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사귈래?"

"어?"
장난인 줄 알았다. 왜냐면 우린 어제 처음본 사이니까.
근데 쟤는 이상했다. 어제 처음봤다기엔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았다. 또 날 엄청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옛날에 만난적 있어?"
처음봤을 때 느낀 묘한 기시감. 나도 모르게 물어보고
말았다. 왠지 아주 옛날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 같아서.
"아니. 우리 어제 처음 얘기해 봤어."
"근데 왜 나 좋아하는 거야?"
순수한 의도로 한 질문이었다. 정말 궁금했다.
난 외모가 뛰어나지도, 성격이 좋은 것도 않은데.
그저 잘하는 거라곤 공부 뿐인데. 그것도 부모님의 강요로.
반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성격 더러운 모범생을
왜 좋아하는 걸까?
박지민은 내 물음에 씨익 웃더니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난 내 운명을 알아볼 수 있거든."
"근데 그게 너야."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 그때 지민이의 말을 귀담아서 들을 걸 그랬다.
내가 눈치가 좀 더 빨랐더라면, 알아챘더라면 저 말을
이해했을 텐데. 그때의 난 그러지 못했다. 너무 어렸었다. -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 공부만 시키는 답답하고
숨막히는 일상 속에서 일탈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집에 가면 공부하라고 폭력을 쓰는 엄마,
나를 압박해오는 선생님.
왠지 내 옆에 박지민이 있다면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사귀자."
당황할 줄 알았는데 박지민은 당황하지도 않고 나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여 눈높이를 맞췄다.
'뽀뽀..하려는 건가...?'
눈을 질끈 감았다.
포옥ㅡ
박지민은 나를 자신의 품에 쏙 껴안았다. 당황스러웠지만
몸을 떨고 있길래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그는 혼잣말인 듯
중얼거렸다. 작게 말해서 앞부분은 잘 들리지 않았다.
" ....살릴게."
'뭘 살린다는 걸까?'
그렇게 우리의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