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데. 손이 안 움직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빠가 있을거고 그럼 나는 어떻게 행동 해야할까. 어색하게 쩔쩔 매고 있을 내가 분명했다.
푸르다 못 해 하얘 보일 정도로 맑은 하늘에 우산을 쥐고있는 내가 이상했다. 벌써 이틀 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수빈 오빠는 나를 기어코 집까지 찾아오게 만들었다.
이거 우산 어쩔건데.. 돌려줘야지
딩-동
내 예상과는 다르게 바로 문이 열렸다. 오빠 안녀...엉
최대한 밝게 인사 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수빈 오빠가 아니라 아줌마가 급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꾸벅 인사를 드리니 반갑게 맞이 해주시다 곧 이런 부탁을 하셨다.
"지금 수빈이가 많이 아픈데 내가 급하게 외출 해야해.. 괜찮으면 여주가 옆에 있어 줄 수 있을까?"
***
"이렇게 아플거면 우산은 왜 줬냐고 최수빈 바보 멍청아"
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댄다. 그 때 나에게 우산을 주고 비를 쫄딱 맞아버린 게 원인이였다. 그걸 알아서 속상하고 짜증나 죽겠다. 미워 죽겠어 최수빈
끙끙 앓으며 식은땀을 흘리는 오빠를 바라보다 물에 적신 수건으로 이마에 묻은 땀을 닦아냈다.
" 일어나면 죽을 줄 알아 진짜- 나 마음고생도 시키더니 이젠 몸도 고생 시키냐?"
"..너, 왜 여기있어"
"!..헙"
혼자 쫑알 거리며 불만을 토로하던 그 때 오빠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며 나에게 물었다.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자 오빠가 내 손에 들린 수건을 보더니 상황 파악이라도 한 듯 한숨을 푹 쉬었다.

"괜히 시간 뺏어서 미안해"
"그런 말 할거면 잠이나 더 자요"
"..너가 여기에 있는데 어떻게 자"
참나 방금까지 잘 잤으면서 뭘. 아무렇지 않게 물에 적신 수건으로 오빠의 목을 닦아줬다. 답지 않게 가만히 내 손길을 받으며 잠시 숨을 고른 오빠가 내 손목을 잡고 내려놨다.
"왜요?"
"나 이제 괜찮으니까 얼른 집에 가 봐"
"오빠"
"진짜 괜찮아"
"내가 옆에 있는게 그렇게 싫어요? 저도 이제 오빠 안 좋아해요 착각 하지마요 진짜!"
ㅅㅂ.. 망했다. 또 또 마음에도 없는 말만 쏟아냈다. 내 말에 한동안 말이 없던 오빠가 결국 쓴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내려놨다.
"알겠어 착각 안 할게"
"...오빠 그거 알아요? 오빠 진짜 미워요. 이 세상에서 제일 미워"
"알았어 알았어"
"뭘 또 알았어야!!"
울컥해진 마음에 괜히 성질을 냈다. 울상을 지으며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마주한 오빠는 묘하게 슬픈 눈이였다.
계속 마주보면 이제까지 마음 먹은게 다 무너질 것 같아서 씩씩 거리는걸 멈추고 조용히 말 했다.
..소리 질러서 죄송해요.
"식탁에 죽이랑 약 있으니까 꼭 먹어요"
"..."
"안 먹기만 해. 진짜로 미워 할거야"
곧바로 일어서 짐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나 대신 아파서 속상하고 자꾸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아서 아팠다. 그래도 오랜만에 본 오빠는 여전히 설렜다. 아직까지 연락 오는 연준 오빠한테 미안해졌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천장만 바라봤다. 이 지독한 짝사랑 도대체 언제 끝나냐- 확 그냥 연준 오빠랑 사귀어봐? ..아니야 아직 마음 정리도 안됐어. 안 돼.
그러다 슬슬 눈이 감길 즈음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시발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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