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ㅣ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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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의 고요함이 흘렀다.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고, 싸늘한 공기만 흐를 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발을 들여 집안 곳곳을 살펴 보았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집에 있다고 확신했던 내 예상이 빗나가자 미친 듯이 불안해졌다.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내 남자친구의 행방을. 어디에 가면 어디에 간다고, 누구랑 놀면 누구랑 논다고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주던 남자친구의 행방을 알 수 없으니 손이 떨렸다.
건조기에 들어있는 이불, 열려있는 옷장, 널브러져있는 침구, 책상 위에 던져진 듯 놓인 차키까지. 혹 차를 안 가지고 집 앞을 나간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결국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몇 시간을 기다려 밖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형광등을 켜고 있지 않던 집 안조차 칠흑같은 어둠에 잠식된 듯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소파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갑작스레 켜진 불에 어두워진 시야, 벽을 짚고 조금 있으니 빛에 적응해 앞이 제대로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 희미한 핏자국이 보였다. 아니, 처음에는 핏자국이 아닌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가서 보니 말라붙은 핏자국이 맞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실종된 듯 행방을 찾을 수 없는 남자친구, 남자친구 집 바닥에 말라붙은 핏자국, 급히 나간 듯 보이는 흔적. 내가 세울 수 있는 가설은 딱 두 가지였다. 남자친구가 누군가에게 살인을 당했거나, 남자친구가 누군가를 살해한 뒤 도주했거나.
하지만 그 ‘누군가’와 ‘왜’가 설명되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어디’는 충족될 것이다. ‘언제’는 아마 어젯밤 혹은 새벽. 시체까지 말끔히 처리된 것을 보아 시간은 조금 지난 것 같았다. 마지막 흔적까지 지우려고 노력한 게 보이니. 하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알지 못했다.
만약 남자친구가 누군가를 살해한 거라면, 가장 가까운 나에게까지 숨기고 도주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지만 도주 했다고 하더라도 차는 왜 놓고 간 걸까. 길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차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는 남자친구라 설명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체를 유기하려면 차는 필수 요소였다.
생각하고 깊이 파고 들어갈수록 더욱 복잡해졌고, 머릿속이 꼬였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추리하지 못하고 남자친구의 행방도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