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단편모음집

아홉살 차이 (박우진)

"야 애들아!!! 수학 15분 늦는다고 자습하고 있으란다!!!!"


"헐 반장 땡큐ㅠㅠ!!!"


반장이 앞문으로 뛰어들어오며 소리치자 여주는 숙제를 배끼던 손을 조금 늦추었다

다행이다 시간 모자랐는데 천천히 써도 되겠네.



"와...미친 김여주 또 살았네"


여주에게 숙제를 보여주고 있던 슬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뭔 소리야"


"아니 아까 수학이 옆반 수업사고 우리 반 지나갔는데 그때 너 본거 아니냐?"


슬기는 이젠 아예 탐정포즈를 취하며 추궁했다.


"헐 나도 수학 조금 이상하다 생각함"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던 수영이 뒤로 돌며 슬기에 말에 합세했다.


"둘다 뭐라는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할거면 나 숙제 배끼는거나 좀 도와줘"


"쓰읍...수상해.."


"야 우리 학교에서 얄쨜 없기로 유명한 수학이 날 왜 봐주냐?"


"그치 근데 그 노얄쨜 수학 우진쌤이 15분씩이나 늦게 오는거 본 적 있니? 이게 빼박..너 숙제 하라고 시간 벌어주는거야"


"에이...아니라고"


"야야 너 지난 주에 지각했을때 너보다 일찍 온 애들도 다 걸렸는데 너만 안 걸렸잖아 난 그때 네가 그냥 졸라 운 좋은 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수학이 너 봐준거였네"


친구들의 추궁에 여주는 할말이 없어져버렸다. 왜냐하면 슬기와 수영이가 하는 말들이 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말이었으니깐.


"와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깐 진짜 이상해 너 수학이랑 무슨 사이야?"


"맞아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 설명이 안 돼"


"야 나랑 수학이랑 아홉살 차이야 그렇고 그럴게 뭐가 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선생님이 나를...? 하는 생각에 침을 꿀꺽 삼키는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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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스타고 3학년 수학 담당 노얄쨜 박우진 선생님은 제 책상 위에 머리를 싸매고 엎드려있었다.

아침에 공들여 정리했던 짙은 갈색의 머리칼을 제 손으로 사정없이 망가트리며 생각했다.


아...어쩌려고 내가 그랬을까..


몇분 전, 정신없이 수학 숙제를 배끼고 있는 핑크색 후드티를 스치듯 보고는, 충동적으로 여주의 반 반장을 붙잡고 오늘 수업은 조금 늦게 시작해야할 것 같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우진쌤의 이런 충동은 여주의 친구들이 눈치 챌 정도로 잦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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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간식을 사러 간다며 매점에 가는 슬기와 수영이를 뒤로 하고 여주는 혼자 교실로 향했다.

아까 수저를 내려놓자마자 윗배가 당기는게 아무래도 체했나 싶었다.

보건실 가서 소화제라도 하나 타먹어야겠다 싶었던 여주는 한손으로는 제 배를 붙잡고 보건실로 걸음을 돌렸다.

점점 새하얗게 질리는 얼굴과 아파오는 머리를 지탱하고 도착한 보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아...점심시간이라.."


그 사이 점점 더 당겨오는 배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여주는 보건실 문 앞에 주저앉았다.


"김여주학생?"


그때 누군가 여주의 앞에 나타났다.


"쌔앰...저 배랑 머리가 너무 아파요.."


여주는 당연히 보건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말했지만 여주의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바로 수학, 우진이었다.



"너 체했어?"


"네..점심 먹은게 얹혔나봐요.."


우진은 그런 여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더니 이내 여주의 손을 잡고 엄지와 검지의 사이를 마사지하듯 눌러주었다.


"쌤..뭐하시는.."


"이렇게 해야지 속 막힌게 뚤린다"


"제..제가 할게요.!"


"뭐 그래라 보건 쌤 오면 약 받아먹고 좀 쉬어 너희 반 선생님한테는 잘 말해 놓을게"


"네"


"그리고 오늘 숙제는 꼭 집에서 해라"


우진은 다시 교무실로 향했지만 여주는 보건 선생님이 더착해서 여주의 이름을 3번 부를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발개진 얼굴로 그대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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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여주는 매일 수학숙제를 집에서 꼬박꼬박 해왔다


"뭐야? 수학이 이제 너 안 봐준대?"


"그런거 아니야"


여주는 우진만 보면 그 날 보건실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른거려서 수업시간 이외에는 우진을 피해다녔다.


당연히 우진은 그런 여주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다. 지꾸 자신을 어려워하고 피하는게 보이는데 그 누가 신경을 안 쓰겠는가.

그 날 거기서 쭈그려 앉아있는 그 아이를 보고 홀린 듯이 다가가는게 아니었다고, 덥석 손을 잡고 마사지를 해준다고 주물거리는게 아니었다고 우진은 생각했다. 아마 많이 부담스러웠겠지. 앞으로는 선생으로서 지나치다 싶은 제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고 결심하며 우진은 자신을 잘 타일렀다.

열아홉이다 이 도둑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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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오후)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더니 비가 주륵주륵 내리기 시작했다.


"아...우산 없는데"


여주가 학교 문 앞에서 서성이며 있자 우진이 우산을 펼치며 말했다.


"너 우산 없니?"


"네.."


"우리 집 여기 근처인데 이거 같이 쓰고 간 다음에 내가 우산 빌려줄게"


이 말을 한 우진은 순간 아차 싶었다.

