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입학
“…”
쉴 새 없이 빠르게 바뀌는 차 밖 창문을 무뚝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기사 아저씨가 말을 내뱉고 흐리멍텅했던 정신이 돌아올 때 즈음, 나는 알아차렸다. 아, 왔구나 드디어. 눈을 몇 번 깜빡인 뒤 기사아저씨가 열어준 문 밖을 보았다. 내가 내릴 곳은 화연고, 앞으로 내가 다닐 고등학교였다. 정문 위엔 ‘신입생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따위의 문구가 적혀있었고 아직 이른 시간인건지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차에서 내려 문 밖으로 한 발, 한 발 내니뎠다. 다섯 발을 갔을 때 즈음 뒤에서 기사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아가씨, 잠시만요.”
“무슨 일이시죠?”
“회장님께서 전해주라 당부하셨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조수석을 열고 무언갈 까내 내게 건넸다.
“이게 뭐죠?”
“스카프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마지막 말을 마친 기사 아저씨는 차를 타곤 그 길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실 요즘 난 꽃샘추위 때문에 목감기를 앓고 있었다. 어쩌면 꽃샘추위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내 몸이 약한거겠지. 툭하면 병에 걸려 병에 걸리지 않았던 날이 손꼽을 정도로 적은 나는 어렸을 적부터 병원 단골이였다. 이렇게 약하게 태어났던 나를 부모님은 애지중지 키우셨다. 유치원생들도 다 한다는 집안일 도와주고 칭찬스티커 받기 정도의 간단한 일들도 부모님은 절대 못하게 하셨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를 향한 부모님의 걱정이 스카프를 통해 내게 스며드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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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1학년 1반…”
학교로 들어온 나는 배정받은 반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갑자기 시야에 빠르게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그대로 한 남학생과 부딪히고 말았다. 명찰 색이 다른걸 보니 우리 학년은 아닌 것 같은데… 파란색 명찰이 아마… 3학년이였던가? 크게 부딪힌건 아니여서 갈 길을 갈려고 했지만, 도통 나오지 않는 1학년 1반 교실에 나는 복도 코너를 돌려던 참인 선배를 급히 불러세웠다.
“아 저기..!! 잠시만요!!”
“네?”
“혹시 1학년 1반이 어딘지 아시나요?”
“이 코너 돌고 쭉 가다보면 나와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1학년 1반이시라고요?”
“네.”
“아 제가 아는 동생도 이 학교로 입학했는데 1학년 1반으로 배정받았거든요.”
“아 진짜요? 혹시 동생분 이름이…”
“김태형이에요. 워낙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는 애라 친해지는건 딱히 추천하지 않아요.”
“아.. 그렇구나..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선배님이 작게 손을 흔드시곤 계단 아래로 사라지셨다. 그런데 저 선배.. 잘생겼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교실로 걸어갔다. 교실에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내 자리는 어디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칠판에 붙어있는 자리표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 자리는 구석진 창가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내 자리가 있는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명문 학교라 그런지 창문은 먼지 한 톨 없이 영롱하게 빛을 반사해내고 있었다. 다시 자리표로 시선을 돌려 이번엔 아까 그 선배의 아는 동생인 김태형이라는 아이의 자리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김태형의 자리는 내 자리 바로 앞이였다. 뭐 나쁠 건 없지. 나는 표를 대충 훑어보고는 내 자리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나는 책상위에 가방과 핸드폰을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바로 창문 밖을 구경했다. 그냥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게 내 취미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정문으로 들어오는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 중엔 유독 눈길이 가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머리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파란색을 띄웠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뛰어가 헤드락을 거는 또 다른 사람. 그리고 뒤에서 걸어오는 몇몇 사람들까지.. 그 사람은 나와는 다르게 무리가 있었다. 할 게 없었던 나는 계속 그 무리를 관찰했다. 그런데 저 멀리 걸어오고 있는 무리에 여자아이가 한 명 껴있었다. 여리여리한 체격에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 첫 날부터 줄인 치마까지••• 내 머릿속에서 그간 잠시 삭제되었던 한 사람이 스쳐지나갔다. 도여주. 결국엔 만나버렸다. 이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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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부터 캐릭터가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이번 편은 그냥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밑밥 까는 용도인 것 같네요 ㅜㅜㅜㅜ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