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시즌2 2화와 이어집니다.)
"시, 실례했군요."
민현은 자기도 모르게 황제를 끌어안은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이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황급히 황제를 밀어낸 후 손부채질을 했다.
"아니에요, 나도 보고 싶었어요."
황제는 싱긋 웃어보이며 민현의 부끄러움을
덜어주려 애썼다.
"나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겠군요,
공자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마저 속여버리고,"
"...기다려 주십시오."
"예? 무엇을,"
"제 마음이 추스려질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전쟁은 안 하지요.
사실, 황제 폐하를 사랑해서 전쟁 같은 건 못 하겠습니다.
마음이 추스려지면,
나인지 재상인지 선택해 주십시오."
"...예, 그러지요."
황제는 민현의 간절한 눈빛에 그렇게 하겠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현의 다정함이 그리운 건 사실이었다.
"재상에게 전하셔도 됩니다,
전쟁 같은 건 안 할 테니 안심하라고.
그럼, 우리 같이 좀 걸읍시다.
옛날 생각도 할 겸."
"예, 황태자."
"그, 그렇게 부르지 마시라니까요,"
민현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자
황제는 그런 민현이 귀엽다는 듯 웃어 보였다.
"우, 웃지 마세요-!"
둘은 손을 마주잡고 다시 예전의
다정한 부부가 된 것처럼 보였다.
-
"나 왔어, 백호야."
민현과의 산책을 끝내고 갓 돌아온 황제가
백호에게 말을 건넸다.
"왔어? 그 자식, 아니 걔가 뭐래?
너한테 설마 해코지라도,"
"아니야, 그런 거!
오히려 전쟁 안 하겠대!"
걱정스럽던 백호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고,
그 모습을 본 황제의 얼굴빛 또한 밝아졌다.
마음 한구석에 민현이 있는 걸 뒤로 한 채.
"그나저나, 우리 결혼은 언제 할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백호의 결혼에 대한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민현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겨, 결혼?"
"응, 공자도 있는 데다가 우린 약혼도 했고.
이젠 뭐, 방해꾼도 없잖아?"
"그, 그렇지만 렌은,"
"아 걔? 어차피 제국의 황제는 민현인데 뭐.
신경쓸 필요 없지."
"그래도 좀 더 미루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백호는 아쉽다는 듯 황제를 감싸안았다.
예전과는 다른 진실된 사랑의 감정과 함께.
하지만 정작 황제 본인은 민현을 생각하면서.
-

"그러니까, 민현이가 여황제한테
아직 감정이 있단 말이지?"
늦은 밤 재상의 집무실에서는
렌과 한 여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예, 제가 산책로에서 똑똑히 들었어요.
민현 폐하께서 마음을 추스려갈 때
자신인지 백호인지 선택하라고 하더라고요."
"하아.."
렌은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뭐, 차라리 잘됐구나.
너는 날이 밝는 대로 백호에게 접근해.
그렇게 하면 난 여황제에게 복수 성공,
넌 백호를 차지하는 거야. 이해했지?"
"예, 재상님. 그런데 여황제가 방해하면,"
"네가 오늘 본 사실, 민현이랑 황제가 서로 딴 마음을
먹고 있는 거, 그거 갖고 협박해."
"예, 역시 현명하십니다!"
"그래, 이만 가 보거라."
렌은 여자가 처소 밖으로 완전히 나간 후
문이 굳게 닫히자, 품속에서 낡은 사진 하나를 꺼내들었다.
"주인님, 유모.."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진 사진에는
전 황태자, 유모, 그리고 렌 자신,
마지막으로 백호가 환히 웃고 있었다.
렌은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복수하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