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수빈아 이것도 먹어! 나는 배부르다"
"..어 고마워"
"이따 수업 끝나고 영화 보러 갈래? 마침 보고 싶은 거 있었는데"
"..."
"..수빈아?"
아, 미안 뭐라고?
아까부터 수영이랑 있어도 집중이 안됐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연락한지 얼마나 됐다고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든다는게 한심 스럽다가도 어제 일이 신경 쓰였다.
결국 수영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 한 뒤 자리를 벅차고
나왔다. 과대 여신 수영이고 뭐고, 난 지금 김여주한테 가봐야겠다. 얼굴보고 직접 얘기하고 싶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돼
***
(어제)

"오빠 그게 아니라요..."
"쟤 말이 맞냐고. 얼른 대답해 김여주"
"...그 언니 얼마나 좋아해요?"
"뭐?"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속 터질 것 같지만 일단 참았다. 꼴이 이게 뭐야- 입술은 왜 터지고 볼은 긁히고 진짜 한 대 맞은 사람처럼 왜 그런 모습이냐고
"그 언니 얼마나 좋냐고요"
"무슨 소리야 진짜. 대답이나 하라니까?"
"이 씨, 오빠나 먼저 대답해!"
"그래 좋다 좋아! 그게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너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말고 똑바로 말 해- 진짜 맞은거야?"
"...됐어요. 그냥 혼자 넘어진거야"
야 김여주 너!..
잡을새도 없이 집으로 뛰어가는 여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저 남자 고딩도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도대체가..

"..형. 초면에 오지랖 죄송한데요. 쟤 형 여자친구한테 맞았다고 했어요. 놀라서 울고있는 애 발견한 것도 저고요"
"...여자친구라니?"
"..여자친구 아니에요? 여친도 아닌데 애를 때려?.. 그럼 생각보다 더 싸이코인데 그 여자.."
***
(다시 현재)
카페 알바도 빼고 무작정 여주의 학교 앞을 찾아갔다.
교복 입은 학생들만 가득한 이곳에서 사복을 입은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졌지만 상관 없었다.
"..오빠?"
"여주야 나랑 얘기 좀 하자"
"연락 하지 말라면서.. 따라 다니지 말라면서요"
"잠깐만 시간 내주면 안 돼?"
"아- 진짜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인줄 아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보,"
"아 저 쉬운 여자 맞다고요!!! 같이 가아악!!"
***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솔직하게 말 했어야지 어떻게 넘어졌다고 거짓말을 해"
"오빠가 그 언니 좋아하잖아.. 그런 사람이 나 때렸다고 어떻게 말 해.."
"걔랑 연락한지 얼마나 됐다고.. 왜 상처 난건지 들어야겠고, 너는 말 안 해주고 쓸데없는 질문으로 재촉하니까 대충 답한거야"
"...그럼 이제 그 언니 안 좋아?"
"으이그,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끄덕-
피딱지가 생긴 입술을 만지작 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미워. 내가 좋아하는 거 알면서 과팅도 하고 예쁜 언니도 만나는 미운 오빠지만.. 그래도 오빠 안 보는 건 더 싫어.
나도 모르게 입술이 삐죽 나왔나보다. 황당하다는 듯 웃던 오빠가 입술을 만지던 내 손을 잡고 떼어냈다.헉 뭐야 이건 그린라이ㅌ,
"입술 만지지마 아프잖아"
"..뭐야. 손 잡으면 사귀는 건데!"
"그럼 뽀뽀하면 약혼 하고, 키스하면 결혼 하는 거야?"
"오빠 이제까지 키스 몇 번 해봤어"
"백 번 정도"
"?"
아아악-!!! 최수빈!! 너 짱 싫어!!
내 속도 모르고 호탕하게 웃는 오빠가 미웠다. 내가 언제부터 널 좋아했는데 그동안 키스 백번하고 다녔다는 말이야? 잘생기면 다냐?! 그래 다지.

"장난이야. 빨리 먹어 아이스크림 녹아"
"..응. 근데 오빠거도 먹어도 돼?"
"너 다 먹어 다"
..1초만에 풀렸다. 최수빈 짱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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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느낀건데 이제까지 쓴 글 중에서
짝전 여주가 제일 귀여운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