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신부

08 . 뱀파이어 신부


















photo

08


















photo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윤기 씨가 내 목을 내리치려는 순간 정국 씨가 윤기 씨에게 몸을 받아쳤다. 그러자 윤기 씨는 바닥으로 나가떨어졌고, 다행히 내 목엔 작은 상처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이게 재밌습니까, 항상 이런 식으로
증명해 보라고 하니까 자꾸 죄
없는 인간들이 희생되는 겁니다."





"······."





photo
"트라우마 가지고 이런 짓
그만두십시오. 역겹습니다."





황태후는 죄책감 따윈 없는지 아무 말 없이 정국 씨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무서웠다. 이 모든 게. 정국 씨가 황태후를 노려보다 뒤를 돌아 내 상태를 체크했다. "괜찮아요?" 정국 씨의 물음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윤기 씨는 정신을 차린 듯 머리를 붙잡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그러고는 바로 날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윤기 씨는 날 찾고 비틀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에 난 본능적으로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고, 윤기 씨는 내 행동에 걸음을 멈췄다.





"··· 여주야···."





"······."





photo
"······."





".. 오지 마요."





너무 무서웠다. 날 죽이라고 명령했던 황태후도 무서웠지만 윤기 씨가 가장 무서웠다. 그런 동시에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 어떻게 그래요, 당신이. 그것도 나한테. 윤기 씨가 그동안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모든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방금 일어난 일을 겪고 난 후 깨달았다. 민윤기는 나한테 진심이 아니었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윤기 씨를 바라보며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다 거짓이었다. 여태까지 했던 말과 행동 모두 거짓말이었다. 진심이었던 적은 있었을까. 아니, 난 장담한다. 윤기 씨는 날 사랑한 적이 없다.





"여주야, 내 말 들어봐. 오해야.
다 저 여자가 꾸민 짓이고 나는,"





"거짓말하지 마요. 윤기 씨
나 안 사랑하잖아요."





photo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왜 안
사랑해, 난 진짜 너밖에 없어."





"그럼, 연아는 누군데요."





"······."





윤기 씨는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엔 내 예상이 다 맞았다.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들어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윤기 씨는 나 말고 연아라는 사람을 쭉 사랑해왔다.





"··· 맞네, 다 맞아."





".. 여주야."





나는 바로 성 밖으로 뛰쳐나갔다. 윤기 씨는 몸이 빳빳하게 굳어 날 잡지도 못하고 얼어버렸다. 그 연아 때문일 거다.





photo
"김여주 씨는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잘 보호하고 있겠습니다."





"······."





"그런데, 이번 일은 저도 좀
실망입니다. 이번엔
진짜인 줄 알았거든요."





"······."










photo










"궁금하십니까."





대답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 씨는 신호가 잠시 멈춘 타이밍에 날 바라보다 다시 초록불로 켜지자 운전에 집중하며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거 그대로라고.





날 그 연아라는 사람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본 적은 절대 없을 거라고. 진짜 사랑했는지 아니었는지는 정국 씨도 모른댔다. 이번이 다섯 번째고, 이전만큼은 꽤나 오래 준비하며 그 여자를 잊으려 했단다.





photo
"민연아. 5년 전 민윤기 씨의
첫 번째 인간 신부였습니다."





"······."





"둘 다 서로를 엄청나게 사랑했었는데,
그만 화재로 민연아 양이
죽어버렸습니다. 민윤기 씨는
민연아 양을 잊으려 다른 신부를
들였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거죠.
다 죽었습니다."





"아까 제가 당한 것처럼요···?"





"네."





등 뒤로 옅게 소름이 돋아났다. 굳이 그렇게까지 증명해 보라 협박한 황태후와, 몇 년의 시간 동안 윤기 씨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이 돼서.





photo
"민윤기 씨, 죽으려고 했습니다."





"네···?"





처절하게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민연아 양 때문도 있겠지만, 자신의 감정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네 명의 신부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미쳐갔습니다. 근데, 그러다 김여주 씨를 만난 겁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민윤기 씨는 딱 한 번만 더 시도해 보고 싶다고 황태후를 찾아갔습니다.





첫 만남이 클럽에서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난 그때 윤기 씨를 만난 기억이 없었다. 정국 씨는 당연한 거라고 했다. 그 이후로 쭉 1년을 지켜보기만 했으니까.





"성급하게 선택했다가 또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았을 겁니다.
그래서 멀리서라도 김여주 씨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갔습니다."





"······."





photo
"그 이후는 김여주 씨가 아는
내용입니다. 1년간 지켜보기만
하다가 모습을 나타냈다는 건 상당히
큰 결심이었을 겁니다. 민윤기 씨는,"





생각보다 김여주 씨를 많이 사랑합니다.










photo










photo
"여주...?"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또 짐 놓고 간 건 아니,"





"석진아."





"··· 어?"





"어이 없고 염치 없는 거
아는데···. 나 있잖아.."





뭐, 뭐야 너 울어?! 금세 붉어진 눈시울로 눈물을 뚝뚝 흘리자 김석진은 놀라며 내 어깨를 잡고 왜 그러냐 물었다. 그에 난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도리질 쳤다.





"너도 알지, 나 친구 없는 거."





photo
"······."





"근데 내가 일이 좀 생겨서 잠시
집을 나오게 됐는데 갈 데가 없어서
그러는데 나 딱 일주일만 묵으면 안 될까."





"··· 당연히 되지. 근데 진짜
아무 일 없는 거 맞아?"





"··· 응."






애써 웃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친구들에게로도 갈 수 있었지만 윤기 씨와 정국 씨가 잘 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대서 김석진을 찾아갔다.






마음을 추스를 동안 정국 씨는 김석진네에서 지내라고 했다. 그동안 못 나갔던 알바도 나가고 친구들도 만나며 최대한 윤기 씨를 잊고 살라고.





photo
"애들이 너 엄청 보고 싶어 해."





"······."





"시간 되면 나랑 같이 나가자.
못 간 데도 많이 놀러 다니고."





"응, 그러자."





윤기 씨가 너무 원망스럽지만 그동안 정도 들었고 쉽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한데,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윤기 씨를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윤기 씨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기엔,





지금은 윤기 씨가 너무 무섭다.


















이잉 민윤기 이 납븐놈! (좋은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