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_ 모든 것이 무너지는 날
_
_
얼마나 누워있던 것일까 온통 새하얀 방에서 눈을 뜬 제인이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쉐리가 나타났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 마냥 돌진하던 쉐리가 제인의 품에 쏙 안겼다. 어린아이 같기도 한 그의 모습이 오늘따라 마냥 귀여웠다.
"...제인"
"제인-"
자신의 품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속삭이는 쉐리에 대답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입을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중요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만 뻐금뻐금 거리는 제인의 모습에도 쉐리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제인 있잖아.. 난 제인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 때문에 이런 나뭇가지로 당신을 헤치지 마.."
자신의 심장에 박혀있어야 할 나뭇가지가 쉐리의 손에 들려있었다. 멀리서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을 거라는 생각에 심장이 아파왔다. 마치 그때 죽어가던 쉐리를 구하지 못해 아팠던 그 감정을 쉐리도 똑같이 느꼈을 거라는 생각에 심장이 미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 행복만 가득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둘은 조금 힘들었지만, 빙글빙글 돌아 서로의 품에 돌아왔다.
"
"있잖아.. 난 제인이 날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어."
이제 행복만 가득할 것 같았는데.. 쉐리는 자신을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쉐리?' 어느새 자신의 두 눈을 바라보던 쉐리는 다 안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웃고 있음에도 쓸쓸한 표정이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런 표정이었다. 그렇게 슬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체 왜 자신을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향해 웃는 쉐리의 표정에 화까지 났다. 날 향해 웃는 그 표정을 일 그러버리고 싶다는 충동도 들었다.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자신의 잊고 잘 살아가 달라니.. 제인으로써는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말로 가득했다.
"사랑해 제인.. 내 몫까지 열심히 살아줘"
그런 쉐리의 말에 속박이라도 된 양 움직여지지 않았다. 불안함이 온몸을 감싼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두 번 다시 쉐리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있는 힘껏 발버둥치는 제인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쉐리. 그와 동시에 뻥 뚫린 바닥으로 꺼졌다.
"사..랑해 제인..."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내 사랑 잘 가"
툭.. 투둑_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이 누운 제인이 요동치는 하늘을 바라봤다. 분명 그도 나를 사랑한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말로 날 사랑한다면 이런 지옥으로 다시 보낼 리 없었다. 심장이 욱신거린다. 이미 자신의 심장을 파고든 나뭇가지는 사라지고 없었음에도 그 자리가 욱신거렸다. 심장을 파고들던 그때보다 어쩌면 더 아팠다. 눈시울이 뜨겁다. 어느새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머리카락을 적셨다.
"쉐리.. 여태까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거야?"
아무도 없는 숲 속 절벽에서 누군가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