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막무가내는 처음이지

꿈의 연인 14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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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연인 14










-지난 이야기
스물아홉의 하여주는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자 파리로 여행을 떠나고, 첫날에 누군가로부터 쫓기던 사내와 입을 맞추고 그 다음날 길거리에서 우는 모습을 그 사내에게 들킨다. 우여곡절 끝에 밥도 먹고 술도 마신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모종의 이유로 사내의 집에서 동거를 하게 된다. 그리고 밝혀진 과거. 그 사내의 이름은 박지민. 10년 전에 두 사람 사이에 맺어진 인연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급격히 더 가까워져 연인이 되는데…











이곳, 파리에서. 그리고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이 저택에서. 나는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면서도, 너가 아니었다면 내 여행이 이토록 완벽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 한국 가려면 얼마나 남았지?”

“나흘. 얼마 안 남았어.“


요즘은 나 대신 지민이가 귀국 일정을 챙겨준다. 그리고 그날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숨기려 하지만 불안한 심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듯하고. 누굴 속이겠니. 나 역시 완전히 편안한 감정이 드는 건 아니다. 어쩌면 우린, 현실적으로 만나기 힘들 수 있다. 지민이는 여기서, 나는 한국에서. 나의 애인인 그는 한 기업의 CEO, 그리고 나는 한 기업의 직장인이라는 게 전부.

아무런 접점도 없던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이유라 함은, 우연, 그게 답일 것이다. 10년 전 비오는 날에 학교에서 너를 만나 가까워지고, 10년 후 여행을 떠나 타지에서 너를 만나 많은 밤을 보내온 건 모두 운이 좋아서였다. 나라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 너를 만난 건, 과분한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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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할 게 있어.“






부탁? 갑작스레 가라앉은 어조로 속삭이는 그가 조금은 낯설었다. 늘 나를 조심스럽게 대하며, 내 감정과 반응을 세심하게 챙기던 네가 내게 건네는 부탁이라니. 뭐든 들어주고 싶었다.





“내 약혼자가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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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엄연한 기업의 대표였다. 그의 말을 듣자 하니, 매년 열리는 연간 행사에 초청되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의 기업의 정상이 모이는 자리였고, 지민 역시 그중 일부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이 약혼자나 배우자가 함께 동행하는 경우가 많아 작년까지 무척이나 외로웠더랬다. 올해는 내가 있어줘서 다행이라나.


“내 얼굴 밝혀지면 괜히 너만 곤란한 거 아니야?”

”그런 거라면 걱정할 거 없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극도로 비밀리에 진행되는 행사거든. 지민이 말했다. 아직 그곳에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심장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올까. 그들이 나를 처음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민의 사업에도 영향이 갈까? 긍정적인 방향부터 부정적 방향까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들이 들었다. 그런 내 심란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웃고 있는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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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드레스는 뭘 입히지.”

한가롭게 고민하는 네가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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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당일이 되었다. 자그마치 이틀 전에 약혼자가 되어버린 나는, 늘 그랬듯 모든 걸 지민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의류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 드레스 고르는 안목은 말할 것도 없을 테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 역시 너에게 전적으로 권한을 주기로 했다. 내가 꾸며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약속된 장소로 향하기 전, 지민은 제 저택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그 인원 수에 놀라 처음엔 당황했지만, 머지않아 그들이 나를 단장시켜줄 분들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심장을 가라앉혔다. 두 시간 가량이 지났을까. 너무 사치스러워서 다른 사람들 눈에 거슬리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나는 단장을 하다 못해 변신(?)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생전 본 적 없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마주하게 된 나는, 이런 내 모습이 낯설뿐. 어깨에 닿을 듯한 길이의 화려한 귀걸이가 눈에 띄었다. 어깨와 목선이 훤히 드러난 드레스에, 밋밋함을 채우는 은빛 목걸이까지. 어느 제품인지는 몰라도 이게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잠시만…

박지민 나한테 또 반하겠네.













지민의 손을 잡고 다다른 그곳은, 고전적인 인테리어가 매력적이었다. 예전 역사 속 프랑스 귀족의 터전을 보존해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꾸며둔 이곳의 분위기는..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내 옆에 있는 이 남자 마저도 동화같은 사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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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할 것 없어. 나 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