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숨길 수 없는 기분
“ ..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
“ 그래, 그리고.. 미안해 “
“ 아저씨가 뭘요.. “
“ .. 잘 지내고 가끔 안부 물어보러 올게 “
“ 아저씨는.. “
“ 어? “
“ 내 편..맞죠? “

“ .. 응, 난 니 편이야 “
“ ㅎ.. 잘가요. 안녕 “
“ 그래. “
아저씨들과의 상의끝에 나는 다시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물론 상의할때 아저씨는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걸..
덜컥,
“ 나왔어! “
“ 이, 이여주?! “
“ 누나! “
“ ㅎ.. “
가족들 앞에선 티내고 싶지 않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사랑해서.. 아프다고, 지금 너무 슬픈데 위로 좀 해달라고.. 맘놓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다.
“ 뭐야~! 영영 안올것처럼 좋다고 가버리더니 “
“ 그..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놀러왔어! “
“ 그래? 그럼 언제 가는데? “
“ .. 한달 “
“ 한달? 꽤 기네.. 혹시 싸운거야? “
“ 아니야! 그런거.. “
“ ㅎ 아무렴 어때! 오늘은 이여주도 왔으니까 파티다! “
“ 오빠..! 나 오늘은 좀 피곤한데.. 우리 파티 내일하면 안될까? “
“ 그래..? 그럼 뭐, 알았어. 들어가서 쉬어 “
“ 고마워 ㅎ “
오빠의 실망한 표정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파티를 할 힘이 없다. 그냥 축 늘어진다. 몸도, 기분도
오랜만에 보는 방이 뭔가 어색하다. 아저씨네 있던 방이 더 크고 좋았는데.. 아냐, 전엔 잘만 썼잖아
나는 짐도, 옷도 다 그대로 둔 채 몸을 침대에 기댔다.
“ 하.. “

“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먹었다고.. 한숨쉬지마, 안좋아 “
두근,
“ .. 씨X 벌써 보고싶어하면 어떡해, 이여주 “
정신차리자, 정신차리자, 보고싶어하면 안된다. 계속해서 머리에 주입을 시켜도 이 멍청한 마음은 자꾸만 그리워한다.
주르륵,
“ 하.. 진짜 화내고 울고 웃고.. 나 진짜 어디 아픈가 “
울고 웃고.. 또 그거에 화내고.. 나 진짜 어디 아픈거같다. 어디가 좀 많이 아픈거 같다.
결국 밤새 우느라 한숨도 못잤다. 아니 정확히는 잘 수 없었다. 그냥 울기만 하면 울다 지쳐 잠들 수라도 있지.. 자꾸만 마음 한켠이 쿡쿡 아파와 지쳐 잠들 수도 없다.
다음날,
“ 이여주! 밥먹어 “
“ 어.. “
잠시후,
스윽,
탁,
“ ㅇ..야 왜 여주방에서 붕어가 나오냐, 찬아..? “
“ .. 하하 “
반응하기도 힘들다. 화를 낼 힘도 없고.. 웃을 힘은 더더욱 없다. 그냥 삶의 회전체가 없어진 기분이다.
내 기분을 눈치챈건지 이석민과 찬이는 뻘쭘해했다. 으이그.. 그러게 왜 장난을 치고 난리야.. 기분 찝찝하게
“ ㄴ.. 눈은 왜 부은거야? “
“ 푹자서 그래, 푹자면 얼굴 부어 “
“ 그래..? 그렇구나.. “
“ 어. “
스윽,
오랜만에 보는 우리집 밥상에 먹을 힘은 없지만 억지로 숟가락을 들어보았다. 이석민이 또 요리 하나는 잘한단 말이야
2. 기댔던 무릎이 그리워져오니까
“ 잠깐밖에 좀 다녀올게 “
“ 왜? “
“ 친구, 승관이 좀 만나고 오려고 “
“ 아.. 알겠어! 빨리 와 “
승관이는 무슨.. 저 오빠는 늘 까먹어, 걔 지금 제주도에 있다니까.. 요정아저씨 만나러 가는건데
아저씨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뭐.. 나야 좋지. 먼저 연락할 깡도 힘도 없었는데
약속장소로 가보니 저 멀리 아저씨가 보였다.
“ 오랜만이네요. “
“ 그래? 어제도 만난거 같은데 “
“ 치.. 그냥 한번 해본 말이거든요? “
“ ㅎ.. 잘 지내고있어? “
“ 잘지낸다고 하면 안믿을거 같으니까, 아니요. “
“ .. 호시도 똑같아 “
“ 죄책감 때문에 그런거겠죠? “
“ 아마, 약도 말을 안듣고.. 하 이번엔 정말.. 힘든가봐 “
“ .. 솔직히 말하면 “
“..?”
