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이다인의 sns에서 본 건, 어릴적 의건이와 자주 놀러다닌 부산 바다였다.

곧바로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항상 꺼져있던 것과 달리, 연결음이 들려왔고, 그와 같이 내 심장 박동도 통화연결음에 맞춰 점점 더 빨라져갔다.

받아.. 받아야 돼 강의건.. 넌 지금 이다인과 바다를 보러 부산에 간 게 아니야.. 그렇지..?

곧 연결음이 끊기는 소리에 허겁지겁

"여보세요?"

라고 너를 불렀지만,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끝내 네게 닿지 않았다.


사람의 심리는.. 무언가를 확신할 수 없을 때

그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최악의 경우의 수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최악을 생각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머리 속에선 꼭 그 경우의 수가 실제로 벌어지기라도 한 마냥 선명히 그려지고, 나의 감정도 그 상상에 맞춰진다.

그래서 힘들었다. 이젠 의건이 널 믿는 것 보다, 그럴 수있지, 인정하는 편이 더 편할 것만 같았다.

그만큼 모든 생각과 감정의 방향들이, 괴로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 오빠 못믿나?'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난 나도 못믿는데..

'내 한테 여자는 니밖에 없다'

세상에 널린게 여자야. 그걸 말이라고..

너와 함께일 때는 세상 달콤했던 말들이, 이젠 눈물이되어 흘러내렸다.

우리의 열여덟.

그래. 우린 그때부터 방해꾼이 많았다.

수많은 장애물들을 넘어야 했다.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이렇게 늦어버리기 전에, 우린 알았어야 했다.

너와 난 친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네가 없어진지 아니, 정확히는 부산을 간지, 4일이 지나고, 내 머리 속이 온통 엉망이었다가, 대충 자리잡힌 그날.

제일 많이 마셔본게 소주 반병이었던 내가 소주 한병을 다 마시고 맥주 캔까지 들이켰다.

옆에서 우진이와 성우와 소현이가 제발 그만 마시라고 말려댔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귀마개라도 낀듯, 모든 말과 소리들이 귀에 오다가 어딘가에 맞고 튕겨 사라져버렸다.

"너 진짜 미쳤어? 술도 못하는 애가 죽을려고 작정했냐? 너 이거 소주 두병째야!"

먹다보니.. 내 옆엔 초록색 병이 두개나 쌓여있었다.

그렇네.. 내가 두병이나 마셨다고? 푸흨ㅋㅋ 미친거 확실하네 김여주.

"하... 얘 이대로 둬도 돼? 빨리 집에 데려다 놔야 되는 거 아니야?"

오늘은 아무리 마셔도 이상하게 취하는 느낌이 들질 않는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도, 정신이 몽롱해지고 잠이 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야.. 나 멀쩡해.. 2차가자 2차!"

"야.. 너 완전 취했거든?!"

다들 나더러 취했다는데.. 아니? 나 멀쩡한걸?

다들 보란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검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양옆으로 흔들어보였다.

나, 취하지 않았어.

근데 좀 어지러운것 같기도 하고..

자리에 다시 털썩 앉아 세상 떠나가라 한숨을 쉬었다.

"우리.. 사귄지 벌써 5년째야 5년...

푸흐, 지지리도 오래됐네.. 그래뭐! 지겨워질 만도 하다 그지??"

"근데에... 난 아직 좋아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되는 거야...?"

"모르게써.. 모르게써.. 좀 알려주라......"

이젠 좀 취해 가는 걸 느꼈다.

그 때 누군가 내 앞에 섰다.

"집에가자, 여주야."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에 의건이구나! 하며 고개를 올렸다.

"너 많이 취했어.."

아니네.. 의건이가.. 아니네..

갑자기 나타난 민현선배는 내게 등을 내보이며,

데려다 줄테니 업히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업혀본 등도, 업히고 싶은 사람도..

의건인데...

"강의건 미워.. 나 이제 너 안봐.. 치사한 녀석..

네가 좋다 그랬잖아! 사귀자고 네가 그랬잖아 네가!"

괜히 취해도 마음이 아픈게 반칙 같아서 소리를 막 질러댔다.

다들 당황스러워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여주야."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혼자 갈래요. 민현 선배..

내일 봐요..."

그리고는 곧장 술집을 나왔다.

살갗에 닿는 차가운 밤공기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뒤따라 나온 민현 선배에게 괜찮다고 그냥 가라고 손짓 하고는, 자취방으로 걸어갔다.

의건이가.. 돌아오면.. 헤어지자고 할까..?

이젠 지겨워 졌다고.. 그렇게 말할까...?

그럼.. 우리사이는 뭐가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