로 합의 보죠. 앞으로 잘 지내봐요!"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여주와 뭔가 속은 기분이 드는 성재였다.

안녕하세요!! 파랑이임당...!! 우여곡절 끝에! 여주는 성재네 집으로 침이ㅂ... 이 아닌 얹혀살기로 했습니다... 대담한 성격의 여주 넘 기엽지 않나여.... 그럼 여주가 귀여워져버린 김에 저는 이제 자러 가야겠어요.. (그렇게 점점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파랑이의 글.....)
그럼 독자여러분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