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햇살에게

나의 햇살에게.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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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여주가 클럽의 어떤 남자와 부딪혔다. 와장창 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남자는 술을 뒤집어썼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정장에서 술이 가죽 구두로 뚝뚝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 미쳤어? 미친 계집애가... 이 옷이랑 구두가 얼마인지 알아?"
"... 늦었는데."
"뭐?"
"400만 원짜리 구경 잘 했으니까 이거 먹고 비켜주세요."






여주가 주머니에서 꼬깃 해진 수표를 테이블에 두고 머리를 쓸어넘기며 VIP룸으로 걸어갔다. 그도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 재밌는 여자를 찾은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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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지나간 자리를 흥미롭다는 듯 보는 그였다.

































"윤기야 많이 기다렸어?"
"아니, 얼마 안 있었어."
"어떤 똥파리가 꼬여서 처리하느라."





여주가 한껏 울상인 얼굴로 윤기의 품에 기댔다. 여주는 윤기를 두 팔로 끌어안고 숨을 들이마셨다. 윤기의 머스크향이 여주에게 기분 좋게 스며들어갔다.





"다음부터는 그냥 밖에서 만나자. 클럽 너무 별로야."
"누나가 좋은 게 나도 좋아."
"으이구 귀요미. 귀요미는 저런 사람들처럼 막 몸 섞고 하지 마. 진짜 별로야."





윤기가 여주의 겉옷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에 잡히는 담뱃갑과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 입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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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누나 담배는 끊을 생각 없어?"
"어? 담배는 왜?"
"... 냄새 별로야."
"윤기 말이니까 끊으려고 해볼게..."






윤기는 딸기사탕의 껍질을 까 여주의 입에 넣어주었다. 담배 대신 사탕을 빨아라는 말과 함께.





"알겠어... 노력해 볼게."
"착하다 우리 누나."





윤기의 품에서 도르륵 사탕을 굴리며 윤기의 쓰다듬을 받는 여주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포근하고 노곤노곤했다. 왜 벌써부터 너의 품이 듬직한 것 같을까. 윤기야. 왜 넌 날 항상 무방비하게 만들어. 아찔하게. 여주가 윤기와 조금 떨어져 윤기의 턱을 쥐었다.





윤기의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뜯어보고 눈에 한참을 담고서야 윤기의 입을 물었다. 자신의 혀로 굴리는 윤기의 입술에서는 딸기향과 또 다른 달콤한 향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무알콜 칵테일의 향 같았다. 무알콜 칵테일의 향과 어우러진 딸기 향은 딸기라떼보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혀를 섞었다. 그를 사랑하는 오늘은 다른 평소보다 더욱 기분이 좋았다.





"으응, 숨 차 윤기야."
"오늘은 안 놔줘 누나."





윤기가 다시 여주에게 입을 맞추며 몸이 더욱 달았다. 이 방의 공기도 딸기 사탕같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급하게 여주의 허리를 지분거리는 윤기의 손길이 애새끼같이 느껴진 여주가 입꼬리를 올리며 윤기의 혀를 옭아맸다.





"윤기야 누나 먹을 거면 좀 더 커서 와."





10년 전에나 썼을 것 같은 구린 멘트에 둘 다 빵 터졌다. 여주는 윤기의 입술에 몇 번 더 입을 맞추고는 미리 시켰던 칵테일을 들이켰다. 독한 술에 머리끝까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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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빨리 마시지 말라니깐..."
"으응? 괜찮아. 나 빨리 안 가는 거 알잖아."
"... 그래도..."
"아구 귀여운 우리 윤기."






여주가 윤기의 볼을 반죽하듯 만지작 거렸다. 이렇게 귀여운데 미친개 소리를 들어. 속상하게.

윤기가 빨개진 귀를 만지작거리다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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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 응."
"
"... 윤기야 내일 사교모임 와?"
"잘 모르겠는데 갈 것 같아."
"가기 싫다, 그치."
"난 누나 얼굴 봐서 좋은데."
"말은 또 청산유수지."






사교모임은 돈 자랑과 가식적인 친목을 다지는 곳이었다. 그저 그런 용도였다. 클럽에서 나온 뒤 한숨을 푹 내쉬고 빨간 불인 신호등 앞에 멈춰 멍하니 허공을 주시하는 듯한 윤기를 보았다. 윤기도 눈길을 느낀 건지 나를 쳐다보았다.






"힘들어?"
"... 그냥 조금."
"... 손 잡자."
"... 응."






그저 따뜻한 윤기의 손에 차가운 나의 손을 겹칠 뿐이었다. 차가운 입김이 더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