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그날의 기억

그날은 첫 살인을 저지른 날이었다.
눈앞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아버지를 본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내 나이 20살,
촉법소년을 벗어난 나이.
무슨 배짱으로 아버지를 죽였는지 모르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날 한없이 옭아매던 것이
사라진 셈이었으니.
하지만 뒤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 이제 어떡하지? "
나는 서둘러 바닥의 피를 닦고
시체를 큰 자루에 넣었다.
그리고 피가 묻은 옷을 버리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삽과 시체를 넣은 자루를 챙겨
뒷산으로 향했다.

산을 얼마나 올라왔을까,
무거운 자루를 들고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기만 했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여기다 묻자. "
어쩌다 시체 유기까지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갈 때까지 갔기에,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위를 참아가며
얼마나 땅을 팠을까.
웅성-
근처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 .... "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얼른 시체를 땅속에 넣고 묻었다.
"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
" 이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면 돼.."
나는 자기 자신을 세뇌하며
얼른 산을 내려갔다.
부스럭-
나무 뒤에서 몰래 지켜보던
한 남성이 나왔다.

" 재밌네, 허술한 게 꽤 귀엽기도 하고. "
" 저 시체 다시 가져다주면 어떤 표정을 할까? "
" 궁금한데, 한번 해볼까? "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시체를 묻은 땅을 쳐다보았다.
" 아니면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줄까.. "
" 일단 보류~ "
그는 신난 듯 휘파람을 불며
산을 내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