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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의 이번 겨울은 유난히 시렸다. 하얀 눈이 내리기보다는 눅눅한 안개가 그녀를 감쌌고, 따뜻한 코코아 대신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 마시는 듯 했다.

"나 많이 늦었어?"
"아니. 나도 나온 지 얼마 안 됐어."
"응. 얼른 들어가자. 춥다."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 같은 민윤기에게 감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차가운 나날들에 갇혀 괴로웠던 김여주니까.
여주의 정적을 깬 건 정장을 빼입은 어린 남자로부터였다. 반짝거리는 구두와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멘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
"... 누구?"
"네가 며칠 전에 수표 줬잖아. 5일 전이었나."
"아, 그 400?"
"뭐, 그렇게라도 기억해 주니 고맙네."
"용건이 뭔데."
"음, 없어."
"뭐?"
여주는 황당하다는 듯 정국을 쳐다보고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정국은 그런 여주를 다시 돌려 본인을 보게 만들었다.
"내가 민윤기에 대해 더 알려줄게."
"너가 걔를 어떻게 알아."
"진짜네. 민윤기에 반응하는 거."
"빨리 답 해."
"걔 유명하잖아. 또라이로."
"알아듣게 말해 봐."
"궁금하면 번호 찍어."
정국이 건넨 폰을 여주가 받았다. 112를 찍고 여주는 그 가게를 벅차고 나갔다. 폰을 도로 돌려받은 정국의 웃음소리가 여주의 귀를 찔렀다.

"아, 진짜 사람 눈깔 돌게 만드네."
얘를 어떻게 가지지.
민윤기를 직접 만난 건 그로부터 3일 뒤였다. 학교가 끝난 민윤기를 만났고, 나는 그의 대학교 발표를 같이 보러 카페에 음료를 시키고 앉았다.
"6시에 뜬다고?"
"응. 3분 남았어."
블루레몬에이드를 마시는 윤기의 눈동자가 옅게 흔들렸다. 윤기의 손을 잡은 여주가 그런 눈동자를 마주했다.
"붙을 거야."
이상하게 윤기는 김여주에게 기대게 되었다. 긴 웨이브 머리에 눈을 꼭 감았다.
"... 수험번호."
"... 붙었어."
네가 나와 함께 대학교를 다니는 거구나. 정말 궁금했다. 대학생의, 성인의 민윤기. 20살 새내기의 민윤기. 분명 인기가 많겠지. 돈도 많은데 공부도 잘하니.
"축하해."
"누나 덕분이지."
"윤기 너가 열심히 한 결과야."
"... 고마워."
여주는 기가 서린 음료를 쥔 채 물기가 서린 목소리로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는 한없이 작아 보이는 윤기를 안았다. 함부로 훔친 적 없는 윤기의 입술을 물었다. 옅게 입술을 빨자 윤기의 눈에서 물이 흐르고 입안으로 짠맛이 느껴졌다. 고3 그 이름만으로도 1년을 힘드게 만드는.
"나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
"저녁 식사 때문에?"
"응. 오늘 고마워 누나."
"내가 더. 잘 가, 윤기야."
윤기의 둥근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윤기는 특유의 입동굴을 보이며 딸랑이는 소리를 내는 카페의 문을 열고 찬란한 주황빛의 노을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여주는 미뤄두었던 과제의 자료조사를 위해 노트북을 다시 켰다.

"나 배우로 전향할까 봐."
"어. 전국민 사기극도 칠 수 있을 듯."
"오늘 물 좋냐."
"존나."
윤기와 대화하는 P의 차에는 윤기가 미리 넣어둔 까만 워커와 라이더 재킷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언제 만났던 건지 기억도 안 나는 그녀가 선물해준 빨간 컨버스에서 까만 워커로 갈아신고 후드집업을 벗고 라이더 재킷에 팔을 넣었다.
"언제 할 건데?"
"글쎄. 짧으면 이틀 길면 3주 뒤."
"좀 당겼네?"
"신입생 환영회에서 무너져 있는 걸 보면 재밌겠구나 싶어서."
"민윤기 답다."
윤기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P의 얼굴은 보기 좋게 피어있었다. 윤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재미있다는 듯.
"여주야."
"응?"
"혹시 ppt 너가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희준 선배가 연락을 안 봐서."
"그 선배 또 그러신대?"
"응. 미안해 진짜. 내가 추가로 자료조사해서 보내줄게."
"고마워."
이희준. 유명한 선배였다. 이번에 내가 신입생으로 들어오면서 전역한 선배였다. 나와 친해진 선배들마다 조심하라고 했다. 조별 과제 빤쓰런으로 유명하다고. 정말로 선배와 만난 첫 조별 과제에서 선배는 자료조사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배는 나무위키를 복사해와 했다고 우기곤 했다.
"시발..."
그런데 이 짓을 또 하고 있다니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키도 작은 게 키부심이 강한 사람이기도 했다. 여자들에게 키가 작다는 둥 플러팅을 조지게 걸었다. (다 까였다.)
그때 민윤기는 P와 함께 스테이지에 있었다. 적극적이고 화려하며 글래머스러운 몸매들을 가진 여자들과.
쫌쫌따리 쓰다보니 늦어졌네요 (´°̥̥̥̥ω°̥̥̥̥`)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구독자 수가 두 배로 수직 상승 한 걸 보고 입을 못 다물었어요...
천천히 굴러가는 계정이니 천천히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6위 정말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