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자님

#1°첫 직장








뱀파이어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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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복도가 직원들로 꽉 차있다. 아마 오늘 대표님이 회사에 오기 때문일 거다.

 이 회사의 대표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24살에 이 회사를 세우고 키웠다는 거 밖에는.

 평소에 회사에 잘 나오지 않는 대표가 오늘 회사에 나온 이유는 신입사원 면접 때문이다. 이 회사의 면접은 좀 이상한데, 면접자가 들어오고 1분 간 말을 나눈 뒤, 바로 합격과 탈락을 나눈다. 그래서 가끔은 면접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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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 뒤 1인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노트북을 켜 YJ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새로운 공지가 하나 떠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조심히 클릭했다. 

 곧이어 소리를 질렀다. 너무 행복하고 감격해서. 1차 서류 합격자 목록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심하며 폰을 열어 문자를 보았다. 역시나 합격 문자가 와 있었다. 때마침 진동이 울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왔다.

 곧장 서점으로 향했다. 면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면접에 관한 책이 없었다. 그래서 겨우 찾은 몇 권을 가지고 앉아 읽어보려는데, 누군가 나를 쳤다. 뒤를 돌아보니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었다.

 "면접 보러 가나?"

 대뜸 물어보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면접을 보러 간다'고 답했다. 어디 면접을 보는지 묻기에 YJ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알게 모르게 사서 선생님의 표정이 변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그 책 필요없어. 결국에는 다 무용지물이야. 이 책이나 읽고 가."

라고 하며 한 책을 찾아 내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그냥 여러 번, 많이 읽으라고 하시고는 가버렸다.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그 대답일 것 같아 그냥 포기했다. 고개를 내려 책의 제목을 보니 '뱀파이어는 실존하는가' 였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다른 거 말고 이걸 읽으라니. 그냥 면접에서 떨어지라는 소리 같았다. 그래서 다시 꽂으려고 하는데 사서쌤의 목소리가 귀에서 아른거렸다. 표정이 심각했던 걸 보니 장난은 아닌 것 같았는데...

 책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사람들이 뱀파이어라고 부르는 종류가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는 16세기 처음 발견되었다. 뱀파이어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그 나이 그대로 자신이 소멸할 때까지 산다. 그들이 사는 동안은 신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면 그 힘을 안 쓸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한 인간이 되지는 못한다. 뱀파이어는 본능적으로 사람의 피를 마신다. 그렇기에 뱀파이어를 만나면 꼭 피해야 한다. 한국 뱀파이어는 외국 혼혈같은 외모를 띄며, 창백한 듯이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정 시간 모습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모습을 바꾼 뱀파이어도 특징이 있으니, 그건 바로 눈이다. 눈이 항상 충혈되어있으니 그런 사람을 보면 조금씩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죄다 이상한 말뿐이었다. 세상에 뱀파이어가 있을리 없었다. 온갖 생각을 하며 도서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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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흘러 면접날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거울 속 나를 점검하고 집을 나섰다. 택시에서 내려 YJ그룹 건물 앞에 서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심호흡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건물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끝이 없을 듯이 길게 서 있는 줄을 보니 합격했다고 좋아했던 내가 초라해 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겨야 한다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내 앞에 사람들이 점점 줄어 내 앞에 남은 사람이 3명 밖에 없었다. 그 앞에 3명도 금방 사라지더니 곧이어 내 차례가 찾아왔다.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후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블라인드 테스트인지 중간에 불투명한 천이 있었다. 의자에 앉고 얼마 뒤, 천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의 목소리는 중저음으로, 굉장히 듣기 좋았다. 인사를 한 후 나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아, 저는 반하연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모두 면접 관련 책에서 본 내용이라 쉽게 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순탄하게 면접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서려던 때, 그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연씨는 뱀파이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순간 당황했다. 이상한 질문을 많이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 질문이 나에게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말을 더듬으며 망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사서쌤이 추천해주신 뱀파이어 책이 떠올랐다. 다 읽고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서 책을 빌려 읽고 또 읽었던 그 책. 그 책을 읽고 느꼈던 것을 말했다. 말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은 다 말했다. 잠시 침묵이 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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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연씨, 내일부터 출근해주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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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직장이 생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