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ㅣ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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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생각 정리를 채 끝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에 삼켜진 어두운 밤하늘이 나를 감싸왔고, 나는 그렇게 끌려가듯 잠에 들었다. 평소의 계획대로라면 진작 잠에 들어야 했거늘.
까마득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사방이 어둠으로 막혀 있었다. 그 안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과 남자친구 생각이 내 심장을 쿡쿡 쑤셨다. 머리가 깨질 듯하고, 눈 앞은 어둠에 잠식되어 보이지 않으며 심장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나를 짓눌렀다.
나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구석에 엎드려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행동은 오로지 그 뿐이었다. 세차게 뛰는 심장에 시큰해진 코, 내 볼을 타고 흐르는 투명하고도 맑은 눈물까지. 내가 이토록 망가질 수 있는 건지. 그때, 저 멀리서 한 줄기 빛이 나를 쏘아댔다.
어둠에 갇혀 있다가 보는 빛은 선명하고도 뿌옇게 흐렸다. 쉽게 눈을 뜰 수 없었다. 그 빛이 내 눈을 멀게 할 것만 같았다. 겨우 빛에 적응한 채 눈을 뜨자 그곳에는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남자친구가 서있었다. 하지만 다가가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다.
몸이 굳은 듯 말을 듣지 않았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순간 이게 데자부라는 걸 느꼈다. 전에도 이런 꿈을 꿈 적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있었다. 남자친구의 표정은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표정이 없는 사람 같았으니. 뒤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아우라가 나를 집어삼킬 듯했다.
보고 싶던 남자친구를 그저 바라만 볼 때. 그만큼 비참한 기분이 없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바라 보는 기분이었다. 평소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남자친구 형태만 갖추고 있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때, 남자친구가 입을 열었다.
“갈등.”
이 말을 끝으로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눈물과 땀에 의해 베개와 침대보가 축축히 젖어 있었다. 한숨을 쉬며 일어나자 내 코에서는 비릿한 무언가가 주륵 흘렀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건 코피라는 것을.
나는 급히 휴지로 코를 틀어 막았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코피는 내 마음을 대변해 주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런 꿈을 꾼 뒤 코피까지 흘릴까. 내가 안쓰러워졌다.
그렇게 피가 멈춘 뒤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그제서야 떠올랐다. 남자친구가 전해준 ‘갈등’이라는 키워드. 이제는 거의 확실해졌다. 남자친구가 나의 꿈에 나타나 키워드를 하나씩 던져주고 간다는 게.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하나 있었다.
만일 내가 이 단서 조각들로 퍼즐을 맞추고 완성한다면, 가설이 아닌 실제 사건의 결말을 파헤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 경찰에 알린다고 하면, 증거 따위는 남아 있지 않을 텐데. 증거는 오로지 내 꿈, 그거 하나인데. 대체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나는 범인을 잡는 게 목표인데.
다시 한 번 복잡해진 머리, 나는 내 머리채를 쥐어 뜯으며 포효했다.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꼭 잡고 싶었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었다. 만일 살인이라면, 대체 왜 그랬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