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07ㅣ손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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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ㅣ손자국








꿈에서 깨자마자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다. 식은땀이 흘러 온몸과 머리는 흠뻑 젖고, 눈물로 베개까지 적셔간다. 자꾸만 뇌를 스치는 그의 목소리에 미칠 것만 같았다.

제발 그만. 계속해서 맴도는 그의 목소리에 울렁거렸고, 나는 결국 먹은 것도 없이 위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목은 시큰거리며 따갑고, 아직도 뇌리에 박힌 그의 목소리와 울렁거리는 속,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어지러운 머리까지.

남자친구가 죽었다는 충격과 지금까지 지은 가설이 맞다는 충격. 그리고 남자친구의 살벌한 모습에 받은 충격까지. 단번에 알았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사람과는 다르다는 걸. 이제 내 남자친구 역할은 끝났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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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짓을 해도 어지러운 머리에 나는 결국 밖으로 나왔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칼바람에 복잡한 생각 또한 덜어지는 것 같았다. 한숨을 쉬며 풀이 무성한 공원을 걷고 있자니 꽤 괜찮아졌다.

공원과 어울리는 잔잔한 노랫소리, 아름다운 꽃 옆에 날아다니는 벌, 푸릇푸릇 자라나는 새싹과 풀, 풀에서 나오는 싱그러운 향기, 높은 듯 보이는 구름까지.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계속 걷다보니 뻐근해진 다리에 벤치에 앉았고, 눈을 감고 생각 정리를 하다 무심코 어깨를 툭 때렸는데 찌릿하며 몰려오는 통증에 놀라 경직되었다.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로 확인해보니 내 어깨에는 꿈에서 겪었던 태형의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