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난 너밖에 없어

엄마가 퇴원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하지만 항상 우울했던 내 모습을 본 엄마는 4일이 지나고 자긴 괜찮다며 올라가 보라고 하셨다.

"무슨 일있어?"

"....그냥..."

"무슨 일있네.. 엄만 이제 괜찮으니까 올라가 봐."

이것 저것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이미 서울행 기차를 탄 후였다.

4일 내도록 연락 한 번 못한 우리였다.

온 머릿속이 너로 가득찼다.

무슨말을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걸까..

이미 멀어져버린 우리사이를... 돌이키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그날이 어둑해지고서야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성우에게 연락하여 여주의 위치를 알아냈다.

연락하지 말라는 너의 말 때문에 연락을 못했다면,

난 못난놈일까...?

듣자하니, 너는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대고 있는 듯 했다. 너와 지낸 세월이 얼만데, 그정도야 쉽게 상상이 갔다. 많이 아플것이다.

성우가 여주 몰래 알려준 학교 앞 술집.

그 앞에 도착하니, 술을 마시는 너의 옆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너의 앞에 쌓여있는 초록색 병들.

아마 넌 이마 만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할것이다.

지금 우리 사이가 어떻든, 너를 집에 데려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여주앞에 나타난건 내가아닌 황민현.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여주네 과 선배였다.

여주의 앞에 등을 내보이며 엎히라는 몸짓을하자,

너는 들리지않는 무슨 말을 하고는 취한채 몸을 일으켜 혼자 걸어 나왔다.

네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내 몸을 돌려 너에게 숨겼다.

내가 왜그랬는지는 알 수없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하나같이 위태롭게 비쳤다.

끝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너의 선배.

이 와중에도 나는 그 선배에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네가 몇걸음을 더 옮기고, 뒤를 따르던 황민현 앞에는 내가 섰다.

"이젠 내가 해요. 그만 가보세요."

나의 말에 어벙벙해진 황민현은 내게 무어라 했지만 난 듣질 못했다. 아까부터 위태로운 저 발걸음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니까.

그대로 너의 뒤를 따라갔다.

업을까, 안을까.. 어떻게 해야할까..

오만가지 생각들을 해보다가 결국 너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너의 뒤를 몰래 따르다가 네가 중심을 잃기라도 하면 잡아주고, 네가 돌아보면 모른척 숨고..

그렇게 너의 집앞까지 갔다.

네가 집에 들어가고, 현관문은 잘 잠궜는지까지 확인한 후에야 난 내 집으로 향했다.

온몸이 부스러져 가루가 될 듯 피곤하고 힘들었다.

피곤에 쩔어 몸에 힘들 들어가질 않았다.

이틀밤은 꼴닥 새고, 어제 오늘 앉은 채로 고작 몇시간 눈을 붙인 게 다인 탓인것 같았다.

피곤해 죽을 것같은 와중에도 네생각에, 네걱정에,

잠은 오질 않았다.

빨리 내일이 오고, 내일은 좀 더 밝은 아침이길..

진심을 담아서..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마주친 여주는 힘든 얼굴을 하고 내게 이별 통보를 했다.

"우리... 그만 할까...?"

네 입에서 그런말이 나오게 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꼭 우릴 떼어놓으려는 듯한 타이밍들도 견디기 힘들어 미칠것 같았다.

예쁜 너의 입술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만하자라니..

우린 도대체 어디까지 가버린 걸까..

"그냥.. 그냥 지겨웠다고.. 해.. 나, 그냥 놔줄게.."

지겨웠다는건 말도 안됀다.

난 여주 너를 보는 매순간이 설렜고, 심장이 터질 듯 벅찼다. 나에게 너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의미였다.

마음 속으로는 수없이 드는 내 진심이을 전할 수가 없었다. 몸이 너무 안좋아서 당장이라도 쓰러질것만 같았지만, 또다시 너를 걱정시킬 순 없기에 젖먹던 힘까지 다 써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순간, 서있는것 조차 눈을 뜨고있는 것조차 내겐 견디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내 진심을 전할 수 없었다.

너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리고, 나를 떠나는 네 뒷모습에도 난 꼼짝못하고 서서 마음만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난 너없으면 안돼.. 여주야.. 돌아와..

너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생각 만으로 난 너를 향해 달렸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온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나름의 최선이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점점 멀어져만 가는 너였고,

점점 눈앞이 흐려지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