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단편
이별이 아픈거라

김하니n
2023.03.11조회수 57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술 먹었냐?"
비가 세차게 내리던 6월의 어느 날 밤, 최수빈은 강수빈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강수빈은 애써 웃으면서 대답했다. 장난인 줄 알고 말이다.
"장난 아니야."
".., 뭘 잘못 먹었나? 왜 갑자기 그래. 응?"
"그냥, 너라는 사람을 이제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
"..무슨, 무슨 소리야. 우리 어제까지만 해도..!"
강수빈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참으로 매정하기도 하지, 그런 말을 해놓고서는 최수빈은 태연하게 강수빈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떼 강수빈은 말했다.
"그래, 헤어지자 우리. 나 집 갈게. 잘 지내."
목소리는 얕게 떨리고 있었다. 돌아서 가는 등이 떨리는 것 처럼 보였다. 정확히는 떨리고 있었겠지.
강수빈은 미련이 없는 듯, 최수빈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듯. 서로 제 갈 길을 갔다.
그날은 유난히도 비가 세차게 내리고 공기가 습해 숨이 턱턱 막히는 날이었다.
우산을 들고 있는 최수빈의 오른쪽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내려 갔다. 강수빈을 씌워주기 위해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젖은 셔츠는 최수빈의 마음을 설명하는 것만 같았다.
**
강수빈의 머리와 옷이 온통 비로 젖었다. 강수빈의 기분과 같았다. 바닥으로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게 뚝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강수빈의 윗옷은 젖지 않았다. 최수빈의 재킷 덕에.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이 사람은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다정하다. 그냥 가려던 자신에게 비 맞는다며, 여름감기는 답도 없다며 제 겉옷을 벗어 전해주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어떻게 헤어질 때마저도 싫어할 수 없게 만드는가. 정말로 싫어한다. 그럼에도 좋아한다. 미련이 없는 척 떠나왔지만 미련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발자국을 만들 정도로 진득하게 남았다.
"시발, 왜 이 집은 좁기만 해서."
욕 한마디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최수빈에 대한 오만가지 원망을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집이다. 분명 제집이건만 오랜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나 최수빈의 집에서 지냈으니까. 최수빈의 집은 넓었다. 우리나라 대기업 아들내미라서 그런가. 그래서 둘이 생활하기엔 좀 넓었다만 그래도 좋았다. 좁디좁은 제 집보다 넓은게 좋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는게 좋았거든.머리와 옷에서 빗물이 계속 떨어졌다. 나는 그 상태로 그대로 화장실에 걸어 들어가 옷들을 빨래통에 던져 넣었다. 최수빈의 옷도 같이. 그러고선 몸을 씻었다. 물에 닿으면 씻겨 내려가는 거품처럼 자신의 머릿속도 그렇게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최수빈은 제게 맞지도 않는 술을 잔뜩 퍼마시고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강수빈이 있어야 하는데. 눈앞엔 자꾸 강수빈이 어른거렸다. 분명 잊자고 마신 술인데, 정작 잊기는 커녕 더 생각나기만 했다. 우습기도 하지. 제가 헤어지자며 이별을 고했으면서, 잊지 못하고 있는 꼴이라니. 웃음만 나왔다. 최수빈은 아직도 강수빈을 죽도록 사랑한다. 하염없이 울어도 어차피 돌아오지도 않는데.
"염치도 없지, 최수빈."
자신의 마지막 미련을 강수빈에게 남겼다. 자신이 걸쳐준 재킷. 그래, 그걸로 끝이다. 정말 그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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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이고, 작년 여름에 써둔 글을 꺼내 봤어요. 수정 한 번도 안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