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08ㅣ졸도




Gravatar




08ㅣ졸도








그때의 소름과 공포감이 다시 한 번 몰려왔다. 입을 틀어막은 후 먹은 것도 없는데 쓴 위액만 토해냈다. 알고 나니 몰려오는 통증과 계속해서 뇌리에 맴도는 태형의 목소리.

이미 패닉이 된 상태에 세면대를 짚은 채 거울을 마주보고 한참을 서있었다. 눈에 초점은 맞지 않았고, 태형이 뒤에서 지켜보는 듯 환각까지 보였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은 하염없이 흐르고, 계속해서 아무것도 없는 걸 비우니 위가 쓰렸다. 찌릿하는 통증이 어깨에 몰려오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으며 아득해진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충격을 받은 건지, 아니면 그저 며칠 굶고 악몽에 시달리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그런 건지 나는 결국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졌다.

몸이 한쪽으로 쏠리며 큰 소리와 함께 넘어갔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눈물이 나오기는 커녕 웃음이 나왔다. 내가 고작 변해버린 남자친구 하나로 이 지경까지 되다니. 나에 대한 회의감이 나를 감싸며 그대로 눈이 감겼다.







Gravatar







오랜만에 무거운 눈이 아닌 가볍고 상쾌하게 일어났다. 어두웠던 시야가 하얀 배경에 점차 익숙해지고, 시야가 제자리를 찾으니 보이는 풍경은 병원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쓰러졌다는걸.

영양실조에 불면으로 잠시 기절한 듯했다. 나는 내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시간 수면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이리 개운하게 깨어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오래 자면 몸이 뻐근해지기 마련이기에.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의심을 심은 채 몸을 살짝 일으키려 했지만 손가락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동자만 굴러갈 뿐. 그렇게 당황해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할 때, 목이 조여지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컥컥대고만 있을 때 옆에서 중저음의 누군가가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고통스럽지? 나도 고통스러웠어.”

“네가 지금 느끼는 고통의 몇 배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