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02. 기억을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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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걷는 시간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비벼 눈물을 닦기도 해봤고, 입술을 꽉 깨물며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들은 한 번 터진 눈물샘을 잠그기에 한없이 부족했다.





“울지 마요. 예쁜 얼굴 다 망가진다.”





그의 목소리가, 그의 말투가 너무나 다정해서 더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처음 본 사람한테 쓸데없이 다정한 건 걔도 마찬가지였다. 이준도 이 남자처럼… 아니, 어쩌면 이 남자보다 더 다정했던 것 같기도.

얼굴이 시뻘게져 숨이 곧 넘어갈 듯 울어대던 내가 울음을 조금씩 멎게 된 건, 맞은편에서 같은 알바를 하고 있던 민윤기 덕분이었다. 민윤기는 금방 달려와 나와 그 남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마치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말이다. 민윤기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민윤기 역시 나와 같은 사람을 떠올린 거다.

민윤기는 그 남자에게 고개를 한 번 숙여 실례한다는 뜻을 전한 뒤, 내 앞에 섰다.





“김여주, 정신 차려. 너 여기서 이러면 안 돼.”

“그, 그렇지만…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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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걔가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여주야. 응?”





민윤기의 말이 맞다. 이준은 여기 있을 리가 없다. 그걸 누구보다 너무 잘 아는 나인데, 그걸 알면서도 진정이 잘되지 않았다. 나와 이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민윤기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더니 나를 근처 벤치에 앉혔다.





“앉아서 좀 쉬고 있어. 사진은 내가 찍을 테니까.”





그렇게 민윤기가 내게서 멀어지고, 나는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흡사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아이 같았다. 그런 나의 입에서는 ‘이준’ 그 이름이 계속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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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눈물이 멎어 코를 훌쩍이던 때, 눈앞에 누군가 내민 사과 맛 캔 음료가 보였다. 발끝을 향해 있던 나의 시선은 점점 위로 올라가 캔 음료를 건넨 주인공과 눈이 마주쳤다. 내 앞에 서있던 건 아까 그 남자였다. 이준을 똑닮은 바로 그 남자. 그를 보자마자 나는 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놈의 눈물, 어디가 아픈 게 틀림없다.





아까도 나 보고 운 거죠?”





이준과 그 남자의 다른 점. 그는 이준보다 눈치가 빨랐다. 뭐… 얼굴을 보자마자 울어댔으니 눈치가 없어도 알만 한가. 그 남자의 물음에 대답 대신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나의 눈물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 남자는 내 손에 사과 맛 음료를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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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울지 마요.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더 예쁘잖아요. 목마를 텐데 이것도 좀 마시고.”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더 예쁘다… 그 말이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같은 말을 해주던 그날의 이준이 내 앞의 남자와 자꾸만 겹쳐 보여서 이상하게 눈물이 터져 나온다.





“어, 울지 말라니까…”

“저기…!”





무의식적으로 그 남자의 손을 잡았다. 왠지 이대로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를 잡았다.





“… 이름이 뭐예요?”

“전정국. 전정국이에요.”





그는 싱긋 웃어보이며 답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이준이 아닌 전정국이다. 나는 이것을 머리에 새기면서도 그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이준… 그리고 전정국. 이준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머릿속을 침범한 건, 이준이 떠난 뒤, 이번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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