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야."

박지민이랑 사귀고 난 후로 매일 등하교를 같이 하고 있다.
서로 집이 반대 방향이어서 나는 데려다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자기는 안 된단다.
"일찍 왔네?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일찍 나왔는데."
"응. 그냥 빨리 보고 싶어서..."
박지민은 입은 웃고 있었지만 표정은 아니었다. 어딘가 불안한 사람처럼 주의를 두리번 거렸다.
"왜 그래? 뭐 있어?"
"응? 아냐, 아무것도."
휙 ㅡ
어디서 떨어진 건지 내 머리 위로 도자기 화분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맞으면 죽는다..!
"여주야!"
그때 박지민이 나를 확 끌어당겨서 품에 안았다.
순식간이었다.
'와 진짜 죽을 뻔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저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 도자기 화분... 맞으면 병원으로 이송 되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죽을 거다.
"너 괜찮아? 손에서 피 나는데..."
나 대신 떨어지는 화분 파편을 맞았는지 박지민의 손에선
피가 나고 있었다. 걔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한 번 털고 나를 이리저리 살폈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응.. 난 괜찮아."
박지민은 안도의 한숨을 푹 쉬더니 활짝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까의 불안함은 어디로 간 건지.
"이제 학교 가자."

"생각해 보니까.. 너 머리색 바꿨네?"
"아 응. 너 검은색 좋아하잖아."
"내가 말했었나? 나 너한테 말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어? 아냐! 네가 저번에 말해줬어."
"뭘 그렇게 당황해~ 그런가보지."
박지민은 학교 가는 내내 주의를 두리번 거렸다.
"그래서 내가... 야 너 내 말 듣고 있어? 박지민?"
대답이 없었다. 심술이 난 나는 박지민의 발을 밟았다.
"아야야... 왜 그래 여주야..."
"너.. 날 좋아하긴 해?"
"아까부터 나한테 집중도 못하고 내 말도 하나도 안 듣고...이럴거면 그냥 헤어져."
박지민은 갑자기 나를 꽉 끌어안았다.
"좋아해.. 정말 많이 좋아해. 나중에, 나중에 내가 다
말해줄게. 그러니까 제발...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마."
- 박지민의 체온이 따뜻해서, 날 좋아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서 널 쳐내지 못하고 그냥 안겨있었다.
이때 널 쳐냈어야 했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