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06. 기억을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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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걷는 시간















전정국은 순수한 호기심에 물은 거 였을 거다. 주변 학생들 모두가 본인을 보고는 하나 같이 다 그 이름을 부르는 걸 듣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나 역시 그들이 신경쓰여 표정을 구겼으니 말이다.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나는 민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민윤기는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고, 그 뒤로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친다.





“우리랑 같은 학년인가?”

“같은 학년이긴 한데… 갑자기 이준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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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꽤 많이 들려서.”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애써 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정국은 여전히 이준에 대해 궁금한 모양이었고, 나는 여전히 이준에 대해서는 말하기 힘들었다.

시간이 나를 돕는지 때마침 2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덕분에 전정국의 팔을 잡고서 교실까지 달렸고, 그 질문은 다시 들어간 듯 싶었다.





“여기 앉으면 돼. 빈자리거든.”





전정국을 내 옆에 앉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우리 반에 남은 자리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이준과 무지 닮아있는 너를. 반 애들의 시선은 또 다시 내게 향했다.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했고, 내 대각선에 앉아있던 민윤기는 나를 걱정스레 쳐다봤다.





‘너 어쩌려고 이래.’

‘알아서 할게.’





민윤기의 입모양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민윤기의 신경이 곤두섰을 때만 나오는 버릇, 바로 미간 구기기. 민윤기는 지금 내 옆에 앉은 전정국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물론 그게 내 걱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민윤기의 걱정보다 전정국이 먼저였다.

알아서 한다는 내 입모양을 아주 잘 이해한 듯, 민윤기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렇게 위태로운 3교시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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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시였던 한국사 수업이 단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오랜만에 채워진 내 옆자리 때문이었다. 나와 달리 전정국은 수업에 아주 잘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책상에 팔을 괴고 그런 전정국의 옆모습을 수업 내내 지켜봤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각자 떠들기 바빠 반이 시끄러워졌다. 쉬는 시간을 기회 삼아 민윤기는 내 자리로 왔고,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김여주, 그만해.”

“내가 뭘 했다고.”

“전정국한테서 이준 그 자식 보는 거 다 보여.”





한국사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건 나 뿐이 아니었나 보다. 민윤기 역시 그랬던 거다. 하지만 민윤기의 시선이 가는 곳은 전정국이 아닌 나였다. 민윤기는 수업 시간 내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눈빛을 다 읽었겠지.





“…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눈빛이나 숨기고 말하던가.”

“내가 전정국한테서 이준을 보든 말든, 너랑은 상관 없잖아.”





실수했다. 민윤기가 제일 싫어하는 말들 중 하나가 내 일에서 자신을 제외시키는 것이었다. 너랑은 상관 없다는 말을 내뱉자마자 아차 싶어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민윤기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민윤ㄱ,”

“상관 없다라… 정말 그래? 걔 떠나고 너 힘들어하는 거 내가 뻔히 다 봤는데, 따라 죽으려던 것도 내가 잡았는데 왜 상관이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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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잠잠해진 네가 다시 뛰어들겠다고 하는 걸, 그럼 난 그냥 지켜봐야 하는 거냐?”





민윤기의 말에는 항상 틀린 게 없다. 그래서 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민윤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민윤기는 상처받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쉬는 시간이 끝나버렸다. 민윤기가 먼저 교실로 들어갔고, 뒤따라 교실로 들어갔을 때, 모든 것들에 금이 가고 있었다.





“이준, 걔 제작년 11월에 죽었어. 그것도 여기, 학교에서.”





입 털기 좋아하는 애들이 전정국을 둘러싸고 이준에 대해 나불대고 있었다. 전정국은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교실로 들어오고 있던 우리와 눈이 마주쳤고, 떠들썩 하던 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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