아...나 또 선넘은건가.


"그래요 그럼"


여주가 또 자신을 피할까봐 무서웠지만 여주는 오히려 태연하게 대답했다.


한 5분정도 걷자 우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우진은 여주를 잠깐 세워두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서 굉장히 분주한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루진이 검은 우산 하나와 하얀색 후드티 하나를 들고 나왔다.


"이거 입고 가"


"괜찮은데.."


"쓰읍 그냥 입고 가고 도착하자마자 얼른 따뜻란 물로 씻어"


여주를 집으로 돌려보낸 후, 집으로 들어온 우진은 터질 것 같은 심장 언저리에 손을 얹었다.


잔쯕 젖은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제 후드티가 교복치마를 덮을 정도로 아담한 그 아이를 집 안으로 들였다간 무슨 사단이 날지 몰랐다.


실낱같이 남은 이성이 위험한 본능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


집으로 도착한 여주는 젖은 책가방을 던져버리고는 벽에 기대었다.

눈을 감고 차분하게 최근 자신을 힘들게했던 문제의 답을 생각했다.

나는 선생님을 좋아해.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은 내가 그저 가르치는 수많은 학생들 중에 하나일 뿐일까?

그렇다면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챙겨주는걸까? 이것도 내 착각인걸까?

이대로는 오늘 숙제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세우겠다고 판단한 여주는 다시 우산을 들고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잡고, 너무 커서 흘러내리는 후드의 소매를 꽉 쥐고는 우진의 집으로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멈 출 수가 없었다.

여주는 선생님의 답이 듣고 싶었고,
선생님의 마음이 궁금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봐주는 선생님의 그 눈이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쾅쾅쾅-

"선생님!!!저 여주예요!! 문 열어주세요!!"


이제 막 밥을 먹으려던 우진은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매우 놀랐다.


"선생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김여주 너 집에 간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와 궁금한게 있으면 내일 아침에 교무실로 오면 되잖아"


"안 돼요 지금 대답해주셔야 해요.."


"하..왜 수학 문제가 궁금해서 온거야?"


"아니요 선생님 빨리 이 문 좀 열어주세요"


여주가 살짝 열린 문틈 새로  손을 밀어 넣으려고 했지만 우진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거기서 이야기 해"


"알았어요 안 들어가고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갈테니깐 선생님 얼굴 좀 보여주세요"


"후..알았어"


"선생님 저는요 선생님이 저를 다정하게 바라보시면 숨이 막히고...막 가슴이 답답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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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수학 숙제를 할 때마다 선생님이 생각나요"


"그건 네가 아직 어리니깐.."


"저는 선생님 좋아하는데 선생님은요?"


"...!!!!"


"선생님도 저 보면 그러세요? 그래서 저 자꾸 챙겨주시는 거예요?"


우진은 맹랑한 세상물정 모르는 학생의 질문에 쉽게 대답 할 수가 없었다.
여주는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이었고, 자신은 그런 여주를 보호해야하는 선생이자 어른이니깐.


"대답해주세요 선생님. 선생님이 저 매번 봐주시는거...저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여주야 선생님 좋아하면 위험하다 그냥..얼른 집에 가봐"


"왜요? 왜 위험한데요? 선생님이 저를 좋아해서요?"


"그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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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좋아해서 위험해"


"선생님..."


"여주야 있잖아 넌 몇살이지?'


"열아홉이요.."


"그래 넌 어려"


"하지만...한달만 있으면...저 성인이고 졸업이에요"


"그래 넌 한달 뒤면  갓 성인이지만 난 한달 뒤면 스물아홉이야"


"그게 왜요..."


"나는 너처럼 엄마한테 용돈 받는게 아니라 일하고 월급 받아서 밥 먹고 살아"


"


"너는 이제 대학생 되면 네 달 학교 다니고 두달 방학하고. 가끔 학교 가기 싫은 날은 자체 휴강 하고 쉴 수도 있어. 친구들이랑 모여서 엠티도 가고...그거 말고도 재밌는 일 많을거야"


"나는 가끔은 학생들이 하교 하고 난 후에도 남아서 일하고, 가끔은 주말에도 수업준비 하러 학교 나가야해"


"너는 남는 시간에 나랑 데이트 하고 싶을텐데 나는 그 시간 마저도 너랑 못 만나줄 수도 있어. 맨날 기다리게 하고, 아프게 하고, 그래서 힘들게 할거야"


"안 그래도 눈물 많은 네가 나 때문에 우는건 싫어서 용기가 안 나네"


"선생님...나 선생님 진짜로 좋아하는데...선생님은 왜 이런 말만 해요.."


"그걸 알아버려서 네가 날 좋아해주는 것도 알고"


"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알아버려서"

"...."


"자꾸 욕심이 나, 아직 교복 입고 있는 너지만 너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자꾸만 생겨"


"나 우는거 싫다고 했잖아요"


"그렇지"


"근데 저는 선생님 기다리면서 우는 것 보다 지금 차이는게 더 서러울거예요"


"


"선생님 지금 저 우는거 보고 싶으세요?"


"아니 싫어"


"그러면 그냥 받아드리고 나 사랑해줘요"





꺄아 좀 길었죠? 이게 비주얼팬픽이라면 몇자 정도가 나왔을려나...거의 1시간 반 썼어요 ㅋㅋㅋ
미자와 성인을 별로 안 좋아하긴 하지만 소재가 생각나버리는 바람에...하하...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