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연시>에 갇혔다.

14.꼬셔볼게




뭐,
어떻게든 술자리를 하게됐으면 됐지.



그렇게 우리는 술집으로 왔다.



확실히 닉값 한다.



ㅈ도 재미 없어.



그냥 일 있으니까 간다할까...



그런 생각을 할때 즈음,

최승철은 나를 힐끔 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급히 눈을 피하곤
혼자 웃었다.



안그래도 재미없는데
더 킹받았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ㅋㅋ
제 얼굴이 뭐 물었어요?"





이정도면 잘 눌러 담은 거다.



조금만 더 빡쳤음
이미 욕부터 나갔을 것이다.



최승철은 망설이더니
끝내 다시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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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ㅎㅎ
아무것도..."




기대도 안했다.



난 금세 흥미가 사라졌다.



이러니 얼굴보고 사귀면 안된다.



오늘 아주 좋은 경험을 한듯하다.



난 얼른 집에가려
엉덩이를 들썩 거렸다.



나름대로 눈치를 주는 중이었다.



내 썩은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뭐가 잘못된 것을 알았는지
최승철은 구구절절 설명했다.





"ㅅ..사실..!
이렇게 먼저 말 걸어주신 것도 너무 고맙고...
이렇게 같이 잔 부딪혀 주시는 것도
너무 좋고... 아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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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아니에요,
전 아무 말도 한 적 없는데~"





당황한 모습 꽤나 웃겼다.



내가 바라던 찐따,
바로 이거였다.



놀리는 맛.



최승철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잔뜩 풀이 죽었다.



그러곤 못할 말 하듯
말하였다.





"전 학교에 친구도 없고...
대구에서 와서 너무 낯선데...

친구 사귀는 법도 모르겠고...
이렇게 약속 잡은 것도 처음이고...

아무튼 정말 고맙다는 거예요...
정한씨가 이렇게
제 앞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구구절절 정리도 되지 않은
말들을 내뱉는 최승철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어떤 표정도 없이
최승철을 유심히 보았다.



역시나 내 눈을 못 봤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난 말 없이 잔을 들어 신호를 주었다.



최승철은 다급하게
잔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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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최승철은 조용히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바쁘게
나에게 술을 따르고 자신도 마셨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나는 이렇게 달아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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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잘마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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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니 저 지금 머리 아파 죽겠는데..;;
승철씨는 아직도 멀쩡하잖아요..."



"머리 아프세요??
좀 쉬었다 드세요..!!
음료라도 주문할까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마셔요?!

술이 아니라 물 아냐?"



"아...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제가 술을 좀 잘마셔서...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제 그만 나갈까요...?"



"아뇨?!
저도 술 쎄요!

얼른 잔이나 대요!"





괜한 오기가 생겼다.



내가 이 사람보다 빨리 취할 순 없지.



자고로 이 자리는
이 녀석을 꼬시려 만든 자리다.



최승철에게 얕보이고 싶진 않았다.



최승철은 내 비위를 맞춰주며
술잔을 들었다.




난 서서히 눈이 감겨왔고

몇분 후
깨어났을때 난,



햇살을 맞으며
어딘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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