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시즌2 5화와 이어집니다.)
"내가 정말 재상보다
민현 폐하를 좋아하는 걸까."
정원의 조그마한 테이블에 마주앉아 황제와 종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둘은 연회 때마다 종종 속마음 얘기를 나누곤 했지만
그렇게 깊은 사이는 아니었다.
황제는 종현을 볼 때마다 그의 아내,
후작 부인이 생각나곤 했지만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흠, 민현 폐하께서는 좋아하실 것 같네요!"
"뭐, 그렇겠지."
"그런데.. 뭔가 폐하답지 않네요."
"응?"
"그냥, 제가 뵈었던 폐하는 항상 백호 재상을
마음에 품고 계셨지 않습니까.
민현 폐하를 좋아하신다니, 그저 좀 낯설어서,"
"흐음, 그런가?"
"폐하, 그나저나 많이 크셨군요.
예전 같으면 제 눈도 못 마주치셨을 텐데."
"재상 덕분에 많이 컸지-"
황제는 재상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올 때마다
백호의 얼굴이 떠올라 착잡했지만 애써 숨겼다.
"흐으음, 제 결정은 이렇습니다."
"결정?"
"폐하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십시오.
지금 폐하 모습은 누군가에게 얽매이는 것 같아요.
한 나라의 군주시니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역시 그게 맞겠지."
"예, 그리고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는 폐하가 뭘 하든 폐하 편입니다."
"에이, 낯간지럽게.
그래도 고맙다."
"뭘요-"
둘은 이야기를 마무리한 후
각자 목적지로 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후작 부인과 맞닥뜨렸다.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황제는 그녀의 얼굴이 보기조차 싫어
대충 고개만 까딱한 후 빠르게 자리를 피하려 했다.
"폐하, 잠깐 드릴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가면 후작 부인이 아니지.

"연아."
'연' 은 후작 부인의 본명이다.
종현이 주로 애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 예. 후작님, 왜 그러세요?"
후작 부인은 종현이 자신을 찾을 줄 몰랐는지
살짝 당황한 듯했다.
"폐하께서는 오늘 예민하신 듯 하니
내일쯤 찾아뵙도록 해."
"예, 후작님."
황제는 종현에게 고맙다는 듯 살짝 웃어 보였고,
종현 또한 그녀에 대한 대답으로 웃어주었다.
-
"많이 늘었네요, 폐하?"
하지만 후작 부인은 끈질기게도
종현의 눈을 피해 황제를 찾아왔다.
"무슨 말이지?"
"제 남편이신 후작님까지 유혹하다니,
보통내기가 아니시네요."
"유혹이라니, 후작과 나는 그저 친구인데."
"아, 됐어요. 이 얘기는 이쯤 하고.
백호 재상님 일은 잘 되어가나요?"
잊고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불안함에 사로잡혔다.
"...응, 네 정부로 들어간댔어."
"감사합니다, 폐하!
민현 폐하와 행복하게 사세요.
공자는 제가 멋진 성군으로 키울 테니."
"됐어, 이만 가봐."
"까칠하시기는- 알았어요!"
후작 부인이 한껏 신난 채로 처소 밖을 나가자
황제는 곧바로 다리의 힘이 풀렸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심란하거나, 복잡한 감정만이 남아 있을 뿐.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백호,
그리고 그의 아들 공자.
마음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저, 민현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