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오늘 재밌었어 여주야"
"아 저도 재밌었어요 그럼 이ㅁ.."
"저기 있잖아, 주말에 시간되면 그때도 만날래?"
"..아 주말이요? 뭐.. 네 저는 상관 없어요"
"다행이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 이따 연락해"
넵.. 현관문을 닫자마자 몸에 힘이 쭈욱 빠졌다.
뭔데 이렇게 힘드냐..아오 피곤해.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놓고 힘이 안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던 이끌어 겨우 씻었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폰을 들었을 땐 카톡이 왔다는 알림창으로 가득했다.
['잘 들어갔어? 나도 이제 집 앞이야']
['아 또 보고 싶다~ 주말까지 언제 기다려'] - 연준오빠
"이 오빠 무섭게 생겼더만 하는 짓은 순딩이네.."
대충 저두요. 라고 답한 뒤 침대에 누웠다.
잠이 안 와 인스타 피드를 내리며 구경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미래남친🥰]
"헉 미친!.."
어떡하지? 받아야 하나 고민 하던 중 전화가 뚝 끊겼다.
부재중 표시만 바라보다 한숨을 푹 쉬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잊어야지. 이제 오빠 좀 내버려두자
***
그런데 학교 앞에 최수빈이 찾아온다?
이건 못 참지.

"...여주야 미안해 내가 그 때 말을 그렇게까지 하는게 아니였는데"
"아 뭐야.. 잠깐 나오라고 한게 이것 때문이에요?"
"사실 어제 전화로 사과 하려고 했는데 안 받더라고"
"사과 할게 뭐 있어. 오빠한테 사과 받을 거 없는데"
하 좋아 죽겠는데. 최수빈 존나 좋아서 당장 꼬리 흔들고 싶은데 마음과 다르게 말투는 삐딱하게 나갔다. 그런 날 알았는지 잠시동안 말이 없던 오빠가 뜬금없이 내 손에 우산을 쥐어졌다.
"..웬 우산이에요?"
"아주머니한테 연락 왔어 너 우산 안 챙긴 것 같다고. 너 또 일기예보 안 봤지?"
"..."
"비 맞지 말고 다녀. 그때처럼 감기 걸릴라"
나 갈게.
그렇게 뒤돌아 걷는 최수빈은 짜증나게 다정했다. 멋있고, 거짓말도 못 하고..
이 우산 우리집에 없는 건데. 우리 엄마한테 연락이 오긴 뭐가 와 저 바보가 진짜.. 차라리 잘 해주지 말던가요.
짜증나지만 오빠의 우산을 잃어버릴까봐 품 안에 가두고 교실로 향했다.
***
수빈 오빠 말대로 학교가 끝날 즈음에 비가 쏟아졌다.
천둥번개도 쳤다. 토르라도 온건가..이게 웬 난리야
오빠가 준 흰색 우산을 펼쳤을 때 누군가 내 등을 콕콕 찔렀다. 곧바로 누구인지 확인하자 해맑게 웃으며 우산을 들고 있는 연준오빠가 보였다.

"뭐야 우산 있었어? 정원이가 너 우산 없어보인다고 해서 왔는데"
"아! 저 데리러 와준거에요?.."
"사실 우산 같이 쓰고 싶어서 일부러 큰 걸로 가져왔어"
"오빠도 쓸데없는 로망이 있나보네요. 여자랑 한 우산 쓰고 같이 걸어가기 이런거"
"... 큼, 들키니까 쪽팔리네"
"풉-! 그냥 해본 소리인데 진짜였어요? 알았어요 알았어- 같이 쓰고 가줄게요"
야- 놀리지마 내가 오빠야.
민망해 하면서도 우산을 펼친 오빠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몸을 가까이 했다. 비는 여전히 거세게 내렸다.
한참 수다를 떨며 집에 도착 했을 때 연준 오빠가 우산을 접으며 내게 손 흔들어 주었다.

"잠깐이라도 봐서 좋았어"
"..저두 재밌었어요"
"그게 뭐야 나 봐서 안 좋았어?"
"아니 뭐 민망하게 그런 소리를 왜 해요"
"알았어 알았어 ㅋㅋㅋ"
이상하다. 나 원래 주접킹인데 이상하게 연준 오빠한테는 못 하겠다. 진짜 가겠다는 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어 주려는 그 때,

"..."
우산도 없이 다 젖은 채 나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피하며 빠르게 등 돌린 수빈 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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