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XX년,건강하게 울음을 터트리며 태어난 한 아이.산부인과 간호사들의 환한 축하를 받으며 태어난 그 아이는 ‘다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자신의 아이를 처음 본 부모님의 눈에서는 눈물만이 흘렀다.
다슬은 하루가 멀다고 울음을 터트렸다.출산 후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예민하고 우울한 다슬의 어머니는 자신을 감당할여력조차 없었고,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는 아버지의 얼굴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다슬과 다슬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말라갔다.아버지 또한 이제 더이상 다슬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집에 다시는 들어오지 않겠다고 했다.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아버지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눈물을 흘렸지만,아버지는 어머니를 뿌리치며 말했다.
“저 감당하지 못할 실수 따위를 낳자고 한 건 너야,난 더 이상 저걸 키울 자신이 없어.네가 책임져.네 말이 틀렸어,실수가 성공이 될 수는 없어.단 한 번의 실수로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없고.“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의 뒷모습은 서서히 사라졌다.어머니는 다슬을 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어린 다슬은 영문을 모른 상태로 그저 안겨 있기만 했다.
다슬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점점 커갔다.다슬이 클수록 어머니 혼자 다슬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다슬이 여덟 살이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다슬의 기억에서 부모님이란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어머니는 항상 되뇌셨다.실수도 성공이 될 수 있다고,너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실수' 다슬은 부모님의 인생에 있어서 큰 실수였다.잘못 태어난 아이였다.부모님의 말씀도 잘 듣고 사려 깊은 아이였지만,부모님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자신의 남은 인생을 아이에게 바치기에 그들은 아직 자신의 인생을 감당하는 것도 벅찰 나이였다.
에게. 너무 예쁜 우리 다슬이.
다슬아,엄마야.처음 산부인과에서 네 머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마주했던 작고 작은 아이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벌써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니 믿기지 않아.너는 아직도 한없이 작고 소중한 아이지만,엄마는 너를 위해 바친8년을 되찾으려 해.우리 딸은 이런 엄마를 이해해 줄 거라 믿어.엄마가 항상 말했잖아.실수도 성공이 될 수 있다고.너는우리의 실수였지만 이제는 엄마의 성공이야.실수로라도 태어나 줘서 고마워,나중에 우리 완벽한 성공이 되어 다시 만나자.우리 딸이 꼭 옆에 놓인 브라우니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지금 당장은 이런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나중에 이 편지를 다시 읽고 이해하는 날이 온다면 너는 완벽한 브라우니가 된 거야.현실은 아주 혹독하고 힘들지만,우리 다슬이는 이름처럼 모든 일을 다 슬기롭게 헤쳐나갈 거야.엄마는 우리 다슬이를 믿어.사랑한다,다슬아.
에서. 못난 엄마.
눈물 자국이 선명한 편지 한 장과 예쁘게 포장된 브라우니들.그렇게3월14일,다슬은 모든 부모님을 잃었다.아직 많이어린 다슬은 부모님의 편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하지만 이것만은 알았다.자신에게 희생해 버려진8년을 본인을 위해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담긴 글이라는 것,그렇게 자신은 혼자가 되었다는 것.
다슬은 인근 보육원에서 자랐다.날이면 날마다 부모님의 편지를 읽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말투성이였다.다슬은 깨달았다.이 편지는 현재의 자신이 해석할 수 없다는걸.부모님이 떠났다는 것을 인정한 채 편지는 잠시 묻어둬야 한다는걸.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자신은 아직 너무 어리다는걸.
몇 년이 지난 후 다슬은 어렵고도 험한 환경에서 일찍 현실을 깨달았다.미래를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지만,현재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잠시 접어두고 돈을 벌기에 급급했다.학생이라는 명목하에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공부하는 또래의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지만,자신을 떠난 부모님의 원망보다는 지금의 노력이 나중에 자신의행복이 된다고 생각하며 버텼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찾고 허름한 고시원에서 공부할 환경을 마련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아직은 작고 허름하며 온전한 집도 아니었지만,아직 미완성 단계의 자신에게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시작하게 된 공부는 다슬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있었고,드디어 함께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친구가 생기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학교라는 곳은 순위 싸움이 치열했다.다슬은 그리도 원했던 학교에서가장 많은 불행을 겪었다.
남들은12년 공부할 양을 자신은3년 안에 해야 했고,기초가 잡혀 있지 않은 탓에 진도는 따라가기 힘들었으며 방과 후에는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남은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밤도 새워가며 공부하는 자신이 불쌍했고 힘들어서 몸이 못 버틴 적도 많았다.자신의 몸을 혹사시켜가며 아득한 미래를 좇는 일에 대한 회의감과 괴리감 또한 다슬을 괴롭혔다.
다슬은 계속해서 뒤처지는 자신을 자책하다 문득 엄마의 편지가 떠올랐다.다슬은 색이 바래 어느새 누렇게 된 편지지를펼쳤다.빼곡히 채워진 엄마의 글씨.차근차근 읽던 다슬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이제는 알았다.엄마가 말하는 브라우니의 정의가 무엇인지.다슬은 편지를 읽고는 굳게 다짐했다.엄마의 말처럼 완벽한 브라우니가 되기 위해 다슬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브라우니는 한 여성이 초콜릿케이크를 만들다 실수로 베이킹파우더를 넣지 않아 만들어진 실패작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디저트가 되었다.브라우니는 더 이상 실패작이 아니다.다슬 또한 한20대의 연인이 실수로 낳은 실패한 아이였지만 어느새 아득했던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는 성공이 되었다.실수는 실패작을 낳을 수 있지만,그렇게탄생한 실패작 또한 성공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