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이제 곧 종치는데 자리로 가야하지 않을까...?"
내가 얼떨결에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한 뒤로 박지민은
쉬는 시간마다 내 자리로 찾아와 공부하는 걸 쳐다봤다.
부담스러워서 죽을 것 같은데 내가 소원
들어주겠다고 한 거라무를 수도 없구...
"그래서 언제부터 나 공부하는 거 도와줄 거야?
나 아빠가 이번 시험 평균 85점 못 넘으면 죽여버린대."
"너 지금 평균 몇 점인데?"
박지민은 나한테 귀 좀 가까이 대보라는 듯 손을 휘휘
흔들었다. 가까이 가서 귀를 대자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났다.
'좋은 향기..."
"이따 학교 끝나고 공부하러 같이 가주면 알려줄게."
나도 모르게 좋은 향기에 넋 놓고 있자 내 귀에
바람을 후 불었다.
"아악!"
교실 친구들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나는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박지민의 등 뒤를 밀어서 돌려보냈다.
'이.. 능구렁이 같은 놈.'
어쩌다 저런 놈이랑 엮여가지구... 이번 학교 생활은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
.
.
"여주야~ 어디가? 나 공부 도와준다며."
"음.. 내가 오늘은 좀 바빠서..."
거짓말이다. 집에 가서 오늘 배운 거 복습하고 씻고 자야한다. 쟤 공부 도와줄 시간이 없다 이 말이지.
"거짓말~"

"
"알았어, 가자. 카페는 너무 시끄럽고 도서관이나 가자."
.
.
.
간만에 도서관 열람실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 그래서 이 부분에선 x의 값이.. 듣고 있어?"
"응응 듣고 있어."
"야."
"응?"

"너 나 좋아해?"

"넌 진짜 웃기는 애라니까."
"나랑 사귈래?"
.
.
.
우리의 첫 만남은 이상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그때 많이 사랑할 걸, 표현해줄 걸 그랬다.
그랬다면, 너에게 모든 사랑을 줬었다면
난 널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