“ 아직도 아저씨가 좋아요. 보고싶고.. 안기고 싶고.. 같이 걷고싶고.. 근데 내가 만약 계속 아저씨옆에 있으면 “
“ ... “
“ 죄책감이 더 커져버릴거 같아서.. 그래서 다가가질 못해요, 아니 안다가가고 있어요. “
“ .. 너도 힘든걸 아니까 딱히 할말이 없네 “
“ 근데 나는 왜 부른거에요? 이렇게 안부를 물으러 왔을린 없고 “
“ 사실은.. 너한테 부탁을 하러 온건데 “
“ ..? 무슨 부탁이요? “
“ 호시.. 한번만 더 생각해줄 순 없냐고 “
“ 아저씨.. 그건.. “
“ 알아. 너도 지금 충분히 힘들꺼라는거 “
“ ... “
“ 좋아해달라곤 안해, 니 마음이 어떤지 아니까. 그 대신.. “
“..?”
“ 호시.. 한번만 만나주면 안될까? “
“ .. 오히려 그게 독이 될 수도 있어요. “
“ 하지만.. “
“ 지금은 힘들더라도 나중에 아저씨의 진짜 인연을 찾으면 그땐 괜찮아지겠죠, 괜히 예전 관계에 미련두게 만들지 말아요. “
“ 이여주.. “
“ 요정아저씨라.. 왠만한 부탁은 다 들어줄려 그랬는데.. 미안해요. 안될것같아요 “
“ 얘가 밤새 계속 끙끙 앓아. 그러면서 니 이름을 계속 불러 “
“...!!”
단단하게 잡고 있던 마음이.. 강하게 흔들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솔직히 누구보다 강해보이던 아저씨가 그런다니까 조금 심하게 흔들린다. 얼마나 죄책감이 크길래..
“ 한번만.. 한번만 만나줘. “
“....“
한번만 눈 꼭 감고 만나볼까..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한번은 만나볼까
“ 알았어요. 요정아저씨 부탁이니까 “
“ ㅈ..진짜? “
“ 만나볼게요. 내일 아저씨보고 우리 집앞 공원으로 오라고 해요. “
“ 알았어! “
“ 그럼 나 이제 가봐도 되죠? 오빠가 일찍 들어오라고 해서 “
“ 데려다 줄까? “
“ 아니요, 혼자 갈 수 있어요 ”
“ 그래..? 그럼 잘가고.. 진짜로 “
“..?”
“ 고마워. “
늘 투닥거리긴 해도 친구는 친군가 보네.. 저런 친구 한명이라도 만들어놓을껄.. 나 진짜 조금은 잘못살았나봐 저런 친구 하나 없는거 보면..
쓸쓸해지는 마음을 뒤로 하고 난 집으로 걸어갔다. 너무 빨리 가을이 와서 그런지 쌀쌀한 공기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 아저씨를 만난게.. 초여름이였는데 벌써 가을이네 “
늘 시간이 늦게 가는것 같았는데 왜 지금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것같은걸까.. 내가 너무 행복하게 보내서 그런가? 보통 공부할때보다 놀때 더 시간이 빨리가니까..
“ 근데 진짜 난 18년이나 살았는데 그 긴 시간동안 친구 하나 안만들고 뭐했지..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왠지 하나가 안풀리니까 다 잘못된것처럼 보인다.
3. 조금만 더
“ .. 되게 오랜만이네요. “
“ .. 그래 “
사실 오랜만이 아니다. 내가 우리집에 다시 온진 3일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가 없었던 그 3일이 아저씨와 지냈던 4개월보다 더 길게 느껴졌어서 그냥 오랜만이라고 했다.
“ 눈이.. 많이 부었네요. “
“ ... “
“ 요정 아저씨한테.. 대충 듣긴 들었는데.. “
“ .. 그래 “
“ 힘들어도 잘생긴건 똑같네. ㅎ “
“ ... “
어색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농담을 던졌는데.. 효과가 없는거 같다. 하긴.. 지금 내가 무슨 소릴해도 다 슬프게 들리고 죄책감이 앞서겠지
“ 죄책감.. 너무 많이 갖지 마요. “
“ 어..? “
“ 난.. 아저씨가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마 아빠도 그걸 원할꺼에요. 하나뿐인 딸이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자신을 죽였다 해도 “
“ ... “
“ 우리 아빠는.. 늘 자신보다 우리 남매가 우선이였던 사람이였으니까 “
“ 하지만.. “
“ 죄책감은 갖지 말아요. 그리고 내 마음은.. 내가 잘 정리해볼게요. “
“ ... “
“ 우리 이제 이 만남을 끝으로 진짜 그만.. 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
“ .. 조금만 더 “
“ 네..? “
“ 니가.. 조금만 더 다가와주면 안될까 “
“ 그게 무슨 뜻이에요..? “
“ 이제야 정확해져서.. 전하지 않으려 했는데 “
“ ... “

“ 내가.. 널 좋아하는거 같아서 “
이제야 듣는 그 사람의 진심이.. 슬프면서도 달달하게 들려온다. 아직 아저씨를 많이 좋아하고 있단 뜻이겠지.. 그렇지만..
