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단편

금붕어

금붕어가 뻐끔, 뻐끔. 넌 곧 있으면 죽겠구나. 좁은 어항에 갇혀 쉴 새 없이 숨을 내쉬는 넌, 곧 있으면 죽겠어. 다정에 숨이 막혀 죽은 나처럼. 불쌍하기도 하지.





내가 사랑에 코를 처박고 죽어버리면, 그건 금붕어 질식사. 바보처럼 웃었다. 네가 그런 모진 상처를 주는데도 그걸 또 금세 잊어버리고 널 사랑하는 내가 금붕어를 똑 닮아서. 난 네가 인생의 전부고, 넌 내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이건 이어질 수 없는 평행관계. 어항 안 금붕어는 먹이를 주는 사람 밖에 몰라. 난 네 다정을 야금야금 먹고서는 또 금세 네 사랑을 원해.

















내가 사랑에 간을 말아먹고 말지. 윤정한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울고 웃는 게 지치잖아, 근데 입에 술을 쑤셔 넣으면 좀 괜찮아지더라고. 아, 도무지 너는 이해가 가지 않는 애야. 좋아하지도 않는데 여지를 왜 주는 건데. 윤정한, 니 다정함은 죄야. 엄청난 죄. 중죄라고. 이것 봐, 내가 이런 말을 와다다 퍼부어도 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잖아. 나도 내 이름처럼, 김사랑이란 이름처럼 제대로 된 사랑 해보고 싶어. 내가 지금 하는 건 제대로 된 사랑은 아니고 날 야금야금 갉아먹고 옭아매는 감정이지.









김사랑은 소주를 병나발로 불며 윤정한에게 와르르 말을 쏟아냈다. 김사랑의 옆에 소주가 한 궤짝 쌓여있었다.





와하하, 나 좀 금붕어 같지 않냐?

뭔 소리야.

아니 니가 막, 어? 내 마음을 벅벅 찢어놔도, 난 결국 널 사랑하잖아. 금방 다 잊어먹고서.

..내일 후회할 짓 하지 말고 곱게 마시고 들어가라.

아 진짜... 이미 후회할 짓 많이 했어. 그러니까 그런 눈빛으로 날 보면서 그딴 식으로 행동하지 마.



네 행동은 꼭 날 좋아하는 것처럼 굴면서, 왜 네 눈빛은 사랑을 말하지 않아. 그거 정말 최악이야.







김사랑은 꼭 미친놈처럼 굴었다.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가, 또 금세 윤정한의 눈을 쳐다보면서 원망을 말했다. 윤정한도 그걸 알았다. 김사랑이 저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었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윤정한은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또 김사랑도 그걸 알았고. 둘 다 눈치가 발군인지라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김사랑은 윤정한의 앞에서는 무지한 것처럼 굴었다. 결국 눈치도 사랑 앞에서는 쓸모없는 거야.



여기서 의문 하나. 왜 윤정한은 모든 걸 알면서도 선을 긋지 않았는가.



해답은 간단하다. 그냥 윤정한이 개새끼인 거지. 윤정한은 김사랑을 사랑하지 않았다. 윤정한에게 이거 하나는 분명했다. 근데 윤정한이 개새끼인 이유는 말이야, 그냥 걔의 뒤틀리고 더러운 좆같은 성정 덕에 그래. 사랑하진 않는데, 김사랑이 다른 남자와 있거나 자신의 옆에 있지 않으면 기분이 영 좋지 않은 게 좆같은 성정이지 뭐겠어? 그러니까, 윤정한은 김사랑을 어항 속 금붕어 취급할 뿐이었다. 없으면 괜히 심심하고, 또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애정을 줄 것도 아니고. 근데 왜 다정하냐고. 이름을 윤다정으로 개명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정은 윤정한의 디폴트 값이다. 어쩔 수 없어 이건. 좆같은 성격과는 별개로 윤정한은 다정했다. 덕분에 윤정한 좋다고 줄 서는 여자애들만 모아도 서울서부터 부산까지는 거뜬히 채우고도 남겠다.





그 사람의 다정을 사랑한 사람은 또 그 다정 때문에 아파하지.

딱 김사랑이 그런 예시였다. 윤정한의 다정이 자신만을 향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역시 그래도 다정한 사람이 좋잖아. 안 그래? 김사랑은 줏대가 깨나 있는 애라 이 사랑을 한 순간 열병 취급하기엔 너무 감정이 깊었고 그렇다고 또 이어질 가망이 있는 사랑도 아니야. 남들이 모두 윤정한을 포기할 때도 김사랑은 감정을 놓을 수 없었다. 김사랑이라고 약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을 접으려고 시도도 안 해봤던 건 아니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굳건하게 믿고서는 윤정한을 피하려고 애썼으나, 사방이 윤정한의 지인인 터라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또 어찌저찌 몸을 숨겨 약 한 달 만에 얼굴을 마주하면, 그 맑고 커다란 눈에 안광을 지우며 제가 뭘 잘못했느냐 묻는다. 



단순 사랑의 문제가 아니야. 저 표정은 윤정한이 화났음을 암시하는 표정이었다. 거침없는 성정의 소유자 치곤 겁 많았던 김사랑은 그 눈빛과 말투에 결국 굴복하고 말아. 





이거 이렇게 보니 김사랑은 윤정한이라는 어항에 꼼짝없이 같힌 신세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