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단편

FML

♪ BGM - 이해는 안 가지만 널 사랑해

https://youtu.be/MGK5wZJDXjo













"내가 다쳐오지 말라고 했잖아, 홍지수. 부잣집 도련님이 이렇게 매번 다쳐와서 쓰겠어? 따가워도 참아. 다친 네 탓이야."

"응, 다쳐와서 미안."



알면 됐어. 강이리는 홍지수의 상처에 소독약을 묻힌 솜을 벅벅 문댔다. 이런 일 따위는 둘 다 익숙하다는 듯한 채로 강이리는 막무가내로 집에 쳐들어온 홍지수에게 구태여 이유를 묻지 않았고, 홍지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근데 밖에 비가 쏟아지는데, 이리야."

"..뭐.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

"응."

"뻔뻔하네. 좋은 집 놔두고 굳이 왜 자꾸 내 집에서 자려고 해?"



그것도 다 사정이 있어서. 얼른 자자.

홍지수는 강이리를 눕히고 불을 끄며 말했다. 홍지수가 느끼기엔 강이리의 체온이, 강이리의 손길이 제 부모의 것보다 더 소중했다. 매번 다쳐 강주리의 집에 찾아오는 것도 다 아버지 덕분인데. 강이리를 만난 게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야. 강이리는 자신을 만난 일을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홍지수에겐 특별했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이해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재벌 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 가정폭력범 아버지와 자신을 방임하는 어머니, 돈은 부족하지만 있는 힘껏 자식을 사랑하시는 부모님.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수는 돈 걱정을 해보지 않은 아이였고

이리는 가정의 불화를 걱정 해 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공통점 하나 없는 둘이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 건 사랑을 받고 자라 사랑을 마음껏 나누어 줄 수 있는 강이리 덕분이었다. 열다섯 겨울이었나. 홍지수는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 이런 사랑은 처음이라 강이리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다. 조건 없는 사랑은 없단 말을 이미 너무나도 일찍 수긍 해 버린 아이. 그러나 강이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으면 자기가 되면 된다고.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겠다고.















그 작고 볼품없는 소년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세상은 이리 홍지수에게만 야박하게 구는지. 암흑만 가득했던 길을 더듬고 더듬어 어떻게든 출구를 찾아 빛을 맞닥트리니 그게 꼴사나웠나, 홍지수의 악바리 근성이 질투가 났나.





이리야, 강이리. 홍지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났지만 홍지수는 개의치 않았다. 그럴 상황이 아니거든. 어머니가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엉엉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아버지의 외도 때문인지 어머니의 사치 때문인지, 앞 뒤 상황을 모르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홍지수는 본디 아버지를 싫어했고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날의 저를 내치고 친구들과 매번 놀러 간 어머니를,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마다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를. 도대체 어느 자식이 좋아하느냔 말이다. 그러나 저도 자식은 자식이라고 엄마가 엉엉 울고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아버지는 어머니를 매몰차게 버렸고, 어머니는 홍지수의 두 손을 꼭 붙잡고 눈물범벅이 되어버린 얼굴로 말했다.

"지수야, 엄마는 너 밖에 없다. 네 아빠랑 이혼한 다음 쪽팔려서 어떻게 한국에서 계속 살아.. 이미 얼굴도 다 팔렸는데. 그러니 엄마랑 같이 미국 가자. 엄마 혼자 가면 무서우니까, 지수도 같이 가 줄 거지?"



참으로 이기적이고 못된 어머니. 단지 쪽팔린다는 이유로. 그러나 홍지수는 어머니의 말을 거절 할 수 없었다. 평소에 자신을 취급도 안 하시던 어머니가 자신에게 이리 매달리니 어찌 할 수 있겠어.




홍지수는 그렇게 열일곱 여름에 사시사철 여름이라는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지수야, 지수야, 지수야. 강이리는 울음을 삼켰다.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울음 덕분에 호흡이 어려웠다. 집에 붙은 새빨간 압류 딱지를 보며 꺼이꺼이 울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에 더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강이리는 의젓한 딸이기 때문에 울 수 없었다. 



부모님은 울산에 있는 엄마의 친정으로 내려가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혹시 홍지수가 8년 전처럼 찾아올까 서울에 남아 기다렸다. 공부도 아득바득 했다. 대학교에서도 인정 받는 사람이 되었고, 그 후에 회사에서도 인정 받는 사사람이 되었다. 인정받는 사람이 되면, 홍지수가 나를 찾아오진 않더라도 소식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 이기적이어도 걔가 이렇게 떠나갈 줄 알았으면 나는 그 열다섯 홍지수에게 오지랖을 부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받고 자란 사랑을 처음으로 나누어준 아이였는데. 나는 그 아이한테 숨기는 게 없었지만 그 아이는 나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다. 그게 때론 서운했지만 어딘가에서 맨날 다쳐오는 모습을 보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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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멀까요~..
제 포타 임보함에서 2달 이상 썩은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