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단편

[1980] 2

" 할머니, 저 데모 하려고요. "

" 갑자기..? 어디서 무슨 용기가 튀어나와 깡이 없어 못하겠다던 데모를 니가 하려 그려? "

" .. 형이랑, 연빈이가 죽었어요.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죽었어요.. "

" 아이고마, 이걸 어쩌면 좋아... "

"그래서 걔네가 그렇게 원하던 자유, 민주주의. 그거 제가 얻게 해주려고요. 그까짓게 뭐라고, 뭐라고.. " 

" 어린 것들은 그런 자유란 것을 좋아하니 그렇제, 뭐.. 우리 늙은이들이야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살다 조용히 떠나면 그만이지만, 어린놈들은 살 날이 많이 남았잖어. 그러니 더 심하게 갈망하는겨. 에휴, 수빈아, 
니도 다치지 말고 몸 사려가면서 혀라. "

" 할머니도 조심하세요, 다치지 마세요. 저한테는 이제 할머니 밖에 없어요. ..어쨌든 저 가볼게요. 준비 해야하거든요. "

" 응~ 이 할미 튼튼한거 알잖여. 얼른 집 가. "


최수빈은 작디 작은 할머니의 슈퍼의 문을 넘어 나왔다. 이제는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힘이 빠져 축축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 끌고 집으로 왔다. 
최연준과 최연빈은 화장을 했다. 그리고 그 유골로 작은 팬던트를 두개 만들었다. 지금 이 광주에다 묻어 놓으면 짓밟힐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죽더라도 같이 죽고 싶어서. 

최수빈은 대충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내일 데모를 나갈 준비를 했다. 최수빈 생애 처음으로 저질러 보는 무모한 짓이었다. 위험하고, 제 목숨을 버려야 하는. 그래서 편지를 적었다. 한글자 한글자 제 진심을 꾹꾹 담아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최연준과 최연빈에게 짧은 편지를 적었다.



최연준, 최연빈에게.


얘들아, 오랜만이다. 거기는 어때? 좋아?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만났냐? 만났을거라 믿는다.
있잖아, 내가 너네랑 맨날 치고박고 싸우다가 이렇게 죽고 나니까 니들한테 애틋하게 구는거, 웃기지 않니? 오글거리지? 그래도 할 말은 한다. 나, 후회 많이 해. 총칼 무섭다고 너네만 보내지 말고 나도 데모 나갈걸,
너네한테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해 줄 걸. 아참, 나 우는거 봤냐? 솔직히 너네 나보고 웃었지. 내가 니들 때문에 그렇게 울 일도 없다고 생각했고, 내가 살면서 그렇게 엉엉 울어 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왜 하필 너네 앞에서 운걸까. 평생 놀림감이 되버렸네. 그리고, 나도 데모 나가. 너네가 그렇게 원하던 것들, 내가 꼭 이뤄줄게. 나중에 나 만나면 절해야 한다? 내가 니들 때문에 있는 깡 없는 깡 다 끌어내서 나가는거니까.
여튼 거기선 잘지내. 아프지 말고. 어쩌면 내일 너네 만나러 갈 수도 있겠다. .. 이런말 진짜로 안하는데, 하기 싫은데 말야. 

연준이 형, 그리고 연빈아. 많이 사랑해. 

아, 오글거려라. 이만 여기서 말을 줄일게. 잘지내.

1980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