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미로 속에 갇혀

11. 우리 사이 거리는 384,440km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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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은 내 눈 조차 마주치지도 못한채 대답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밀어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절대 밀어낼 수 없는. 그런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마신 술 때문인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굳이 정의하자면 연민. 나 없인 못 사는 그가 불쌍했다. 온 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석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내려와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우리 사이 거리는 384,44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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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나는 헉 소리를 내며 입술을 땠다. 날 어떻게 생각할까..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못되게 말해 놓고 술기운에 먼저 뽀뽀를 해버리다니. 



"미안ㅎ...!"



김석진은 일어나서 도망가려는 나를 다시 한 번 붙잡고 자기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나는 당기는 힘에 이기지 못하고 그의 무릎에 앉아버렸다.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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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먼저 한 거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나에게 강하게 입을 맞췄다.


.
.
.



"으음....."



???



왜 김석진이 내 옆에 누워있는 거지? 분명 어제 같이 술 한 잔 하다가... 내가 걔한테... 어라? 내 기억이 맞다면 난
분명 입을 맞췄다. 그것도 내가 먼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일단 이 침대에서 도망가기' 였다. 김석진이 깨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려는 순간 옆에서 내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또 어디 가는데."



한껏 잠긴 목소리로 나를 부르더니 휙 당겨서 꼭 안았다. 항상 집착만 하던 그였는데, 처음보는 다정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야 김석진, 딸꾹! 우리 어제 무슨 일 딸꾹! 있었어?"



김석진은 내 말을 듣고 피식 웃더니 약간 뜸을 들였다.



"글쎄~ 무슨 일 있었는지 하나 하나 다 말해볼까?"



"아니.. 딱 보니까 알 것 같아. 말하지 마 그냥."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사실."



그는 나에게 자초지종을 다 설명했다. 어제 둘이 입을 맞추다가 내가 술 때문에 그대로 잠이 들었고 침대로 데려다 줬는데 내가 가지말라고 했단다. 



"에엥? 내가 너한테 가지 말라고 했다고? 거짓말.. 하지마."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진짠데. 믿기 싫으면 믿지 마시던가. 근데 네가 어제 먼저 나한테 키스한 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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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키스한 건 미안... 내가 미쳤었나봐."



적응이 안 된다.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다정한 눈빛. 항상 차가운 말투와 얼음 같은 눈을 하고 있었기에 너무 어색했다. 내가 눈을 피하자 김석진이 나한테 말했다. 저번에 봤던 그가 집착할 때마다 나오는 눈빛이었다.



"여주야, 너 나 사랑하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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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응 좋으면 석진이 자초지종 설명했던 <그날 밤 이야기> 가져오겠습니다 @_@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