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04ㅣ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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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ㅣ바다








나는 결국 해질녘에 붉은 노을이 질 때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 하루종일 그것에만 집중하며 여러 가설을 썼지만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잠수 이별은 아닐까, 더 이상 추리도 힘들었다. 내 일도 하지 않은 채 이것에만 매진하려니 지쳤고, 걱정도 되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집에서 거리가 얼마 안 되는 바다로 향했다.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찬 공기가 내 온몸을 감싸왔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파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붉은 노을이 잠식된 푸른 바다, 노을빛을 전부 삼켜버린 바다는 왠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살인’으로 좁혀졌던 시야가 점점 넓어졌고, 가설 몇 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살인, 실종 같은 터무니 없는 가설이었다면, 이번에는 꽤 가능성 있는 가설이었다.

남자친구는 친구가 꽤 많은 사람이었고, 그만큼 놀러 다니는 시간도 많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친구와 약속을 잡았고, 급히 잡은 약속이라 나에게 말을 하지 못한 채 떠났다. 어떠한 이유로 핸드폰이 작동하지 않아 나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차는 친구 차를 타서 갔고, 도착했지만 고쳐지지 않는 핸드폰에 아직도 나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그런 거라면 친구의 핸드폰으로 나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거기 있는 사람 모두가 핸드폰이 고장 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곳이 전파가 안 터지는 곳이라면. 요즘에는 그런 곳이 별로 없긴 하지만, 평소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던 남자친구라면 깊은 시골까지 들어갔을 가능성도 어느정도 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고 달이 하늘을 짊어진 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스스로 빛을 내는 것도 아닌데 혼자 어둡고 넓은 하늘을 짊어지고 있자니 달은 많이 버거워 보였다. 마치 내 모습 같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내 계획과 인생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차라리 며칠 후에 남자친구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나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아니면 이게 꿈이기를 바랐다. 그저 길고 긴 악몽이기를. 이 긴 악몽에서 깨면 남자친구가 나를 반겨주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