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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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수수한 외모에 연한 메이크업, 그런데도 돋보이는 화려한 이목구비. 특히 그녀는 환히 웃을 때마다 나타나는 보조개가 인상 깊게 기억되었다. 길게 풀어진 머리는 그녀를 더욱 청순해 보이게 했고, 그녀의 심성 역시 그녀의 외모와 같았다.

그녀는 잘 웃고 활발한 성격과 외모 덕에 주변에 친구도 많지만, 그만큼 시기 질투하는 적도 많은 전형적인 인기 많은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의 삶에 목표는 뚜렷했기에 그녀는 목표에만 전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를 우상으로 삼는 아이들은 늘어갔고, 그녀는 그 인기를 알게 모르게 즐겼다. 친구들 앞에서는 겸손하게 굴었지만, 그녀의 속에서는 사악한 웃음이 피어났다.

아무도 모르는 그녀의 속. 그녀는 남모르게 쓴 감정을 삼키고 있었고, 그녀의 진심을 아는 건 단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 한 명은 그녀의 마음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달이 짊어진 칠흑 같은 어둠. 그 속에서 그녀는 달빛에만 의존한 채 길을 걸었다. 매일 보던 상가의 불은 온데간데없고, 찌르르 울리는 풀벌레의 울음소리와 풀 밟는 소리만이 그녀의 주위에 울렸다.

사락사락, 그녀는 맨발로 풀 위를 걷고 있다. 풀 사이의 돌로 인해 그녀의 작은 발은 상처투성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낮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그녀는 발에 피가 흐르는 채 더욱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에 히죽거리며 올라가는 입꼬리, 힘 없이 그녀의 움직임에 의해 흔들리는 팔과 산발이 된 머리카락은 그녀를 더욱 음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끝이 없을 것 같던 산의 정상. 그곳은 무언가 나올 것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중앙에 우뚝, 한참 동안 서 있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예전에 유행했던 괴담 중 하나. 짚신으로 만든 인형에 싫어하는 사람의 사진을 붙이고 날붙이로 7일 동안 빠짐없이 찌르면 그 사람에게 저주가 가거나 죽지만, 저주 거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저주가 그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괴담.

그녀는 모두를 증오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신뢰란 없었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던 사람에게도, 자신에게 적대감을 표하던 사람에게도 저주가 가기를 원했다.

인형을 찌르는 그녀는 미친 것 같았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계속해서 당겼다. 처음에는 히죽거리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며 산 전체를 울렸다. 인형이 망가져 인형의 구실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찌른 그녀는 만족한다는 듯 웃음을 멈추고는 챙겨온 것들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빛이 없는 밤만 되면 그녀는 이렇게 미쳐갔다. 낮에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다가도, 밤에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울렸다. 달콤한 그녀의 외모는 씁쓸하다 못해 쓴 그녀의 속내를 감추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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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실행한 지 7일 째 되던 날. 그녀는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행복함에 들뜬 발걸음으로 산에 올라가 인형을 꺼내 한 번 찔렀을 때, 뒤에서 툭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그녀의 인형에 붙어있던 사진의 주인공이 서 있었다. 인기가 많아 학생회장으로 채택되었으며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던 남학생. 그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 들켰네.”

“너, 너… 걔 맞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는데… 아쉽다.”

그녀는 정색하며 말하다 점점 입꼬리를 당겼다. 처음 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뒷걸음질 쳤고, 그녀는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인형을 바닥에 던지고는 그를 쫓아갔다.

당황한 채 달리던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고, 빠르게 뒤쫓던 그녀에게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호소했고, 그녀는 그런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러게, 왜 이 밤에 괴담을 확인하겠다고 여기를 와.”

“그걸… 어떻게.”

“아쉽게 됐네, 하루만 늦게 왔어도 이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너 대신에 저주받을 수는 없잖아?”

그의 사진이 붙어있던 인형을 향했던 날붙이는 어느새 그를 향하게 되었고, 풀벌레 소리가 맴돌던 귀에는 어느새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고요해진 산속에서, 그녀는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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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 어디 갔어?”

“오늘 학교 안 나왔어, 미인정 결석이라던데… 무슨 일 있나? 걱정되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이 죽인 학생회장의 얘기를 했다. 평소 행실이 좋던 그녀를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를 찾을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었다. 그녀의 씁쓸한 속내를 아는 사람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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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 얼굴 보는 맛으로 학교 오는데, 왜 안 오는 거야.”

“걔도 예쁘지 않아? 2반에 인기 제일 많은 애 있잖아. 학생회장이 걔한테 관심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 그건 맞는데, 걔는 좀 싸한 느낌이 있지 않나?”

“걔 좀 호불호 갈리잖아, 나는 별로.”

“그런가? 난 모르겠던데, 얼굴도 예쁜데 성격도 착하고.”

“그렇긴 한데 걔 안 좋아하는 애 꽤 많아.”

“가식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도 그렇게 예쁜 편 아닌데 너무 떠받들어 주는 느낌이랄까.”

“그런가… 모르겠다.”

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얘기. 그녀는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듣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일었고, 저주의 대상은 바뀌었다. 달콤한 외모에 쌉싸름한 속내, 그가 티 나기 때문인지 갈리는 호불호. 하지만 그녀의 매력에 홀리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그녀는 그런 달콤한 매력을 흘리며 쓴 저주를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모든 면에서.
그녀는 저주를 내렸다, 모두에게.
그 저주의 대상은 누가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녀가 저주의 엔딩을 장식할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