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전문가

12. 삽질 끝

W.말랑이래요




"오빠 죄송해요 어제 봐서 아셨겠지만 제가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고 .. 잊을려고 오빠 소개 받은 거 맞아요"

["..만나서 얘기할까?"]

"네..진짜 죄송ㅎ,"

["아니야 사실 알고 있었어 정원이한테 얘기 들어서"]

"..저한테 정 떨어지셨어도 제가 할 말이 없어요"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하자"]



보고싶네.

그렇게 말한 연준 오빠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웨잇 웨잇..왓? 보고싶네? 이 오빠 뭐야 도대체
솔직히 그 무서운 얼굴에 쌍욕까지 들어버리면 지릴 것 같아서 전화 했던건데 보고 싶다니 제가 뭘 들은거죠

너무 이상했다. 신이시여 저 이제까지 모태솔로였는데 왜 남자가 한꺼번에 꼬이는거죠? 네? 제가 몰 잘못했다고!



"하..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버렸나...."

"오- 대역죄인이잖아? 거기서 뭐 하냐"

"..양정원!"

"난 처음에 귀신인가 했어"

"이렇게 귀여운 귀신이 어딨,"

"지랄 할거면 나 그냥 갈게"

"...미안"




***




Gravatar

"야 근데 그 형도 이상하다 다른 남자 생기니까 왜 그제서야 좋대?"

"..그런가"

"네 얘기만 들어선 확신이 안 가. 너 생각해봐 최수빈 형이 5년간 뻥뻥 차댔으면서 갑자기 네가 좋아진 이유"

"..."




존나 없는데?


내 말에 정원이가 혀를 쯧 차며 내 어깨를 다독였다. 
내가 말했지? 그냥 최연준 형 만나- 나 간다. 정원이가 멀어질 때도 멍만 때렸다. 그러니까 내가 5년간 짝사랑했더니.. 최수빈 어항 속의 물고기가 됐다는 거야?

잡은 고기에는 먹이를 안 준다는데, 다른 어항에 들어가려니까 그제서야 먹이를 준다는거야?



"아아아아아악!!!!!!"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소리를 와악 질러버렸다. 짜증나!! 짜증나 최수빈 개쓰레기! 미친새끼! 완!전 싫어



"존나... 짜증나"



Gravatar

"내가 그렇게 짜증나?"

"으아악!!!!"

"아 깜짝아!.. 소리를 왜 질러 내가 더 놀랐잖아!"



아니 그럼 거기서 왜 튀어나오는데요!!!

니가 나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길래!!

어! 맞아! 최수빈 너 개싫어어어억!!!




***




"오빠 미안..."

"나도 미안"

"... 집에 갈래요?"




서로 사이좋게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공터에서 소리를 지르다 경비 아저씨한테 혼나는 바람에 근처 편의점으로 장소를 옮겼다. 오빠가 미안하다고 아이스크림까지 사줬다.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착한 사람

발을 동당동당 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더니 빤히 나를 내려다보는 오빠였다. ..뭘 봐 최수빈




"최수빈 아니고 오빠"

"그래 최수빈 오빠, 뭘 봐요 자꾸"

"내가 왜 싫어?"

"큽, 켁!.."




이 오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노빠꾸야?! 너무 직설적인 질문에 콜록 거리니 말 없이 휴지로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난 그동안 생각했다. 어떻게 얘기하지




Gravatar

"솔직하게 말 해줘"

"..말 하면 어쩌게"

"고치게"

"나 진짜 오빠 싫은 이유 다 말 할 거예요 상관 없어요?"

"나도 네가 왜 좋아졌는지 하나하나 다 말 해도 돼?"

"...오빠!!!"




결국 못 참고 일어섰다. 한 손에 쭈쭈바를 쥐고 건방지게 소리를 질렀다. 최수빈은 내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오빠. 왜 제 마음 가지고 장난 치세요? 남 주긴 아깝고 내가 갖긴 싫었는데 갑자기 다른 남자랑 썸 타니까 아까웠어요? 얼마전엔 나 때린 여자랑 키스까지 했잖아요 그때 제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요? 겨우 용기내서 말 하니까 하는 말이 우리 그런 사이 아니지 않냐고 말 하는 오빠를

제가 뭘 믿고 다시 좋아하냐고요




"..그동안 너한테 느꼈던 감정들 모른 척 했었어"

"..."

"사실 누구에게도 마음 주고 싶지 않았어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차피 어떤 이유로든 끝이 날 텐데 연애 같은 걸 왜 하나 이런 생각도 했었고.. "

"..."

"어차피 내 도화지는 한 장인데 예쁘게 쓰고 싶지 얼룩덜룩 더럽히고 싶지 않았어. 아깝잖아"

"그게 무슨,"

"근데.. 이왕 갖게 된 도화지, 뒷면까지 빼곡히 채워보고 싶어졌어. 사실 여주야 지금 너 보면 무슨 생각 드는지 알아?"

"..무슨 생각 드는데?"

"키스하고 싶어"




어느새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 내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를 보던 오빠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와 큰 손으로 내 두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조용히 눈을 감으니 말캉한 살이 닿아왔다. 아 눈물 나올 것 같아

방황하는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두르게 한 뒤 내 허리를 감쌌다. 가까워진 온기에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지만 애써 아닌 척 했다. 숨이 차 입을 살짝 벌리자마자 파고드는 혀에 달뜬 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서로를 탐하다 진짜 질식사 하겠다 싶어 오빠의 어깨를 콩콩 쳤다.




"..아, 진짜!.. 이거 내 첫 키스라구요.."

"마지막 키스도 나랑 하자"

"..."




웅. 곰곰히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끄덕 하자 오빠가 그제서야 바보같이 웃으며 나를 끌어 안았다. 집에 데려다 준다며 내 손을 잡은 오빠가 너무 좋았다. 또 최수빈 전용 강아지 모드 발동 시작됐네.. 




Gravatar

"조심히 들어가"

"응! 오빠도 잘 가"

"..."

"..왜 안 가? 나 문 닫을건데"

"뽀뽀 해주고 가"




아 뭐래!! 

부끄러워 문을 쾅! 닫았다. 그러다 다시 문을 열어 호다닥 까치발을 들어 쪽! 입 맞춘 뒤 다시 집에 들어갔다.
밖에서 오빠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아....

너무 좋아. 어떡해!..




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