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연시>에 갇혔다.

09.그놈의 호랑이




택시에서 내렸다.





"선배형님아
이제 어디 갈거예요?

저 새로 생긴 마카롱집
같이 갈 사람 없는데 같이 가요!"



"선배형님은 뭐야 새꺄.

나 바빠 혼자 가."





내 엔딩이 달린
히든 미션이 있는데
그깟 마카롱이 눈에 들어 오겠는가.



호감도를 올리려면
이벤트 만한 게 없다.



항상 내가 삐쳤을 때
전 애인들이 해줬던 것들.



사실 깜짝 이벤트 따위에
감동 먹었던 적은 없다.



그저 명품 옷들과 산물의 가격대에
용서가 됐을 뿐.



권순영도 과연 그럴까?



그런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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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부터 해야 하지..."



"왜요?
뭐 하시려고요?"



"순영이 깜짝 이벤트."



"그래도 미안하긴 하셨나봐요?
이벤트 까지 준비하고..ㅋ"



"나도 사람이거든 ㅡㅡ

그런데...
뭘 해줘야 할지 조차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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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도 모르고...

일단, 권순영 선배님이
좋아하거나
평소갖고 싶어 하시던 게 뭐예요?"



"나."



"아니.
호랑이 좋아하신다면서요!"



"마저 ㅎㅎ"



"그럼 호랑이 관련된...

아! 제가 가자고 말씀 드린 마카롱 가게에
개업 이벤트 상품으로
호랑이 마카롱을 판대요!
그거 사다 드리면 되겠네요~"



"이게 되네..."



"그럼 가요! ㅋㅋ"





그래.



호랑이에 환장하는 놈이었지...



내 호감도를 내린 취향이
호감도를 올릴 힌트가 되다니.



호랑이...



조금 끈질기고 질리긴 하다 



걔랑 데이트를 해봐야 할텐데...



어떠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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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사귄지 3일째 되던 날
점심시간.



그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있어서
트름도 귀여웠을 때지.





"형은... 제 취향이 어떻던
존중해 주실 거예요?"





넌 무슨 그런 말을
돈가스 먹을 때 하니.



사실상 그땐 이미
승관이를 통해서 알고 있었긴 했다.



그래도 예의상은 답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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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글쎄?
순영이 취향이 어떤데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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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좋아해요..!"



"귀여워라ㅋㅋㅋ 그랬어?
순영인 이미 아기 호랑인데에~"



"진심이에요오..."



"알지 알지 ㅎㅎ"



"이래도 계속...
만나 주실거예요?"



"그럼? 뭐가 문제야~"





그때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다음 데이트 부터
말문이 탁 트여버린 권순영은,



.
.
.



기부 얘기가 나오면...



"형!
국제 호랑이의 날이 있는 거 아셨어요?
저는 항상 이날만 되면
기부를하거든요 ㅎㅎ

형도 알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구 순영이 착하네~
형도 기부금 보태줄게!"



"감사해요!"



.
.
.



학식  밑반찬에
마늘쫑이 나오면...



"형! 당군신화 아시죠?
거기서 호랑이는 끈기없는 역할로나와요...
결국 사람이 되지 못하죠...

항상 왜 호랑이는
나쁜 이미지로 나오는 걸까요..?

이렇게 멋진 동물인데!"



"응 그래 그만하고 먹어 얼른.
순영이도 마늘쫑 좀 먹고
사람 돼야지."





그렇게 난 점점 지쳐갔다.



이젠 호랑이의 '호'자만 봐도
치가 떨리려던 참이었는데...



그래.

나에게 유리한 엔딩을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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