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밀조밀한 눈, 코, 입. 차가운 무표정 뒤에 있던 귀여운 고양이 상 얼굴. 말 보다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 하던 너의 사랑. 너를 만난 무더운 여름까지.
찌르르- 매미가 귀 따갑게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 여주는 폰을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물고 사람도 없는 그 시골 안 쪽 버스 정류장에 앉는다. 또래라고는 몇 명 없는 시골이지만, 작은 학교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동생들, 언니 오빠들도 있었다. 햇빛에 녹기 시작하는 아이스크림의 밑 쪽을 핥으며 폰을 켜서 3시 47분이라고 적혀있는 폰을 응시하다 일어섰다. 버스정류장은 그녀의 더위를 피하는 공간이었다. 버스가 하루에 5대 밖에 안 지나가기도 하고, 걸어가는 게 더 빠르니까.
"아오 더워, 가을 언제 오냐."
툴툴거리면서 다 먹은 아이스크림의 막대기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10여 분을 더 걸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걸어서 20분, 많게는 27분 이게 그녀의 하굣길이었다.
"야 윤여주, 그거 알아?"
"뭐."
"오늘 전학생 옴."
"이 시골에?"
여주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반 부반장을 쳐다보다 가라는 손짓을 하고 엎드렸다. 여주는 반에서 딱히 친구를 만들지 않았었다. 필요한가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같은 반 아이들과 이도 저도 아닌 사이인 거겠지. 그때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조금 차가운 표정의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첫 인상은 싸가지가 없게 생겼다. 그것 말고는 더 없었다. 조금 차가운 성격과 자존심이 있는 여주는 전학생에게 관심이 없는 척 하고 있었다. 사실 존나 이상형이다 시발.
"여주야 너 옆자리 앉아도 되겠니?"
"..."
여주가 미간을 조금 좁히더니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어떡하지. 얘한테 첫 눈에 반한건가. 라는 생각을 숨긴 체 턱을 괴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초록으로 뒤덮인 공간들을 보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1교시에는 선생님들의 회의가 있어서 자율이었다.
그나저나 전학생 소개도 못 들었네.
"너 내 이름은 들었냐?"
무표정을 조금 푸니 무해한 고양이 상이었다. 발톱으로 핡퀴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귀여운 고양이.
"하나도 안 들었는데."
"멍 때리는 거 보고 알았어. 이름은 민윤기, 나 서울에서 왔는데 너 서울까지 소문 퍼져있더라?"
"뭐야, 난 처음 들어보는데?"
"페북을 안 보니까 그렇겠지."
그렇네. 라는 반응을 보이고는 몰래 공기계를 꺼내서 두 달 만에 페북을 들어가봤다. 대전에 난리 났구나? 여기서 서울까지 1시간 반 거리인데 뭐하러 대전을 보내. 난 얼굴만 보고 오는 애들 질색인데.
"페메 존나 쌓여있는 거 봐, 존나 인싸새끼네."
"뭔 소리야, 다 모르는 년들인데."
나는 할 말도 없다는 듯이 하품을 쩍쩍하며 엎드렸고, 그제서야 눈치보던 여자애들이 전학생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무심하고 차가운 말투로 말 많은 년들이 딱 질색이야. 라며 그가 시계만 노려본다.
"너 이름이, 김여주? 이름은 이쁘면서 욕은 그리 찍찍하고. 담배피냐?"
"어떻게 안거야. 한 대 줄까?"
"나야 땡큐지. 옥상 가자."
의외로 무해하게 생겨서 담배 안 피는 줄 알았는데, 잠시 페북 염탐하니까 양아치 새끼더라. 어떡해 시발, 존나 좋다.
"야 불 있냐?"
라이터를 건네주는 줄 알았는데 불을 붙여주었다. 피식 웃으면서 연기를 뿜었고, 한 대를 주머니에서 꺼내주려고 반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그가 내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들고가서 자신의 입에 문다.
"뭐냐."
"쌍방 썸."
"...?"
그가 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자 붉어진 귀가 숨기지 못하게 하였다. 실소를 뱉으며 연기를 내뿜는 그가 섹시해서 순간 충동적으로 입을 맞출 뻔했다. 가까운 거리에 뒤로 뒷 걸음질 치는 여린 주인공 따위는 개나 줘.
"그럼, 우리 만난 지 1시간도 안 돼서 간접키스 한 거네?"
내가 웃으며 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도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불을 끄며 입안에 머금은 담배를 나에게 입을 맞추며 그대로 말보로 하이브리드의 민트향이 그들의 입안에서 맴돌았다. 한참을 서로의 입술을 물고, 혀로 농락하고, 서로의 숨결이 한참 섞이고 있었다.
그때 옥상의 문이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학교에서 또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지!"
선생님은 못 보던 밝은 갈색 머리를 보더니 전학생인 걸 알고 한 번은 봐줄 테니 입술 떼고 교실로 내려가라고 하였다.
아쉽다는 듯 윤기의 타액이 번질거리는 자신의 입술을 닦고 그를 한 번 쳐다봤다. 여전히 잘생겼다. 그의 입꼬리도 올라가며 선생님께서 빨리 오라는 말만 남기고 내려가시자 내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그의 주름 하나 없어 보이는 입술을 내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리고는 옥상을 천천히, 느긋하게 내려왔다.
그들이 나눈 키스는,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뱡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