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홈타운

지옥의 시작

오밤중에 창밖이 번쩍번쩍하길래 얼굴을 
찌푸리고 커튼을 쳤다. 잠 다깼구만 진짜... 
안그래도 과제 때문에 밤샘하고 겨우 자는데.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쓰고 다시 눈을 감았다. 

--콰쾅!!! 

아주 아파트를 깨부숴 놓으려고 난리다. 
대체 뭘하는데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대규모 공사라도 하는건가. 원인이라도 
알아보고자 창문을 열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허나 조명인지 뭔지가 너무 밝아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아오, 시발." 

조용히 욕을 읊조리며 주섬주섬 외투를 꺼내입었다. 
뭔 사고가 난건지 확인은 해봐야 속이 시원할듯 
하니까.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이미 아파트 주민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딱보니 다들 잠깨서 
우르르 나가셨구만. 나도 얼른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1층에 다다르니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이 보인다. 
내 아래층(6층)에 사는 연준 형과 
그 옆 호수에사는 태현. 


"너도 왔어?" 

"으 추워. 형도 여기 있었네." 

"범규 형도 그거 때문에 온거죠?" 

"응.. 어휴 어디서 뭔 공사라도 하나 
 빛도 번쩍거리고 시끄럽고." 

"그러게요, 저도 잠 다 달아났다니까요!" 

태현도 공감하며 맞장구를 쳤다. 평소 불면증을 
겪고있으니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거다. 
그에 반해 연준 형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하품만 늘어지게 했지만. 

"하아암. 한밤중에 이게 뭔 난리인지 참." 

"형은 항상 평온해서 좋겠다." 

순간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콰쾅!!!! 

고막이 찢길만큼 커다란 굉음이 들리며 
이윽고 낙뢰같은 빛이 쏟아져 내린다. 
저게 대체 뭐지? 

"야, 야 빨리 귀막아." 

"벌써 막았어요." 

언뜻 보면 번개가 치는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마치 유성우가 쏟아져내리는 듯 웅장한 모양새. 
이게 차라리 전쟁이라면 더 납득이 될거다. 
곧 빛은 멎었으나 남은 빛 웅덩이 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쩍 하고 갈라지며.. 뒤틀린 인간 형상이 
튀어나왔다. 

"..범규야, 나 지금 꿈꾸는거 아니지?" 

"아..아마도..?" 

--끼긱끼기긱. 끽기긱 

빨간색 몸을 가진 그것은 곧 관절을 기이하게 
꺾고 불경한 소리를 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모두 굳어버린 그때, 

---아 아하하하!!!!

--콰득

누군가, 그것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했다. 

"꺄아아악!!!어떡해!!" 

"으아악!!!" 

"살려줘!!"

순간 아파트 1층 공간은 
도망가려는 사람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다급한 아파트 경비실
안내방송 소리. 

"입주민 여러분! 현재 모아 아파트에서
 원인불명의 폭동과 괴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입주민 여러분들께서는 신속하게 아파트 내 안전 
 대피소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진짜, 좆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