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렸다.
"선배형님아
이제 어디 갈거예요?
저 새로 생긴 마카롱집
같이 갈 사람 없는데 같이 가요!"
"선배형님은 뭐야 새꺄.
나 바빠 혼자 가."
내 엔딩이 달린
히든 미션이 있는데
그깟 마카롱이 눈에 들어 오겠는가.
호감도를 올리려면
이벤트 만한 게 없다.
항상 내가 삐쳤을 때
전 애인들이 해줬던 것들.
사실 깜짝 이벤트 따위에
감동 먹었던 적은 없다.
그저 명품 옷들과 산물의 가격대에
용서가 됐을 뿐.
권순영도 과연 그럴까?
그런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뭐 부터 해야 하지..."
"왜요?
뭐 하시려고요?"
"순영이 깜짝 이벤트."
"그래도 미안하긴 하셨나봐요?
이벤트 까지 준비하고..ㅋ"
"나도 사람이거든 ㅡㅡ
그런데...
뭘 해줘야 할지 조차 모르겠다;;"

"그런 것도 모르고...
일단, 권순영 선배님이
좋아하거나
평소갖고 싶어 하시던 게 뭐예요?"
"나."
"아니.
호랑이 좋아하신다면서요!"
"마저 ㅎㅎ"
"그럼 호랑이 관련된...
아! 제가 가자고 말씀 드린 마카롱 가게에
개업 이벤트 상품으로
호랑이 마카롱을 판대요!
그거 사다 드리면 되겠네요~"
"이게 되네..."
"그럼 가요! ㅋㅋ"
그래.
호랑이에 환장하는 놈이었지...
내 호감도를 내린 취향이
호감도를 올릴 힌트가 되다니.
호랑이...
조금 끈질기고 질리긴 하다
걔랑 데이트를 해봐야 할텐데...
어떠냐면...

때는 사귄지 3일째 되던 날
점심시간.
그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있어서
트름도 귀여웠을 때지.
"형은... 제 취향이 어떻던
존중해 주실 거예요?"
넌 무슨 그런 말을
돈가스 먹을 때 하니.
사실상 그땐 이미
승관이를 통해서 알고 있었긴 했다.
그래도 예의상은 답해줬다.

"흠 글쎄?
순영이 취향이 어떤데에~ㅎ"

"호랑이 좋아해요..!"
"귀여워라ㅋㅋㅋ 그랬어?
순영인 이미 아기 호랑인데에~"
"진심이에요오..."
"알지 알지 ㅎㅎ"
"이래도 계속...
만나 주실거예요?"
"그럼? 뭐가 문제야~"
그때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다음 데이트 부터
말문이 탁 트여버린 권순영은,
.
.
.
기부 얘기가 나오면...
"형!
국제 호랑이의 날이 있는 거 아셨어요?
저는 항상 이날만 되면
기부를하거든요 ㅎㅎ
형도 알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구 순영이 착하네~
형도 기부금 보태줄게!"
"감사해요!"
.
.
.
학식 밑반찬에
마늘쫑이 나오면...
"형! 당군신화 아시죠?
거기서 호랑이는 끈기없는 역할로나와요...
결국 사람이 되지 못하죠...
항상 왜 호랑이는
나쁜 이미지로 나오는 걸까요..?
이렇게 멋진 동물인데!"
"응 그래 그만하고 먹어 얼른.
순영이도 마늘쫑 좀 먹고
사람 돼야지."
그렇게 난 점점 지쳐갔다.
이젠 호랑이의 '호'자만 봐도
치가 떨리려던 참이었는데...
그래.
나에게 유리한 엔딩을 위해서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