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막무가내는 처음이지

꿈의 연인 15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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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연인 14





















지민이 말한 사적인 연회가 열리기 하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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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좀 어때요. 한국보다 나은가요?”



박지민의 비서이자 동료. 태형 씨가 대뜸 질문을 건넸다. 조금 전부터 내게 하려는 말이 있었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웃겨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던 찰나였다. 


“좋아요. 말할 것도 없죠.”

제가 이틀 뒤면 여길 떠난다는 것만 빼면요. 새삼 말하고 나니까, 대략 열흘의 긴 여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되게 긴 시간일줄 알았는데.. 벌써 끝나간다니. 정말 꿈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10년 전의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사랑을 하고, 미래를 꿈꾸게된 이곳에서의 매 순간들이 생생하다. 정말 꿈같은 사람을 두고 돌아가야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했다.



“태형 씨는 어쩌다 지민이랑 일하게 됐어요?”

“글쎄요… 언제 처음 만났더라.”



박지민이 고등학생 때 여기 와서 만났었죠, 아마. 저는 유학 중이었고.



“그럼 두 사람이 함께한지가…“

”그쵸. 여주 씨랑 박지민이 떨어져 지낸 10년.. 됐죠.“

“신기하네요…”


태형 씨는 연애 안 하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형 씨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아 웃겨. 말을 안 해도 대답을 들은 것 같은 이 느낌 뭐지.


“소개 좀 시켜주세요. 여주 씨 아는 지인 있으시면.”

“그럴..까요 ㅎ”



아참, 여주 씨는 무슨 회사에서 일하세요? 한 번도 여주 씨 관련해서 이야기를 못 들어봐서.


“저는 건축이요. 설계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태형 씨가 입을 떡 벌리더니 이내 나를 쳐다본다. 앞을 보다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나를 본다. 와, 예상치도 못했어요. 멋지네요. 세상 차가운 얼굴로 보였는데 있는 모든 얼굴 근육을 총동원해서 반응하는 그가 그저 웃길 따름. 그나저나, 제가 이야기를 못 들어서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박지민이 이야기 안 해주던가요?”

“네, 그냥 태형 씨가 데리러 올 거라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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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 때 여주 씨가 입을 드레스 사러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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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튀는 건 아닐까?”



쭈뼛쭈뼛, 여주는 제 신체의 선을 드러내는 드레스의 원단만 만지작거리며 지민에게 물었다. 그런 여주의 걱정처럼, 지민 역시 표정이 굳어지는 중. 이렇게 붙는 걸 입혀도 되나. 어깨도 다 보이고, 자칫하다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이어가던 지민이 이내 숨을 가다듬고서 여주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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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여주 드레스야. 어떡하지.“

“뭐래는 거야.. 진짜 ㅎ ”

누나가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여주가 생각에 잠긴 채, 눈알을 도륵도륵 굴리기 시작했다. 아까 입은 것도 괜찮긴 했는데, 그건 너무 붙어서 뭐 하나 먹으면 바로 배가 나올거야. 그 전에 입은 건… 너무 화려하고. 저건 너무 반짝이가 많이 달렸어. 또 다른 건 등이 훤히 보이고.


“…나 결정 못하겠어.”

“다 살까?”


영앤리치의 맛. 
진짜 그럴 기세의 눈빛이길래, 여주가 지민의 어깨를 콩콩 때렸다. 난 지금 입은 걸로 할래. 여주가 말하자, 지민이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지민이 여주의 피팅을 돕던 직원들과 눈빛을 주고 받더니, 다들 나가고 피팅룸에는 둘만이 남았다. 아니나 다를까, 여주는 눈치를 살피더니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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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 있던 지민이 활짝 웃었다. 수고했어, 옷 여러 벌 입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 그러면 아주 자연스레 지민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여주가 눈을 지그시 감고 한 마디 거든다. 남자친구 약혼녀 되기 참 힘드네.



“남자친구가 나쁘다. 그치.”

“내 말이…”













.










연회 당일.



“잠깐이면 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응, 천천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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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역의 언어로 열심히 대화를 하던 그는 내게 당부한 말을 끌으로 멀어져갔다.

이 얼마나 꿈꾸던 날인가. 애인과 야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걸 먹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설이 말하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단 한 번도 믿어본 적이 없던 나인데. 내 인생에 기적이 찾아온다면 너라는 사람일까?




“…여주 선배?”


타국에서 들리는 흔치 않은 모국어. 지민이 목소리는 아니고.. 뭐지 싶어 뒤를 쳐다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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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회사 후배를 여기서 만나다.