“ .. 아저씨야 말로.. “
“..?”
“ 조금만.. 더 빨리 다가와주지.. “
“ 그게.. “
“ 그럼 나 소원 하나만 들어줘요. “
“ 뭔..데? “
“ 한번만.. 나 안아주면 안되요? “
“ .. 어? “
“ 계속해서 생각했는데 막상 말하진 못했어요. 아저씨가 작전 갔다왔을때도, 놀이공원에서도.. “
“ ... “
“ 어쩌면 마지막일지..ㄷ 아니 마지막이니까 “
“ ... “
한번만.. 정말 한번만..
“ 나 좀.. 안아줘요. “
나의 말에 아저씨는 잠시 망설이더니..
꼬옥,
“ .. 따뜻하네, 아저씨 품 “
“ .. 그러게. “
“ 아저씨.. “
“ 왜.. 불러 “
“ 마지막이니까 하는 말인데요.. “
“..?”
“ 사랑해요. ㅎ “
또르륵,
“ .. 나도 “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안고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떨어지기 싫었다. 하지만.. 결국엔 떨어질 인연의 사람이니까..
잠시 후,
“ 이제.. 그만 가볼게요. 죄책감 너무 갖지 말고요. “
“ .. 그래 “
그렇게 우린 정말로 마지막을 보냈다. 미련없이 뒤돌아 가는 그의 뒷모습이 왜 저렇게 쓸쓸히 느껴지는건지.. 정말로 마지막이라 그런것같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것같은 울음을 꾹 참으며 집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덜컥,
“ 나왔어.. “
“ ..? 이여주 너 왜 울어, 어떤 자식이야 “
“ 뭐야, 누나가 운다고? 아니 일단 누나 진정 좀 해봐 “
“ 흐.. 흐흑 오빠아.. 찬아.. “
참고 참았지만 가족 앞에선 참을 수 가 없었다. 가족이란 그 두글자가 너무 따뜻해서 내가 울자 바로 달려와 나를 달래주는 이 둘의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겉은 강해보이고 밝아보였을지 몰라도 내 안은 조금만 기울어도 쏟아져버리는 물과 다름이 없었다. 달걀껍질안에 있는 물 같달까 조금만 세게 힘을 주면 깨지는 껍질 속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있던 물 같았다.
“ 흐..흑 오빠아.. 찬아.. 나 이제 어떡해.. “
“ 무슨 일인데 그래? 어? “
“ 전에 좋아한다던 그 아저씨 때문에 그래? “
“ 흐흑.. 흐읍.. 나 진짜 어떡해.. “
결국 나는 밤새 울다 그 둘의 품안에서 잠들어버렸고 그 둘은 내가 잠들기전까지 내 옆을 지켜주었다.
여주가 잠든 후,
“ .. 여주 누나가 우는거 처음 봐 “
“ 예전엔 많이 울었어. 억울한거 싫어하잖아, 그런 일만 있으면 말을 못하고 울어버리더라고 “
“ 지금은 잘 말하잖아. “
“ .. 아마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억울한 일이 있으면 울었던거 같은데.. 5~6학년때쯤 되니까 안울더라고 “
“ .. 정말 누가 울린걸까 “
“ 일방적으로 울린게 아니라.. 터져버린거 아닐까? “
“ 그게 무슨 뜻이야? “
“ 일방적으로 누군가 이여주한테 상처를 준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짝사랑이 안이루어진걸 수도 있단 뜻이야. “
“..?”
“ 푸흐.. 넌 나중에 알게되. “
“ 치.. “
“ 여주는 내가 방에 놓을테니까 너도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 “
“ 예예~ “
❤️ 작가의 사담 ❤️
어머 내일이면 그날인가요??ㅎㅎ 너무 좋네요! 다들 내일 제대로 행복하게 보내세여! 안녕☺️
⭐️🐯 별점과 댓글은 필수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