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날 깜깜한 밤 아래

02. 막걸리를 위해서라면












"향수 빌려줄까?"



"너가 향수 뿌리면 내가 너 껴안으면 되지."



"아무렇지 않게 그런 오글거리는 말 하는 것도 재주다."








내 말에 민윤기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향수를 뿌리고 껴안았다. 서로를 보자 홍조가 띄워졌고, 얼굴을 다시 가까이하자 입술을 손으로 막고, 여기는 교실 근처 복도라고 참으라고 속삭였다. 내 손바닥에 입술 도장을 찍고는 떨어져서 교실로 들어갔다.






우리가 교실로 들어갔지만 선생님은 아무말 못하고 그냥 앉으라고만 했다. 그걸 보고는 민윤기는 대단한 새끼네 라는 말과 함께 작게 키득거렸다. 나는 그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대충 필기 했다. 시험은 쳐야하잖아.









"삥 뜯어?"



"아니."



"맞짱은."



"안 뜨는데?"



"뭐야 존나 착한 새끼인데?"






걍 담배만 피는건데 양아치가 되는 학교인데 너가 이해해줘야지. 시골에서 삥 뜯을 이유도 없지, 내 돈이 나 돈인데. 어차피 마을 잔치할 때 들어갈텐데.






그리고 쌤들 나갈때마다 하는 말





"오늘 저녁에 잔치 있으니까 숙제 없다."







"같이 갈래?"



"좋아."







학교나 빨리 끝나면 좋겠다. 같이 동네에서 돌아다니다 동네에 하나 있는 편의점도 가고, 저녁이 되면 어른들한테 받는 막걸리 두 잔 정도. 우리 동네 잔치 음식 맛있는데, 너 입술보단 맛 없는 거 같아.















"나 지금 이사짐 정리 다 했을텐데, 같이 갈래?"




"가도 돼?"




"너 남친 집이야, 가자."
















너 남친집이야··· 너 남친집이··· 너 남친···








"야 빨리 키스."




"워워 기다려, 진정. 여기 사람 너무 많다. 지금 우리집 비었으니까 가서 해도 안 늦어."









진짜 섹시한 사람.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두르길래 나도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서 입에 넣어줬다. 그러자 픽 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올렸고 손을 조금 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은근 머리 누르지 마라."




"들켰네."




"시발놈아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어줄까."




"그럼 안되지. 그럼 우리 애기 못 낳고 살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팔을 풀었다. 그러자 왜 푸냐고 입을 삐죽인다. 멈춘 후 민윤기의 양볼을 잡고 민윤기의 입에서 막대사탕을 꺼내고 내 입을 깊게 맞추었다. 아무도 보지 않은 촌 동네 비포장 도로 길가에서, 뜨거운 입맞춤.







"푸핫, 진짜 도시 가면 상상도 못 할 일이네."



"아 씨 틴트 번졌어. 적당히 할걸."



"왜, 예쁘기만 한데."



"적당히 빨아."



"아, 자기야 내 맘 알지?"



"몰라, 꺼져."








앞서 걸어가니까 웃음소리와 함께 껴안는다. 덥다고 떨어지라고 하니까 볼에 뽀뽀를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뭐야, 내 옆집이잖아?








"다녀왔습니다."







나도 들어가서 인사를 했고, 하루 만에 여친이냐며 부모님이 혀를 끌끌 차신다. 나는 반갑게 맞이하면서 아들 철 좀 들게 해달란다. 그리고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밖으로 나가셨다. 그들이 나가자 나는 호탕하게 웃었고, 민윤기는 내 입을 막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썸이야 연인이야?"



"따지면 썸 생각은 연인."



"그ㄹ"






"아 깜짝아, 갑자기 덮치면 어떡하냐."



"이만큼 첫 눈에 반한 사람 없었는데, 진짜 너가 존나게 예쁜가보다. 그치?"



"동문서답 하지말고."



"아 걍 존나게 예뻐서."








민윤기는 내 얼굴을 쓰다듬고는 이마, 눈, 입에 뽀뽀를 하고 내려온다. 미자여서 아쉽다는 듯이 올라타서 야한 몸 장난을 치고는 내 옆에 눕는다.







"미친 새끼, 섹드립을 몸으로 치냐."



"내가 좀 독특하잖아."



"너무 독특하네."



"자기야, 키스할래?"









웃으면서 야한 말을 던지는 이 놈 때문에 정신이 멀쩡하지 않았다. 툭 하면 뽀뽀와 키스를 갈기는데 멀쩡할리가.









"아 그만,"



"사랑해."



"시발, 나도니까 좀 내려와."



"니 내 밑에서 개새끼잖아, 너도 즐기지?"



"밤만 해당이지."



"나는 낮에 하는 게 더 좋은, 아 씨발 아파."



"아프라고 때린거야."








한 대 때리니까 다시 내려온다. 나는 하품을 쩍쩍 하고는 품에 안겼다. 1시간만 잘게 라는 말을 하면서 눈을 꿈뻑이다 바로 잠들었다. 그냥 너 때문에 피곤했다고. 좀 알아줬으면 시발.



















"일어나."







눈을 꿈뻑이다 뜨니 한 손으로 폰을 보고 한 손으로는 나를 안고 있는 그가 있었다. 놀라서 뺨 때릴 뻔 했네. 안 놀란 척 하품을 하고는 일어났다. 부시시한 머리를 풀고는 바로 그를 또 안았다.






"야아아 민윤기이..."



"왜."






내가 말을 하자 폰을 끄고 앉은 뒤 자신의 허벅지에 나를 앉힌다. 달달하게 쳐다보면서 갑자기 웃는다.






"웃는 거 존예네."



"알면 뽀뽀."





쪽쪽 여러번 입을 맞추자 그는 만족하고 웃었다. 나는 그의 볼을 조물딱 거리며 잔치 도우러 가자고 하였다. 그러자 그렇게 귀찮은 걸 왜 가냐고 한다.





"귀찮은 거 라니. 막걸리 얻어 마실 수 있으니까 가야지."



"아, 그런 거면 가야지."



"근데 우리 왜 고백 안 해?"



"좋아해, 사랑해."



"...?"



"고백이야 자기야."



"푸흡, 진짜 황당하네. 너도 겁나 금사빠 재질이네. 그냥 꽂히면 하루 만에 키스하고 쪽쪽 거리는 거."



"하루 만에 물고, 빨고 다 가능해."



"미자다 새끼야."



"어쨌든 너 이제 내꺼지?"



"눈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니 거였어."



"오, 설렜어."










그와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마을 회관으로 걸어갔다. 내가 심한 금사빠라서 얘가 내 운명이다 싶으면 첫 날부터 뭐든 다 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지금 돌아보니 진도가 너무 빨랐다고 생각한다. 뭐, 후회는 없어. 그저 남들 시선만 안 좋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