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ㅣ이상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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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기다린 탓에 내 몸은 이미 지친 상태였다. 갑작스레 두뇌가 돌아가니 머리까지 아파왔고, 나는 결국 침대 위로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왠지 으슬으슬 떨리는 몸에 꿈을 꿀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선잠에 들고, 몇 시간이 지난 후 깊은 잠으로 이어졌다. 그때, 남자친구가 내 눈앞에 서있었다. 물론 그것조차 무의식 중에 꾸는 꿈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남자친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어, 어디에 있었어?”
“무슨 일 당한 건 아니지? 어떻게 된 거야?”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부답. 말을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듯 입을 꾹 다문 채 있었다. 나는 그런 남자친구가 답답해 졌고, 큰소리까지 나왔지만 남자친구는 개의치 않았다. 계속 입을 안 여는 남자친구에 처음에는 답답해 짜증이 났다가, 이제는 눈물을 흘리며 매달리는 지경까지 왔다.
제발 한 마디라도 해주라고, 무슨 말이든 좋다고. 다리를 잡은 채 울며불며 매달렸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눈빛은 싸늘했다. 감정이 매마른 것도 모자라 아예 없는 인형 같았다. 하필 온기도 차가웠다. 내가 만지는 게 남자친구인지, 마네킹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나는 허탈한 채 바닥에 주저 앉았다. 꿈 속에서 남자친구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꿈에서 깨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원래 꿈 속에서의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번 꿈은 시간조차도 생생했다.
“6시 32분.”
갑작스레 남자친구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로 꿈에서 깼고, 식은땀이 침대를 전부 젖게 했다는 걸 느꼈다. 침대 앞에 티비가 놓여진 탁자 위에 있는 탁상 시계를 무의식적으로 보니 시간은 ‘6시 32분’. 순간 흠칫하며 놀랐다. 꿈에서 남자친구가 말한 시간이 그대로 찍혀 있었으니.
어쩌면 이게 남자친구를 죽인 범인을 찾는 단서가 되지 않을까, 6시 32분은 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오빠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며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급히 노트와 펜을 꺼내 여러 가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슨 가설이든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있는 건 ‘살인’밖에 없었다. 모든 가설의 중심에는 살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 이상한 꿈은 도대체 뭘까. 그냥 넘겨도 되는 단순한 꿈일까, 아니면 남자친구가 범인을 잡기 위해 살아있으면서도 가장 신뢰가 가는 나에게 꿈으로라도 접근한 것일까. 의문점이 투성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