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도그마(202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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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도그마 프롤로그 
w. 스몰낫t 



좆같았다. 누구여도 좋으니 누가 날 대신해 나 좀 죽여줬으면 좋겠다. 매일 밤 아즉히 먼 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그런다고 형편이 나아지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작은 위안을 삼기 위한 일종의 굳어진 허식같은 것. 아주 어릴적, 동네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를 어린애처럼 종종 상시시키곤 했다. 달 뒷편에 계신 토끼님… 듣고 계시다면 제 간절한 소원 좀 이루어주실래요?

부잣집 애들은 달 뒷면에 사는 토끼를 믿지 않는다. 굳이 믿을 필요가 없었다. 그딴 잡스러운 신화를 믿지 않아도, 신에게 구걸하지 않아도 늘상 풍요로웠다. 해서 그 애들은 희망을 몰랐다. 희망의 위대함을 내 기필코 증명해내리라. 그마저도 희망찬, 그런 일종의 다짐이었다. 

악함은 강함으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악함이 강함을 창조했고, 그런 악함은 약함의 변질이다. 이것이 빈센조의 철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