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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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연신 말한다. 나의 전생은 어땠을까, 나는 전생에 죄를 지어 이렇게 불행한 것일까. 현생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왜 전생부터 생각하고 드는 것인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다면 전생에 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안일했다. 내가 믿지 않던 전생이 내 현생을 망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
세상에 선과 악은 존재했다. 나는 선도 악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다. 악착같이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들 비위를 맞추는 평범한 사회인. 가끔 선한 마음을 먹었다가, 악한 마음도 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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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커질 대로 커진 동공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흘렀고, 숨은 거칠었으며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눈을 질끈 감아도 눈앞의 그 장면은 생생히 기억되었다. 믿기지 않았다, 내 앞에 재생되는 장면이.
꿈속의 첫 장면은 평화로웠다. 평화롭다 못해 힐링 될 정도였다. 풀벌레들이 저마다 울어대고, 새들이 지저귀는 숲속. 나무에 있던 잎들이 바람에 부딪혀 흩날리며 머리 위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곳.
나는 누군가와 손을 잡은 채 그 아름다운 곳을 걷고 있었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첫사랑 같은 풋풋한 감정 속에. 내 옆에 있는 그는 붉어진 귀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나는 그 사랑한다는 말을 듣자 입꼬리를 올렸다.
꿈을 꾸는 나는 나 또한 사랑한다, 속삭일 줄 알았다. 하지만 꿈속의 나는 그의 손을 잡은 채 더 깊은 숲속으로 가 숨겨 놓았던 날붙이로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쓰러졌고, 풀 사이에 누워 쿨럭거리며 말했다.
“가, 갑자기 왜 이러는…”
나는 대답 없이 환하게 웃으며 그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그는 갈수록 고통스러워했고, 꿈을 꾸는 나는 그를 보며 미친 듯 심장이 뛰었지만 동시에 쾌락을 느꼈다.
“나도 사랑해, 네 피를.”
그의 심장을 관통한 칼을 뽑아내자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피가 튀었다. 내 얼굴에도, 옷에도, 하다못해 입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피로 물들어가는 풀, 내 입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의 맛. 그의 피로 물든 칼을 핥으며 말했다.
“역시, 넌 피까지 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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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꿈속의 장면이 되새겨졌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끔찍한 장면이, 내게 고통으로 돌아왔다. 비릿하고도 짜릿한 피 맛이, 아직도 혀를 맴돌며 가시지 않았다. 분명 꿈속의 나는, 살인과 피에 쾌락을 느꼈다. 그게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나는 살인을 위해 사랑을 했다.
그 끔찍하고도 잔인한 사람이, 나다.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살인을 저질렀다. 그가 나에게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입에서 피를 뱉으며, 그를 찌른 내게.
죄책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비명이 아직도 내 귓가에 울려 퍼진다. 내 시야에 보이던 모든 장면이 오버랩되어 나를 괴롭힌다. 눈물은 미친 듯이 흐르고, 심장 또한 요동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렇게까지 생생한 꿈은 처음이었다. 예지몽도 이렇게 세세하게 꾼 적은 없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인 듯, 생생히 뇌리에 박힌 꿈은 처음이다.
한참을 뒤척이며 잠이 들었을 때, 그 평화롭던 장면이 다시 내 사야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두려웠다, 그 장면을 다시 보는 게. 눈을 감아보려 해도 감을 수 없고, 시간은 흘렀다. 가위눌릴 때보다 심한 고통이었다.
그 후로 며칠간 이 꿈을 꾸었다. 매일 꾸는 꿈이었지만 내가 살인을 하는 건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는 결국 무당을 찾아갔고, 무당은 나에게 전생을 들먹였다. 전생에 나는 아주 큰 죄를 지었고, 현재 내가 힘든 것은 전생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 무당의 말을 믿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세세해지는 꿈 내용에 결국 전생 체험을 해준다는 곳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꾼 꿈과 똑같은 장면을 보았다. 나는 전생에 연쇄 살인범이었고, 살인을 즐기는 일종의 사이코패스였다.
나는 그 사실에 충격받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전생에 내가 죽인 사람들만 10명이 넘는다고 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그 끔찍한 장면을, 몇 번을 계속해서 보았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표정, 살려달라고 비는 고통에 찬 목소리, 내게 튀는 검붉은 피까지. 나는 그것들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당연했다.
나는 결국 현생에서 마지막 살인을 준비했다.
나는, 마지막 희생자로 나를 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